心造畵 畵造心

마음이 붉으면 매화도 붉고, 마음이 희면 매화도 희다   허달재展 / HUHDALJAE / 許達哉 / painting   2011_0224 ▶︎ 2011_0425 / 백화점 휴점시 휴관

허달재_心造畵 畵造心展_롯데백화점 본점_2011

초대일시 / 2011_0224_목요일_06:00pm

롯데갤러리 본점(9층) / 2011_0224 ▶︎ 2011_0320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에비뉴엘(B2~5층) / 2011_0224 ▶︎ 2011_0425

기획 / 롯데갤러리 본점

관람시간 / 10:30am~07:30pm / 백화점 휴점시 휴관

롯데갤러리 본점 LOTTE GALLERY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130번지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9층, B2~5층 Tel. +82.2.726.4428 www.avenuel.co.kr/guide/guide_project.jsp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즉 매화는 춥더라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꽃은 따뜻한 봄에 피지만, 매화는 추운 날씨에 피고 향기가 고고하기 때문에 격조 높은 꽃으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연유로 매화는 옛날부터 세상의 부침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의 뜻을 곧게 지키는 선비에 비유되곤 했습니다. 매화가 그 봉우리를 틔우는 2월, 롯데갤러리 본점에서는 『心造畵 畵造心 마음이 붉으면 매화도 붉고, 마음이 희면 매화도 희다』라는 다소 긴 화제畵題를 가지고 남도 문인화의 맥을 잇는 직헌直軒 허달재展을 개최합니다. 비단 갤러리뿐만 아니라 에비뉴엘 전층이 선생의 작품으로 뒤덮히게 됩니다. 즉 가장 서양적인 공간에서 가장 한국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첫번째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항상 '정에서 동으로, 옛것에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허달재 선생의 작품들은 전통과 현실, 동양과 서양정신이 서로 어우러지는 예술주장의 실천을 보여줍니다. 신중하고 치밀한 운필과 설색을 통해 커다란 화면에 만개한 매화는 여러분에게 '현란함의 극치에서 평범해지는' 예술적 경지를 선사할 것입니다. 이 뜻깊은 전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롯데갤러리 본점

허달재_紅梅_208×147cm_2011

허달재는 의재 허백련 선생의 손자이다. 의재 선생은 이른바 남도산수화(한국 전남 지방 일대의 산수화 전통을 이렇게 부르고 있다)의 중심화가로 남도 산수화란 하나의 유파(여기에는 소치, 미산, 남농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맥이 있다)를 낳은 장본인이다. 근래까지 의재와 남농으로 대변되는 남도 산수화가 예향(전남 일대를 예술의 고장이란 의미로 쓰이고 있다)의 대명사가 되어있다. 허달재는 이 같은 남도 산수화의 대가인 의재로부터 이어지는 맥을 당당히 잇고 있는 현역으로, 여기엔 단순히 의재의 손자라는 혈연외에 의재가 추구해 마지않았던 동양적 정신과 전통의 현대화에 경주하고 있는 뛰어난 의식의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광주엔 의재미술관이 건립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의재에 의해 일구어진 차밭이 고스란히 지속되고 있어 그 명성이 자자한 터이다.

허달재_白梅_294×210cm(2폭)_2010

허달재는 의재미술관을 건립하고 이를 이끌어나가는 책임자로서 의재의 예술적 정신을 계승하고그 뿌리를 내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 남도 예술의 맥이 점차 약화되어가는 시점에 의재미술관의 증장과 이를 통한 동양 정신의 계승과 동양 예술의 현대적 존재 의의를 가다듬는 노력은 참으로 의의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허달재는 단순한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보다 실로 이 막대한 과업의 실현자로서 평가되지 않으면 안 된다.

허달재_白梅_208×144cm_2011

허달재의 화풍은 온고지신이란 말에 적응되는 전통의 존중과 현대적 해석의 신중함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옛것을 알고 새로운 길로 나아간다는 것은 동양인들이 추구해마지 않았던 오랜 지혜의 결정물에 다름 아니다. 전통의 존중이란 자칫 고루한 형식의 고수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버려야 할 유산으로 치부되는 것이 오늘의 풍조다. 전통을 단순한 옛 양식을 답습한다는 전승의 의미로 해석해선 안된다. 옛 정신을 이어받아 그것을 오늘의 양식으로 살아날 수 있게 부단한 재해석이 수용되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 허달재의 작품은 바로 이 같은 논리에 충실한 경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의 작품은 우선 그 내용에 있어서나 기법에 있어 과거의 양식을 방불케 하는 점이 적지 않다. 특히 화조화의 내용이나 그것을 다루는 형식적인 면에서 과거의 화조화를 연상케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현대라는 시각에서 볼 때 그것은 단순한 과거의 스타일이 아니라 현대적 감각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게 한다. 이 점은 전통을 새롭게 해석한 결과에서 비롯한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무엇보다도 그의 태반의 작품이 단순한 관념의 산물이 아니라 현자의 실사를 통한 화조의 새로운 접근에 근거한다는 사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화조이면서 자칫 고루해질 수 있는 형식미를 대담히 벗어나 현자에서의 화조를 직업 대하는 것 같은 리얼한 접근과 동시에 그림으로서의 장르 의식을 잃지 않는 격조를 아울러 지니고 있음이 그의 작품의 특징이다.

허달재_梅花_61×44cm(8폭)_2011

그의 대폭의 화면속에서 만개한 매화를 자주 대할 수 있으며 이에 못지않게 포도와 과일과 꽃이 등장한다. 화면 가득히 채워지는 매화나 또 다른 화훼들은 단순한 대상의 묘출보다 대상과 공간과의 관계의 독특한 추구가 한결 돋보인다. 옛 작품에서도 여백의 문제는 동양화의 주요한 공간 문제로 떠올랐지만 그것을 현대적 시각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수밖에 없다. 여백은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대상과의 관계위에서 성립되는 잠정적인 구성의 인자다. 가득히 만개한 꽃으로 채워지는 화면에서 들어나는 틈새의 여운은 그려진 부분과 그려지지 않은 부분의 관계가 아니라 그려짐으로써 비워지고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독특한 관계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허달재_梅花_191×133cm_2010

그의 이번 작품들은 대단히 섬세한 붓질과 단아한 설채로 인해 그윽한 여운을 남긴다. 그러가하면 활달한 일회성의 운필을 통한 대상의 표현적인 묘사는 문인화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것 같은 인상이다. 끝이 뾰죽한 옛 토기 모양의 형상은 빠른 운필과 고담한 묵혼으로 인해 한결 그윽한 맛을 주면서도 날카로운 정신의 울림을 동반하고 있음을 지나칠 수 없다. 이 계통의 작품은 최근 처음 시도하는 영역이 아닌가 보는데 그의 또 다른 조형적 관심을 피력해 보이고 있음이 역력하다. 수묵의 회화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에서 그의 이 같은 관심의 피력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허달재

회화는 한 개인에게는 정신의 표상이지만 그가 처한 지역과 시대와의 긴밀한 관련속에서는 문화적 현상이지 않을 수 없다. 허달재의 작품은 허달재 개인의 양식이요 개인의 조형적 관심의 피력이지만 동시에 그가 속한 지역과 시대와의 관계속에선 시에 집단적 개성의 한 존재가 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그의 예술이 전통의 향기를 잃지 않으면서 현대적 계승으로서의 지혜로운 해석을 계속 지녀가기를 기대해 본다. ■ 오광수

Vol.20110213c | 허달재展 / HUHDALJAE / 許達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