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nce

임수현展 / LIMSUHYUN / 林秀賢 / photography   2011_0316 ▶︎ 2011_0321

임수현_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6공구 #1_C 프린트_70×70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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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31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2층 Tel. +82.2.734.1333 gana.insaartcenter.com

Fence ●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관악산 입구에 있다. 전철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버스에서 내리면 코끝으로 나무 냄새, 산 냄새를 느낄 수가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 속에서 이렇게 자연의 소리를 듣고 맡으며 사는 나는 참 행운아라는 생각을 했다. 서울 안쪽 도심에서 일을 하다 돌아오면 이곳은 도시가 아닌 양 나에게 맑은 공기를 선사해주고 저녁에는 간간이 안개가 끼곤 해서 그 풍경이 고즈넉한 시골길을 연상시키곤 했다. 하지만, 이제 이런 풍경이 마지막이라고 하니 아쉽기 짝이 없다. 이곳에 터널이 생기기 때문이다.

임수현_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6공구 #2_C 프린트_70×70cm_2010

"공고 :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5공구 관악터널 개설공사 관계로 인하여 매일 4회 발파가 있을 예정이며 소음과 진동이 발생될 수 있으니, 이 점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발파 예정 시각 오전 8:00~9:00, 오전 11:00~11:00, 오후 13:30~14:30, 오후 16:00~17:00" 세대마다 붙여진 공고문은 공사가 시작됨을 알림과 동시에 하루에도 몇 번씩 땅과 유리 창문을 울리는 떨림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듯했다. 관악산이란 지리적인 위치 때문이었을까? 가로수를 뽑고 그 자리에 세운 공사장 펜스에는 나무 사진의 실사가 붙었다. 포토샵으로 나무들을 조합하여 이미지를 만든 후 크게 출력하여 펜스에 부착해 그 자리에 나무가 있는 듯 나무 병풍을 만든 것이다.

임수현_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6공구 #3_C 프린트_70×70cm_2010

그 날도, 저녁에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을 게다. 눈이 언제 왔는지 캄캄한 밤에 나무들 가지 위로 쌓인 눈은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 앞으로 다가온 벚꽃, 나무가 눈을 맞아 하얗게 변한 것을 뒤로 하고 바로 맞은편의 공사장 펜스에는 커다란 벚꽃나무가 하얗게 피어 있었다. 같은 나무이긴 하나, 하나는 실제인 눈 맞은 하얀 나무, 다른 하나는 실사 이미지인 하얀 벚꽃. 그 장면은 겨울과 봄, 그리고 현실과 이미지의 대립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하얗다'라는 공통된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러니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내겐 모순으로 가득 찬 현대성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곧바로 집에 들어가자마자 사진기를 들고 다시 나와 촬영하였고 「Fence」 시리즈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임수현_신분당선전철(강남-정자) 2공구 #1_C 프린트_70×70cm_2010

촬영은 주로 밤에 했다. 밤에 한 까닭은 처음 촬영하게 된 계기가 밤의 풍경이었고, 컴컴한 밤에 가로등과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을 받아 홀로 서 있는 펜스의 모습은 흡사 연극의 무대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나에게 낯선 신선함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물론 공사장이기 때문에 가로등이나 불빛이 없는 곳들도 많았다. 그런 지역은 주로 새벽을 이용하여 촬영하였다. 펜스라는 피사체의 특성상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정면성을 이용하되 실사와 자연, 봄과 겨울 등 대립요소를 보여주려 하였다. 정방형의 프레임인 핫셀로 촬영하였는데 그 이유는 펜스라는 기다란 장막을 정사각형 안에 담아 왠지 모를 긴장감과 답답함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사 이미지를 한 펜스들을 찾아 공사장을 돌아다니면서 실제로 공사장에는 그리 실사를 차용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완공된 건물조감도나 시공사를 크게 강조한 광고물들이 채우고 있었다. 실사를 이용한 펜스는 공사규모가 크고 공사기간이 긴 (최소 2년 이상이 되는) 현장에서만 사용했다. 그것은 시공사들이 도시 속에서 보이는 경관을 생각하였음을 보여준다.

임수현_신분당선전철(강남-정자) 2공구 #3_C 프린트_70×70cm_2010

그런데 왜 하필 자연의 이미지일까. 그건 어쩌면 양심의 소리에서 나오는 일말의 움직임이 아닐까. 자연을 파괴하지만 자연은 인간과 공존할 수밖에 없으며 편안한 안식처임을 알고 있기에 조금이라도 그 모습을 닮으려 하는 것은 아닐런지.... 마샬 버만이 『현대성의 경험』에서 얘기하듯 자본주의 초기의 산업적인 면은 필연적으로 '발전의 비극'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 속에서 끊임없는, 혹은 퇴행적인 건설공사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끊임없이 질주해야만 하고 남들에게 보이는 삶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은 흡사 펜스 속의 나무들을 닮았다. 조악한 실사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한 펜스처럼 우리들도 허망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 임수현

Vol.20110221c | 임수현展 / LIMSUHYUN / 林秀賢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