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 laugh

이순구展 / YISOONGU / 李淳求 / painting   2011_0531 ▶︎ 2011_0608

이순구_그곳에 무엇이 있나?_캔버스에 유채_50×72.7cm_20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쌍리갤러리 GALLERY SSANG LEE 대전시 중구 대흥동 249-2번지 Tel. +82.42.253.8118

회상 scene ● 청소년기에 승복이나 사제복이 아름답게 보였다. 절제된 무채색, 그곳에서 묻어나는 간결의 필요성에 의한 단순미와 통일감, 그 느낌에서 울어나는 홀연한 어떤 것에 마음이 쓰였다. 이러한 표현은 선(線)의 마술적 움직임에 따라 형상들이 갖추어지는 미술과 조우하며 그 깊은 감정들을 익혀나갔다. ● 흙벽이나 마당에 그렸던 놀이그림의 발견 이래 도화지에 그리는 그림은 항상 거리낌이 없었던 기억이다. 그러나 오륙학년쯤 교과서의 그림을 베껴 그리라던 「숙제」로 인해 신물이 났다. 그땐 그런 선생님도 있었다. 그 후 겨울방학 잡지에서 본 유화의 기법을 수채화 물감으로 흉내를 내보던 기억의 한 토막과, 청소년기 그림에 푹 빠진 시기를 회상한다. ●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며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어쩌면 이리 처연(凄然)한 마음일까. 매일 그린다는 생각으로 붓을 빨아놓지 않던 시간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실행되어져야하는 필연들이 뒤따라야 이루어지는「현실」의 규범을 몰랐다. ● 지금도 여전히 자본주의로 치우친 생각으로 무장한 강자의 세상으로 구성되어있지만, 8,90년대의 한국미술계는 현대성이란 미명아래 자본의 고질적 이데올로기의 극치를 이룬 선명한 자국들이 보인다. 부단한 휘돌림의 장이 펼쳐졌다.

이순구_늘,언제나,항상_한지에 유채_53×45.5cm_2011 이순구_웃다_한지에 유채_53×45.5cm_2011
이순구_봄에 웃다_한지에 유채_53×45.5cm_2011 이순구_허허실실_한지에 유채_53×45.5cm_2011

창의 scene1 ●「웃는 얼굴」을 그리는 표현법은 다분히 기호적이다. 생략하여 특성을 극대화하려고 하였다. 형상을 대상의 특성만 남겨놓으면 스틱맨(stick-man)이나 이모티콘(emoticon)과 같은 기호로 근접한다. ● 그동안 시간의 역사를 증명하듯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사실유형의 그림그리기와 마티에르나 물감의 번짐에 의한 표피성(Superficiality) 드러내기, 현장에서의 설치, 문화(文化)로서의 무늬그리기(문화는 무늬[文]의 변화[化]과정), 패러디와 복재, 형상의 변형(Anamorphose), 그리고 다시 표피(surface)로서의 무늬그리기 등 유형은 다양했다. 그 관점의 중심은 결국 인간이었지만 물성 그 자체의 본질에 바탕을 두었다. 긴 시간 타인보다 내 중심의 자괴감에서 삐어져 흘러내린 연약한 막(membrane)의 형성이었다.

이순구_웃다-소녀_캔버스에 유채_72.7×50cm_2011 이순구_웃다-소년_캔버스에 유채_72.7×50cm_2011

창의 scene2 ●「웃다」. 바람처럼 웃다. 바람이 웃고 흔들리는 풀잎이 웃다. 간결한 삶속에 간절하게, 혹은 간절한 생활 속에 간결하게 웃다. 무딘 칼로 질겅질겅 무를 썬다. 너덜너덜 단면의 생채기와 같은 상처가 손가락에 파인다. 쓰린 아픔에 「웃다」. ● 말똥이 굴러간다. 한 무더기의 애들이 까르르 웃다. 옆에 있던 애들 중 하나가 찍- 내 뱉는 침 사이로 입이 웃다. 한 무리들이 기쁘거나 만족스러워 하며 얼굴을 활짝 펴 소리를 낸다. 얼굴이, 몸통이, 팔과 다리가, 손가락과 발가락이 환한 표정을 지으며 어떤 종류의 웃음을 웃는 것이다. ● 한 시절 한가로운 정오 오십오분 「김삿갓 북한방랑기(1964.5~2001.4)」에서 울려 퍼지던 김삿갓의 웃음이 허허로웠다.「개그콘서트」의 "달인을 만나다."는 기예(技藝)의 웃음을, "생활의 발견"에서는 일상의 뻔뻔함에 공감하며 웃는다.

이순구_아- 편타_한지에 유채_45.5×53cm_2011

Allegory scene ● 상형시대는 뜻과 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했다. 형상화는 그 대상의 모양과 내용 그리고 느낌까지 담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상형시대(New-Pictograph Age)라 불릴 현대 이미지 세계는 선사시대, 사물과 닮은 이미지의 '충격'보다는 일상적으로 되었지만 그 활용이 극대를 이룬다. 이미지는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유형들이 즐비하지만 이모티콘이라 불리는 기호체계는 현대인들의 유용한 표현수단이자 즐기는 놀이가 되었다. ● 대상을 인지하는 것은 먼저 형태이고, 다음으로 내용이다. 그리고 부드러움이나 냄새 같은 촉각이나 후각에 의해서도 식별하게 된다. 그림은 이런 요소 중 하나를 주제삼아 작가의 끊임없는 추구에 의해 그려내는 결과이다. ● 과거 도상들은 물성(物性)이 배제되고 신격성(神挌性)을 중시해 숭배시하였으나, 점차 미술은 신격성보다 물성 그자체가 남겨져 물성의 근원적인 물음들로 가득하게 되었다. 한발 더 나아가 물성과 그에 따른 현상들을 즐기게 되었다. ● 이미지는 다음과 같이 변화한다. "이미지는 최초 사실성의 반영이다./이미지는 최초 사실성을 감추고 변질시킨다./이미지는 최초 사실성의 부재를 감춘다./이미지는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어떠한 사실성과도 무관하다." 따라서 이미지는 자기 자신의 순수한 시뮬라크르(simulacre)를 위한 본질이다. 이러한 개념은 미디어와 기기의 발달로 한층 위용을 더한다.

이순구_꽃피는 봄_캔버스에 유채_60.6×90.9cm_2011

웃다 scene ● 일반적으로 웃음의 텍스트들은 웃음의 기술이나 성격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되나 대표적인 것은 골계(comic), 풍자(satire), 해학(humor)이다. 골계는 우스갯소리로 남을 웃기기 위한 재미있고 우스운 말이나 짓이며 익살에 해당한다. 풍자는 사회의 부조리나 악습, 불합리 등과 사람의 위선이나 결핍, 어리석음 등을 지적하고 조소하는 형태의 풍자나 고발을 뜻하는데, 여기서 상대적인 명쾌함이나 이로 인해 웃음이 터지게 된다. 해학은 적대감보다는 대상을 포용하는 태도를 지니며 인정어린마음이나 생활의 지혜에서 얻어지는 관조의 미소이자 너그러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 시대의 황당한 소리 없는 폭력도, 이에 대한 무대책의 천진한 반항도 모두 조롱과 회의의 대상이다. 그러나 어이 상실, 금전의 위기보다, 실없이 스스로 대단한줄 착각하는 주변의 개운치 않은 인물들, 종국에는 이러한 자만의 오해가 또 다른 사람들에게 끼치는 상처는 무딘 칼로 질겅거리는 것과 같다. ● 성실하며 건전한 문화, 진지한 태도와 상호 신뢰의 인간성, 지식인의 의무감, 용기 있고 의리 있는 자아, 정의가 구현되는 사회를 포기하였으며, 오히려 이것을 앞세워 온갖 짓을 평이하게 저지르는 오늘…, 앞에 제시한 어떤 웃음을 웃어야 할까.

이순구_ㅎㅎㅎ 웃다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11

다짐 scene ●「웃다」는 기존의 「웃는 얼굴」에 비해 많은 변화를 준 것은 아니며, 언제나 회화의 모서리에 그 각(角)을 두고 있으며, 때로는 시니컬리즘(Cynical Realism)의 한 측면을 표현하기도 할 터이다. 때로는 그 표정에서 미소(媚笑)와 냉소(冷笑)를 동시에 포함하기도 하지만 밝은 웃음이 대표적인 코드로 읽혔으면 하는 바람은 아직 변함이 없다. 따라서 원형은 동그라미 하나와 점 두개, 그리고 곡선하나의 스마일 마크이며, 얼굴보다 웃는 모습은 훨씬 더 실재 그 이상으로 보이도록 생략과 과장의 여러 방향과 심미적 사유로 노력하였다. ■ 이순구

Vol.20110531b | 이순구展 / YISOONGU / 李淳求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