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풀, 나비의 망적지적(忘適之適)의 순간들

허문정展 / HEOMUNJEONG / 許文丁 / printing   2011_0601 ▶ 2011_0607

허문정_butterfly_소프트그라운드 에칭, 애쿼틴트_59×3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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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60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4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꽃과 풀, 나비의 망적지적(忘適之適)의 순간들 ● 여기저기 뛰어노는 허문정의 작품 속 나비들은 꽃을 업고 있다. 꽃을 쫒기보다, 마치 꽃처럼 물화 物化된 것은 사물들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그리고 그 정체들을 이리저리 흔들리게 한다. 마치 그것 같지만, 그것 같지 않는, 그러면서 다시 그것인 것이다. 장자가 나비 꿈에서처럼 나와 사물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을 경지를 '도'라 하였다면, 그러나 그녀의 물상들은 그 경지와 속세의 경계에 서있는 것처럼 불안하기도하다. ● 이천십일년 유월의 신문의 1면에서는 구제역, 지진, 쓰나미, 홍수, 방사능비, 중금속황사와 같은 것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를 멈췄다. 그러나 이젠 기후변화와 대기권오염, 환경파괴 같은 이야기는 신문에서 읽어 내리기보다, 오늘과 내일에 부는 바람과 햇빛, 봄비와 아지랑이, 마을을 굽어 흐르는 물과 땅에서 자라는 모든 것에마저도 두려운 경계를 드러내어야만 한다. 작년 봄볕에 그녀의 작업실 마당에서 자라던 꽃들은 올해도 피었다. 바람도 불고 햇빛도 좋았다, 비도 내리고 땅도 붉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린 부서질 것 같은 자유로운 자연을 망적지적(忘適之適: 넉넉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조차 자각치 못하는 경지의 쾌적함)의 순간으로 느끼기엔 오늘의 일상이 왠지 불안하다. 그녀의 소박한 자연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허문정_in nature-spring_소프트그라운드 에칭, 애쿼틴트_29×39cm_2011
허문정_in nature-spring_소프트그라운드 에칭, 애쿼틴트_29×39cm_2011
허문정_in nature-spring_Etching, 애쿼틴트_89×59cm×2_2011

허문정은 하늘거리는 봄의 원피스를 입은 것처럼 자유 분망한 그녀의 마당에서 자라는 들꽃과 이름 모를 풀들, 그리고 나비와 새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꽃과 풀, 나비의 망적지적의 순간들로 그녀는 불안한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찾아내려고 했나보다. 매일을 일기 쓰듯 그려나가는 꽃잎들과 나비의 날개 짓은 빡빡한 도시에서 누리지 못한 호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왠지 오늘이 지나고 나면 누릴 수 없는 햇볕을 아쉬워하며 꽃잎이 타버릴 때까지 헤벌리고 있는 창포는 처연하게 회색빛 화면에 고개를 들고 있다.

허문정_in nature-spring_Etching, 애쿼틴트, Chine Collé,∙drawing_30×60cm×2_2011
허문정_in nature-spring_소프트그라운드 에칭, 애쿼틴트, Chine Collé, drawing_30×60cm_ 2011

그녀의 작업 과정은 드로잉을 시작해서 판화로 옮겨지는 근원적인 작업들로 이뤄지며, 꽃잎과 나뭇잎을 찍어 내는 과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전의 작업에서 사용하였던 소프트 그라운딩기법은 이번작업에서 더 자주 사용되었고, 그것의 바탕이 되는 종이까지 한지를 사용하여 대상을 드로잉하고 직접 수채하여 배접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단일한 화면위에 예민하고 섬세한 제작방법으로 표현된 대상들이 자유롭게 배열되고, 선과 색 그리고 물상들이 전경과 배경으로 나누지 않고 구성됨으로서 좀더 자율적인 조형성이 나타나게 되었다. 하나의 화면 속에 표현된 서로 다른 땅에서 자란 것 같은 올망졸망한 풀과 꽃들은 춤을 추듯이 마치 세잔의 탁자위의 사과들처럼 우주 속에 유영하는 행성과 같이 느껴진다. 그것은 도리어 그녀가 사랑하는 풀과 꽃, 나비들을 속박하지 않고 더 자유롭게 소박하게 느끼게 한다.

허문정_butterfly_소프트그라운드 에칭, 애쿼틴트_20×15cm×4_2011

누군가 "그림은 그리는 자의 것뿐만 아니라 관조하는 자의 것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예술이란 것은 당연히 인간의 삶이나 혹은 자연의 모방이라 할 수 있다. 인간들은 예술을 빌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삶의 모습과 자연의 형사(形寫)를, 우주의 섭리(攝理)를 나타냄으로써 스스로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다스렸으며 역사의 시간을 지탱해 왔다. 삶의 질곡(桎梏)도 세계의 흥망도 관조(觀照)함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더욱이 인간은 자신의 생(生)을 통해 본능적으로 자기를 보존(保存)하고자 하는 그리고 그것을 상선(上善)하는 방법을 깨달아 간다. ● 허문정, 그녀가 꽃과 풀, 나비들이 하나가 되어 더 이상 두려움이 없는 자연의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것처럼, 오늘, 자연이 내보이는 유유자적(悠悠自適)함을 자연을 통해 오감으로 느끼는 방법을 깨달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근원에서부터 자유롭고 넉넉한 그리고 생생한 자연을 그녀만큼이나 우리도 소망하지 않는가? ■ 성원선

Vol.20110604g | 허문정展 / HEOMUNJEONG / 許文丁 / printing

@ 60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