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사는 것들

이윤경展 / LEEYOONKYUNG / 李倫炅 / painting.photography   2011_0615 ▶︎ 2011_0621

이윤경_집안의 서식물-3_캔버스에 유채_38×45cm_2011

초대일시 / 2011_0615_수요일_05:00pm

갤러리 31 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31 GALLERY 31 서울 종로구 관훈동 31번지 B1 Tel. +82.2.732.1290

거실에 식물을 들여다놓고 가까이서 들여다볼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가끔 말라죽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물을 주는 경우나 화분의 배치를 바꾸려는 경우, 아니면 화분받침을 좀 씻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경우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그 존재감은 종종 잊혀진다. 하지만 이윤경의 그림에서 등장하는 화분은 원래의 존재감보다 한층 더 격상된 위치를 부여받아 작품의 주인공이 되어서 때론 화면 한 가운데, 때로는 그림 속 깊은 공간속에, 때로는 작은 스파이더맨이 기어오를 수 있도록(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붙들고 매달려있을 수 있도록) 친히 자리를 허락해주고 있다. 게다가 식물과 함께 등장하는 호랑이의 모습은 마치 유령과도 같은 모습이거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살금살금 걸음을 옮기는 침입자의 모습으로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림의 구석구석에 등장하는 호랑이의 이미지는 어느 틈새를 통해 비현실의 세계에서 일상의 현실세계로 몰래 숨어들어온 것 같다. 그리고는 쉬이 도망가지도 않고, 얌전히 숨어 있다. 마치 들키지 않을 때까지는 나가지 않을 것 같은 요량으로. 일상공간을 바라보는 너무나 익숙하고도 무료한 시선에 돌을 던진 식물과 호랑이는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 '집'이라는 공간이 가진 다양한 속성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평안함, 안락함, 따뜻함'이라는 정서를 떠올리기 쉬운 '집'이라는 공간이 사실 그 안에 수많은 불안과 공포, 다양한 욕망의 충돌, 위험함 역시 담고 있음을 식물과 호랑이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다층적의미를 지닌 식물과 호랑이가 스파이더맨과 소라껍질의 묘합 조합으로 초현실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데 이것이 사실은 무척이나 현실적인 장면들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호랑이는 집안에 있는 상당히 크기가 큰 인형이고, 스파이더맨과 소라껍질 등은 우연찮게 원래 그 자리에 놓여있던 것들이다) 우리는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선에서 서 있는 듯 한 쾌감을 느낀다.

이윤경_집안의 서식물-4_캔버스에 유채_38×45cm_2011
이윤경_집안의 서식물-5_캔버스에 유채_38×45cm_2011

이렇듯 이윤경은 일상적 풍경들을 작품의 소재로 포착해내면서 너무도 당연한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할 묘한 감정, 사뭇 낯이 설기까지 한 감정들을 이끌어낸다. 부끄러움도 없이 활짝 열려진 채 속살을 다 드러내놓고 있는 이불장, 얼기설기 켜켜이 쌓여져 숨가쁜 삶의 하루하루를 대변해주고 있는 듯 한 신발장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시선이 포착한 사물들은 단순한 사물의 의미를 벗어나 그 사물과 관계된 사람들의 삶을 대신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현실적인 우리의 삶을 마주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을 갖게 하고 이러한 태도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공간을 그린 작품 「오래된 집-영화 파이란에서」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 영화라는 비현실 속에 등장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삶의 공간에 주목하고 작업으로 형상화하기에 이르렀다.

이윤경_문들-진양상가아파트_디지털 프린팅_29.7×21cm_2011
이윤경_문들_진양상가아파트1015호_디지털 프린팅_29.7×21cm_2011
이윤경_집안에 있는 안전한 맹수_캔버스에 유채_162.2×112cm_2011

내가 그리고자 한 풍경은 삶의 총체성이 녹아있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장소에 대한 풍경이다.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그 자리의 풍경은 지리멸렬한 것부터 고매한 것까지 삶의 많은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나의 작업의 시작은 그 삶의 풍경을 그려내는 데 있다. (작업노트 中) ●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너무도 당연해서 그 존재감이 미미한 사물들, 혹은 그러한 풍경들을 포착하는 이윤경의 작품들은 그 미미한 사물들에 새로운 존재감을 부여하고, 다양한 감정의 층을 담으면서 일상을 다시금 생경한 시선으로 둘러보게끔 유도한다. 그리고 그러한 시선으로 돌아본 풍경 속에 우리들의 삶이 녹아있음을 이야기하며 스스로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무료해지거나 덤덤해지지 않고 신선함을 갖기를 제안하고 있는 듯하다. ■ 양혜진

Vol.20110616c | 이윤경展 / LEEYOONKYUNG / 李倫炅 / painting.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