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逍遙)하는 자연

표인부展 / PYOINBU / 表仁夫 / painting   2011_0621 ▶︎ 2011_0627

표인부_소요(逍遙)하는 자연_장지에 아크릴칼라, 먹_150×105cm_20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8:00pm

광주신세계갤러리 GWANGJU SHINSEGAE GALLERY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49-1번지 신세계백화점 1층 Tel. +82.62.360.1630~1 department.shinsegae.com

소요(逍遙)하는 자연 ●"선(드로잉)의 그 어떤 것을 구현하기 위해서 사실적 혹은 구체적 형상을 버리고, 처음 사물에서 느낀 이미지들을 내 자신의 순수한 감성으로 접근해서 표현하고자 했다. 사물들을 내가 인식한 내 의식들 속의 순수한 감각들을 동원해서, 그 사물이나 대상에 접근하여 마침내 그 정점에 도달하며, 비로소 맞이하게 되는 그 사물이나 대상의 본질에 접근해 보고자 함이었다... 표피적인 인식들에서 보여 지는 사물의 이미지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해체해 들어가면, 그 사물의 본질에 근접할 것이며, 작가 본인의 진실성이 증명되리라는 막연한 기대 하나만 믿기로 했다..." (작가노트) ● 작가 표인부(表仁夫)의 작업에 있어서 서양화와 한국화의 이분법적 경계설정은 무의미하다. 이는 학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중국으로 건너가 수인(水印)판화를 학습한 그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인물이나 풍경을 소재로 하여 부단한 기법적 실험의식으로 점철된 모색의 시간을 거친 후, 근자에 보여 지는 작품들은 아크릴 물감과 장지, 먹의 물성을 활용한 동양적 사유의 궤적을 현대적 어법으로 구현하고 있다.

표인부_소요(逍遙)하는 자연_장지에 아크릴칼라, 먹_90×140cm_2010
표인부_소요(逍遙)하는 자연_장지에 아크릴칼라, 먹_150×210cm_2011

그는 산수 혹은 풍경을 그린다. 그러나 그가 그리는 풍경은 단순히 가시적으로 설명 되어 지는 실경(實景)으로서의 자연이 아닌 그 근저에 숨어 있는 본질적인 것으로서의 자연 그 자체에 해당한다. 이를테면 자연의 외피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방식과는 거리를 둔 심상(心象)으로서의 자연풍경을 그리는 것이다. 그로인해 그의 화면 속 풍경은 감춘 듯 드러나는 미완의 형상들이 어우러지고 마치 심리적 거리를 두고 소요하는 듯한 묘경(妙境)으로서의 자연의 자태가 시선을 끈다. ● 그가 자연의 본질을 추출하기 위해 선택한 주요한 조형인자는 색과 면보다는 선, 즉 운필에 집중 되어 있다. 흰색 아크릴 물감을 바탕으로 하여 그어진 졸박한 필선의 유희는 존재 일반의 존재성을 향한 천착 하에 순수의 극단으로 진입해 간다. 또한 근원적 색으로서의 흑과 백의 화응과 변주 역시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는 치밀한 조형적 계산이나 의도성을 배제한 채 즉흥적 영감이나 느낌을 통로로 하여 물감을 바르고 먹을 입히고 다시 형상을 그리고 지우는 지난한 반복의 과정을 지속한다.

표인부_소요(逍遙)하는 자연_장지에 아크릴칼라, 먹_140×180cm_2010
표인부_소요(逍遙)하는 자연_장지에 아크릴칼라, 먹_72×105cm_2011

화면에서 드러나는 운필의 개성은 모필이 아닌 나뭇가지나 막대기를 사용함으로써 나름의 독창성을 확보한다. 선의 굵기나 각도, 고저장단에 따른 필선의 강약대비는 보일 듯 말듯 한 형상과 공간의 긴장 관계 속에서 시각적 여유와 깊이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적막한 시공(時空)을 가르는 간결하면서도 고졸한 감성의 빛깔을 유발하는 필선의 울림이 생략에 의한 개략적 묘사의 묘미를 창출하면서 화면에 속기(俗氣) 없는 고적함마저 실어 내는 것이다. 거기에는 바람소리, 그늘과 같은 소슬한 기운에서 발아하는 문사(文士)적 운치와 내밀한 인격의 표상마저 현현 되고 있다. ● 나아가 간이한 형상너머로 드러나는 여백으로서의 공간은 흑과 백, 허(虛)와 실(實)의 변증적 미감의 창출만이 아니라 화면을 초연한 깊이감과 미묘한 뜻이 담긴 묘경의 경지로 끌고 간다. 예컨대 성글고 간소한 운율이 산수와 마주한 작가의 초연한 심경만큼이나 속기 없는 음성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순연한 정감(情感)의 세계를 일깨우게 한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할 때 그가 발현해 낸 화경은 풍경을 기조로 하여 주관적 심상으로 재구축한 내면탐구의 결과물이자 시류에 편승하지 않은 우직한 정공법(正攻法)에 따른 조형적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 손청문

Vol.20110621a | 표인부展 / PYOINBU / 表仁夫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