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ictorial Scene

최예슬展 / CHOIYESEUL / painting   2011_0705 ▶︎ 2011_0729 / 월,공휴일 휴관

최예슬_Crescendo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0

초대일시 / 2011_0713_수요일_05:00pm

기획 / 금호미술관

관람시간 / 화~토 10:00am~07:00pm / 일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복합문화공간 크링 CREATIVE CULTURE SPACE KRING 서울 강남구 대치동 968-3번지 Tel. +82.2.557.8898 www.kring.co.kr

'그린다는 것'의 의미가 무색해진 현대미술에서 젊은 작가 최예슬의 평면작업은 다시금 회화만이 지닐 수 있는 몇 가지 미덕을 여실히 보여준다. 「Crescendo」(2010)나 「Having accumulated during the days」2011) 시리즈 등 거의 모든 페인팅에서 사용된 짧고 굵게 눌러 그려진 파편화된 붓자국은 수없이 겹쳐지면서 캔버스의 중심축을 향하여 그 밀도를 더해가고, 이 강렬한 색면과 물감이 흘러내리며 이루는 묘한 대조는 감성적인 색감과 더불어 그녀의 회화작업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일종의 언어이자 기호이다. 이러한 붓질(Brush stroke)의 힘과 함께 작품이 지닌 '구상적인' 호소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캔버스 안에서 나름의 시각적 질서를 만들어낸다. 마치 한 떨기 꽃봉오리를 클로즈업해 놓은 듯한 인상은 작가의 그 의도여부를 떠나 보편적인 미적 감정을 일으키기에 탁월한 조형성을 제공한다. ● 그러나 최예슬 작가의 작업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작업이 이미지의 조형적 미감이 아닌 질료가 지닌 물성, 그 자체의 탐구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작업 과정에서 '~에 대하여'라는 대상의 설정보다는 '~으로'라는 논법에 대한 관심이 주를 이루어 진행된다는 것이다.

최예슬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0
최예슬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45×214cm_2010

물질의 적나라함은 얼핏 보면목적을 잃은 듯 보이나, 나에게는 어디론가 데려가야 할 벗이었다. 이미지의 요소로서 작용할만한 질료의 범위는 설정되지 않은 채, 어느 정점을 향해 나아간다. ● 작가가 말하는 "물질의 적나라함"이나 "질료의 범위" 따위에서 드러나듯, 작가는 처음부터 질료가 갖는 물질성에 대해 주목하였고, 이러한 태도는 드로잉작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못이나 나무 등으로 종이 위에 콜라주 한다거나 유화물감에 섞어 사용하는 오일을 마치 물감처럼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등 갖가지 실험을 가하면서 비록 제한적인 범위내일지라도 재료의 특성이 주는 조형적 미감을 구현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따라서 모더니스트 회화가 '자기-환원적(self-reductive)'인 방식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하면서 그 정체성을 마련하였다면, 최예슬 작가의 평면작업은 오히려 그 평면성에서 벗어나 무한히 증식해나갈 수 있는 여지를 지닌 '기초적인' 미디엄이라고 볼 수 있다.

최예슬_Move slowly_혼합재료_150×150cm_2010
최예슬_Drawing_종이에 혼합재료_56.5×38cm_2010

이번 전시의 인스톨레이션은 이러한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작가의 진일보된 단계로 평가될 수 있다. 벨벳천과 나무를 수집하여 개방된 공간에 집적시킨 이 설치작품은 두 소재의 상반되는 물질성 내지는 재료의 특성을 통하여 조형적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벨벳천 특유의 유동적인 굴곡이 만들어내는 반사된 빛의 화려한 레이어들과 촉각적 부드러움은 견고한 나무토막이 주는 수수한 색감과 대조를 이루며 바닥에 무겁게 깔리고, 그 위로 다양한 형태의 나무가 매달리기도 하고 위태롭게 세워지기도 하면서 극적인 배치가 주는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 그리하여 평면 캔버스의 물리적인 한계에서 탈피하고 공간으로의 확장을 구현해내려는 제스처로서 읽힌다.

최예슬_Untitled_벨벳천, 나무_2011
최예슬_Untitled_벨벳천, 나무_2011_부분

최예슬 작가의 개인전 『A Pictorial Scene』은 작가의 기존 평면작업의 뉘앙스를 충분히 엿볼 수 있는 페인팅 및 드로잉작업과 더불어 설치작업으로 구성된다. 평면과 입체라는 본질적으로 다른 양상의 매체작업에서 하나로 관통하는 작가의 시각, 즉 각 질료 고유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것이 주는 시각적 조형미에 대하여 끊임없이 연구하는 작가의 태도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해본다. ■ 이경미

Vol.20110705j | 최예슬展 / CHOIYESEUL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