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ORY

김경민展 / KIMGYUNGMIN / 金庚民 / sculpture   2011_0706 ▶ 2011_0731 / 월요일 휴관

김경민_2011 서울모터쇼_F.R.P에 아크릴채색_250×400×180cm_2011

초대일시 / 2011_0706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화~토 10:00am~06:30pm / 일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GALLERY SUN CONTEMPORARY 서울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Tel. +82.2.720.5789, 5728~9 www.suncontemporary.com

김경민의 팝 리얼리즘 15년사 - 근작 「라이프 스토리」와 관련하여 ● 김경민의 근작 「Life Story」에는 작은 눈과 큰 코, 넉넉한 입과 큰 테의 안경, 사선으로 내리 뻗은 길다란 말상을 한 마음씨 좋은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작은 선물보따리를 양손과 팔에 휴대하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빨간 넥타이와 푸른 상의, 세로줄무늬의 바지에다 두툼한 구두를 신고 활달한 걸음으로 걷고 있다. ● 근작 속의 사람들은 야위었고, 팔과 다리는 금새 꺾일 듯 가냘프다. 현실 속의 사람 같지 않다. 분명히 어느 시사 풍자만화나 코믹 스트립comic strip에서 길고 가느다란 인간, 이른 바 스트립들로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외관상 특징이나 결점을 우습고 재미있게 과장한 풍자화의 주인공들이다. 확실히 캐리커처caricature의 공간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다. 이 주인공은 과도한 부담을 짊어지고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있다. 비틀리고 구부러진 모습이 역역하다. ● 남성 주인공의 파트너로서 핑크 빛 의상에다 길다란 검정 부스를 한, 아주 더 가냘픈 여성 주인공이 등장한다. 여성 주인공 역시 여리고 핏기 없는 긴 팔과 다리를 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은 이내 변장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용된다. 검은 경주용 승용차를 대동하거나, 서로 때를 밀어주는 흐뭇한 자태를 보이기도 하고, 아빠가 아이들을 어깨에 메고 자전거를 몰고 달리면 엄마는 하늘을 향해 얼굴을 치켜든다. 급기야는 녹슨 바퀴가 소음을 내고 속도를 더한다. 달리기가 끝나면 귀가해서 변기에 앉아 일을 보는, 하루하루의 반복되는 가족들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즐거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김경민_집으로_스틸, F.R.P에 아크릴채색_53×80×15cm_2011

김경민의 근작 조각들의 연원은 일찍이 1997년 대학원 시절로 소급된다. 당시 작가는 「풍자적 리얼리즘에 관한 조형성 연구」라는 석사논문을 쓰고 「자유의 야성적인 행복감」, 「도시의 남자」같은 해학과 풍자를 담은 인간상을 다룬 작품을 발표한 바 있다. 근작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닐 수 없다. ● 애초 김경민의 조각은 1900년대 초 채플린의 일생을 영화화한 희극을 조각으로 옮기려는 데서 시작되었다. 당시 작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삶 속에서 추함 비속함 하찮음 얄팍함, 간단히 말해, '이상과 모순'을 감지해내어 웃음 아이러니 사어캐즘에 의해 세계를 부정할 수 있을 때에만 희극적인 것이 된다. 지금까지 조각은 인간의 미적 측면을 긍정하고 찬미하는 예술이었지 '심판하는' 예술은 아니었다(「풍자적 리얼리즘에 관하여」 1997, 2에서 일부 번안). ● 이 언급은 김경민이 자신의 조각세계를 일상의 삶이 내재하고 있는 이상과 모순을 있는 그대로 직파하는 데서 찾고자 하였음을 말해준다. 일상을 찬미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희극양식으로서 '비판'이 담긴 조각을 창도하려는 데 목적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 그녀의 비판으로서의 조각은 일상을 겨냥하는 한편, 일상에 대한 비판을 통해서 현실을 포착하려는 데 있다. 그 방법이 웃음, 아이러니, 사어캐즘이다. 작가에게서 '웃음'은 이를테면, '웃음 속에 칼이 있다'는 말처럼, 웃음 자체보다는 웃음을 빌려 실상을 끄집어내려는 수단이다. 흔히 우리 말의 '해학'諧謔 humor이 여기에 속한다. 겉으로는 익살스럽고 품위 있는 농담이고 표정이긴 하나, 이를 빌려 자신의 내면에 은폐하고 있는 실상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아이러니'irony는, 예컨대 '웃음'을 앞세워 웃는 것과는 정반대로 익살과 비꼼의 의지를 표출하는 방법이다. '사어캐즘'sarcasm은 이를 통해 타자에게 상처를 가하고 힘으로 대응하는 방법의 하나다. 격렬할 뿐 아니라, 조소와 격멸, 악덕함과 우매함, 부조리를 폭로하려는 데서 '새티이어'satire를 동반한다. ● 이렇게 해서 김경민은 현실의 부조리에 대해 웃음, 아이러니, 사어캐즘을 대응시킨다. 이 방법은 리얼리즘을 창출하는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서구의 경우, 쿠르베가 아니라 도미에 류에서 찾을 수 있는 리얼리즘의 선례를 상기시키는 방법이라 할 것이다.

김경민_기념일_F.R.P에 아크릴채색_150×90×45cm_2011

김경민의 근작들은, 엄격히 말해 리얼리즘의 계보라는 점에서, 팝아트의 대열로 이해하기 보다는 '팝 리얼리즘'Pop Realism이라는 신조어를 빌려서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녀의 작품세계를 기존의 팝아트와 엄격히 구별해야할 뿐 아니라, 재현에 근거를 두는 도미에 류의 리얼리즘과도 엄히 구별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보았을 때, 김경민의 팝 리얼리즘은 아주 새로운 장르의 것이다. 올덴버그나 리히텐슈타인, 나아가서는 워홀 류의 팝아트와 전혀 다른 면모를 드러낼 뿐 아니라, 국내외의 재현적 극사실주의의 리얼리즘과도 궤를 달리하게 된다. ● 팝 리얼리즘은 소비사회와 팝 문화를 배경에 둔 시대의 삶을 조망하는 방법의 하나라는 점에서, 팝과 리얼리즘을 아우르는 방법으로서 리얼리즘이라 할 수 있다. 팝과 리얼리즘을 아우르는 방법의 진의는 추후에 언급하기로 하고, 그 대신 김경민이 이 길을 걸어온 15년사를 일별해보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다. 여기에는 1997년 첫 개인전(서경갤러리, 공평아트센터)에서 2011년 근작전(선 컨템포러리)에 이르는 14회의 기획초대전을 모두 망라하게 된다.

김경민_친한사이_F.R.P에 아크릴채색_55×44×23cm_2011

그의 초기 시절(1회~5회전)의 작품들은 도시 속에서 일상인들이 내뿜는 야성과 지성, 허위를 진실로 위장하고 있는 정치적 야망을 테제로 하였다. 추락하는 인간상, 상실한 인간상, 대결로 치닫는 인간상을 화두로 '풍요 속의 감옥'(마르쿠제)으로 비유되는 전자기기들, 세탁기 냉장고 텔레비전, 오디오 속에 갇혀 매몰되어가는 인간상을 다루는가 하면, 여성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일상 속의 질곡들, 이를테면, 무거운 사다리를 어깨에 메고 끈에 매여 끌려가거나 바쁘게 조깅하는 모습을 주요 테마로 다루었다. ● 2천 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되는 작가의 2단계의 작업들은 풍요 속에서 정신적 황폐화를 겪는 여성심리를 전면에 부각시켰다. 「성형미인」, 「갈등」, 「당신의 자리」를 위시해서 오늘날 '신여성'이 겪는 일상의 상황을 심리분석법을 빌려 그들의 적나라한 자태를 묘파하였다. 채색조각이 갖는 순도와 색상을 보다 더 원색적으로 클로즈업함으로써, 보는 이의 시각을 강열하게 자극하는 건 물론 식탐에 의해 비만을 겪거나 사회의 지도적 위치를 유지하고자 긴 발걸음을 내딛거나 설레임과 흥분으로 쇼핑하는 자태는 물론, 자아의 울타리에 갇혀 허둥대는 모습이나 고정관념을 시사하는 눈과 안경은 이 가운데의 일부이다.

김경민_균형_스틸(강철), F.R.P에 아크릴채색_94.5×71×77cm_2011

그러나 김경민의 가장 견본적인 팝 리얼리즘은 2008년 제 13회 개인전으로 가졌던 선화랑 초대전의 작품들이다. 여기서는 종래의 극한적인 갈등상이 사라지고 「우리 엄마」, 「굿 모닝」, 「돼지 아빠」와 같은 훈훈한 인간상이나, 「달빛 소나타」 같은 남녀의 대화와 사랑, 여행, 그림그리기, 독서, 기타연주, 수다쟁이들이 등장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시대의 풍속도로서 남녀 간에 있어야 할 습속이 무엇인지를 고취시킨다. ● 이 연장선상에서 이번 근작전(선 컨템포러리)의 「Life Story」가 상재된다. 근작들은 이 글의 첫 머리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일상적 삶의 진솔함을 보여준다. 인체의 볼륨을 크게 줄여 미소화된 인간상을 등장시킨다. 해학을 보다 더 밝은 쪽으로 경도시킨다. 브론즈에다 아크릴릭 컬러링을 하거나 F. R. P를 사용한 보다 진한 색채조각을 구사하는 게 눈에 띈다. 작가가 치열하게 모색해온 양식과 형태가 팝 리얼리즘의 브랜드로서 모습을 한층 더 확연히 드러낸다.

김경민_외출_F.R.P에 아크릴채색_125×95×24cm_2011

말미에 추가해둘 건 김경민의 팝 리얼리즘이 갖는 현실적 배경이다. 작가는 일찍이 '땅 위에 삶을 세운다'(1997년「노트」)는 걸 모토로 삼아왔다. 그녀의 조각들은 그래서 얼굴을 밝은 하늘을 향해 치켜세운 건강한 얼굴로 경쾌하게 달리는 동태적 인간상을 형상화해왔다. 다른 한편, 조각 속의 주인공들은 근자에 이를수록 더 마르고 왜소한 몸매를 드러낸다. 이러한 표정들은 소비사회의 물신物神들의 표정을 상기시킨다. ● 근작들의 인간상의 표정은 거대도시의 무게에 짓눌린 인간들의 왜소함으로 읽힌다. 일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읽힌다. 정신적 가치를 상실한 인간들이 물성적 가치에 의지해서 그날 그날을 연명하는 가벼운 존재들의 해학적인 미소微小함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 김복영

Vol.20110706i | 김경민展 / KIMGYUNGMIN / 金庚民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