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치유에 관한 보고서

Bericht über Erinnerung und Heilung   2011_0711 ▶ 2011_0725

송영욱_기억의 구성_한지 캐스팅, 램프_가변설치_20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송영욱_안세은_오유경_황연주

후원 / 베를린 한국문화원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5:00pm / 토요일_09:00am~03:00pm

주독일한국문화원 Koreaisches Kulturzentrum Leipziger Platz 3, 10117 Berlin Germany Tel. +49.30.26952.0 germany.korean-culture.org

Ⅰ. 베를린은 독일 근대사의 상처와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기억의 도시이다. 두 차례의 전쟁을 통한 역사적 아픔과 유토피아에 대한 꿈의 기억을 지녔고, 통독 이후에는 예전의 상처와 기억들을 딛고 일어서는 이 젊은 도시가 가진 특수성은 주목할 만 하다. 구 분단 독일의 현실을 대표하던 수도 베를린은 도시를 가로지르던 장벽이 붕괴된 후 지금까지 자유와 체제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역사 덕분에 독일 내의 여러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상업화되지 않고 느리고 소박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예술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유럽 여러 도시들 중 런던이 자본주의의 새로운 미술 시장을 대표하고 베니스를 통해 세계의 문화적 권력을 상징하는 비엔날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면, 베를린은 미술에 대하여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태도를 취하고자 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알맞은 곳이며, 아방가르드 예술의 중심지로서 많은 예술가들에게 자유롭고 창조적인 환경과 함께 실질적인 여러 지원책을 제공한다. 이렇게 베를린은 유럽 내 젊고 신선한 예술의 수도로서의 새로운 입지를 굳혀 가고 있다.

안세은_collective memories_솔방울에 채색, 신문지에 스티커 작업_가변설치_2011

한편 우리는 베를린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기억과 상처를 우리가 지금 생활하고 활동하고 있는 서울이라는 공간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즉,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독일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분단과 통일의 역사적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나타내듯이, 600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의 수도 서울은 한국전의 상흔을 온몸으로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고 있는 새로운 한국의 상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베를린과 서울이라는 두 도시는 다른 듯 같은 기억과 상처, 그리고 같은 희망과 미래에의 의지를 공유한다. 우리가 독일 내에서도 특히 베를린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들이 가진 분단의 기억과 함께 그러한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의 수도 서울의 또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참여 작가들은 두 도시가 가진 공통된 상처와 기억, 그리고 그 극복이라는 주제에 공감하며, 이번 전시를 통해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이 도약하고 있는 젊은 두 도시의 삶과 희망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오유경_Ma monde_구긴세계지도_잉크젯 프린트_27×36cm×15_2011 오유경_To be the flower_비닐봉지_가변설치_2011

Ⅱ. 기억과 상처란 예술 창작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예술 작품의 창작이란 작가의 억압된 욕망의 에너지가 보다 높은 문화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으로 대체되는 과정이며, 이러한 상처와 욕망의 좌절들은 본질적으로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발생한다. 따라서 역사적 기억과 상처를 공유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시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다. 또한 작가들로 하여금 작품 활동을 지속시키는 추동력 중 하나 역시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타자들을 향한 소통에의 희망일 것이다. 과거 분단 시절 두 독일을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이어주기도 하고 동시에 갈라놓기도 했던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은 우리에게 단절의 극복과 소통이라는 화두를 가져왔다. 시대를 넘어서서 우리가 예술 작품을 통하여 그 사회의 역사와 신화뿐만이 아니라 작가 개인의 삶의 진실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작가들의 바램이 은연중에 배어나 있기 때문임을 감안해 본다면, 소통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현대 작가들에게 이 도시의 삶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황연주_from 40"s to 50"s_디지털 프린트_42×55cm×8_2011

전시에 참여하는 네 명의 작가들은 자신 내부의 기억을 통하여 외부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개인적인 기억에 내재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으로서 작업을 선택하기도 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작가와 관객 모두가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유도하고자 한다. 또한 과거의 상처들을 위로하고 정신적 치유자로서의 예술가의 위치를 이야기하기도 하며, 현대 사회 내에서의 소멸되어가는 자아의 일회성에 대해 연민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 참여 작가들은 모두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활동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은 언제나 작가들 자신에게는 정신적인 기반이 되어준 서울에 대한 향수와 애정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베를린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것은 타자의 위치에서 우리의 생활 기반인 서울의 정체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함이며, 이는 마지막 분단 국가를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의 현실을 성찰해 볼 수 있는 값진 기회라 생각한다. 또한 베를린 시민들 역시 자신들과 유사한 아픔을 가진 한국, 서울이라는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작가들의 모습과 그 작품들에서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Vol.20110711e | 기억과 치유에 관한 보고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