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모션 Slow Motion

조은정展 / EUNJUNG / painting   2011_0713 ▶ 2011_0719

조은정_시간 가르기를 위한 습작 II_캔버스에 유채_32×32cm_2008

초대일시 / 2011_0713_수요일_06:00pm

전시기획 / 최정미

관람시간 / 11:00am~06:00pm

노암갤러리 NOAM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 Tel. +82.2.720.2235~6 www.noamgallery.com

작가가 바라보는 모든 것이 작가를 바라본다. ● 작업을 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관찰하면 각 예술가마다 상이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략」이라는 말은 작업 과정과 목적이 다 포함된 작업에 관계된 모든 시스템을 의미한다. 예술에 대한 심리적 접근은 작품이 다루었다고 추정되는 주제들을 일러주는 흔적들을 통해 한 예술가의 작업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예술가가 하는 작업의 의미는 예술가가 겪은 어린 시절의 사건들 혹은 복잡한 어린 시절의 사정事情(일의 형편이나 까닭)들을 반영하며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고 상징화되며 일정한 주제들이 모여 함께 몰려다니고 그러함으로써 예술가의 작품 세계 전체를 통해 보다 조직화된 양상을 띠고 나타난다. 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한 작품이 무엇을 표현했고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안다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가치를 이루고 있는 것에 민감해 지는 것을 뜻한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이 나를 바라본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서로 다른 (두)주체들의 상호 관계를 밝혀주는 제3의 요소로 개입하는 하나의 순환통로이다. 작가 조은정의 작업들은 그러한 상호관계 속에서 시작되었다. 작가가 바라보는 모든 것이 주제가 될 수 있는 동시에 하나의 예술적 의미가 될 수 있는 그런 작업인 것이다.

조은정_Shadow 그림자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11

Slow, Slow... ● 조은정의 작업이 시작되는 지점은 언제나 사진의 선택에 있다. 굳이 방법을 따지자면 게르하르트 리히터 Gerhard Richter)가 일상생활에서 그의 주변에 널려 있는 흔한 사진 한 장, 한 장에 예술적 의미를 준 그것과 닮아 있다. 리히터에 의하면 사물들을 그리는 것, 바라보는 것은 우리를 인간이게 하며, 예술은 의미를 만들고, 그 의미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조은정의 작업에서는 우연히 잡지에서 발견한 정물사진 한 컷, 도시나 전원을 찍은 흔한 풍경사진 한 컷이 수없이 반복된 직선에 의해 하늘, 땅이 되는 형태를 가지며, 또 하나의 새로운 풍경으로 재탄생되는 의미를 부여 받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작가의 작업은 무수한 선으로 이루어진다. 그 선들은 하늘을 나누고, 나무들을 분해하며, 빛을 고루고루 다진다. 그것도 아주 천천히...어찌되었든 평범하고 고루한 사진, 가끔은 느낌 있는 사진, 우리 곁을 맴도는 그런 평범한 사진들이 조은정의 스펙트럼 같은 색상의 나열에 의해서 새로운 이미지로 전환 되는 것이다.

조은정_Breathe 숨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10

Motion or Action ● 「나타남」은 오직 예술가와의 관계 속에서만 일어난다. 화가의 시선은 밖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가가 집중을 통해 그리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그 자체로 돌아감으로써 사물 속에서 태어난다. 조은정의 작품은 그렇게 탄생된다.작품 「Shadow 그림자_oil on canvas_90.9×72.7cm_2011」은 세련된 붓놀림, 익숙한 색상들의 배분? 또는 배열...이런 움직임이 유화기법이 주는 장점을 그대로 간직한 채 새로운 형상으로 탄생되는 대표적인 작업이다. 6~7전 부터 시작된 조은정의 선 line 작업들은 서로 얽히기를 반복하면서 이제 그 완성미를 더 하며 한층 더 세련되어졌다. 특히 작가의 「I'm not alone_oil on canvas__91×116.8cm_2011」은 수 백 개의 선이 모여 나무가 되고, 수 천 개의 선이 모여 하늘이 되고, 길이 되는 야릇하고 묘한 이미지를 던져 주는 힘이 느껴지기도 한다.

조은정_Breathe 숨_캔버스에 유채_45.5×37.9cm_2011

선에 관하여 ● 선, 그것도 직선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로는 점, 평면과 함께 기하학의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꺾이거나 굽은 데가 없는 곧은 선이라 할 수 있겠고 추상적 의미를 떠올리자면 사람, 나무, 모든 서 있는 것들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직선을 좋아하는 사람의 특성은 대쪽 같은 성격을 상징하나? 어쨌든 작가의 선들은 직선vertical의 형태를 띠고 있다. 가까이서 보면 마치 비가 내리는 것 같은 그런 길고 짧은 선들이 모든 화면에 가득 차있다. 안개가 끼는 날씨에는 모든 풍경이 뿌연 연기에 가려 자세히 봐야 그 형상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소나기가 내리는 날이면 만물이 비에 젖거나 빗속에 가려 무엇이 무엇인지 가늠하기도 힘들 때가 있는 것처럼 작가의 작업은 때론 소나기로, 때론 강한 햇살로 그리고 때론 뿌연 안개에 덮인 세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렇듯 조은정의 직선vertical은 보잘 것 없는 사진을 잠식하며 새로운 풍경을 제안한다. 작가가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 작가가 바라보는 사진속의 모든 사물들은 무수한 직선에 의해 상호관계를 형성하며 작가만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조은정_시간가르기II_캔버스에 유채_45×53cm_2008

에픽 하이/Slow motion ● 2년 전 대안공간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에서 진행된 기획전 행복한 세상Happy World 에서 본 작가의 설치작업을 떠올려보면... 무수한 직선으로 그려낸 정물화 두 점이 벽에 걸려 있었고, 그 앞에는 하얀 화장대가 있었는데 화장대 위에는 힙합그룹 에픽 하이의 CD가 놓여 져 있었다. 그 당시 작가는 에픽 하이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 음악을 듣고 가사의 내용을 음미했을 작가의 이런 흔적들은 작업이 지니고 있는 의식을 드러내기에 충분해 보였으며, 작가가 지향하고 있는 예술에 대한 심리적 접근이라 느껴졌다. 작가는 무의식 속에 작가가 살아 온 시간들의 여러 경험들을 작업에 반영하게 된 것이며, 이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고 상징화되고 일정한 주제가 되어 작가의 작품세계 속에 조직화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조은정_Once upon a time_캔버스에 유채_116.8×80.3cm_2010
조은정_I'm not alone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1

공간에 관하여 ● 공간을 재현하는 반복된 선들은 조은정이 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관념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정의할 수 없고 결정된 범위도 없는 상상의 공간으로부터 물질적으로 표현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공간, 즉 재현의 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런 관점으로 볼 때, 무수한 선을 빌어 시각적으로 표현된 하나, 하나의 공간은 작가가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향한 다양한 관심사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 최정미

Vol.20110713d | 조은정展 / EUNJUNG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