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로 가고 있다. I'm going to "SOMEWHERE".

채현교展 / CHAE HYUNGYO / 蔡賢嬌 / painting   2011_0713 ▶ 2011_0726

채현교_나는 "어디"로 가고 있다. I'm going to "SOMEWHERE"._캔버스에 유채_57.3×37.4cm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채현교 블로그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사이아트갤러리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_02:00pm~07:00pm

사이아트 갤러리 CYART GALLERY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번지 B1 Tel. +82.2.3141.8842 cyartgallery.com

순수함과 동심, 그리고 물고기 -채현교 님의 전시회에 부쳐 ● 꿈을 퍽이나 많이도 꾸던 적이 있었습니다. 너덧 살 쯤 이었지요. 꿈속에선 참으로 새 떼가 많았습니다. 수백 마리, 수천 마리, 수만 마리나 되는 새들이 무리를 이뤄 이리저리 날아 다녔습니다. 색깔도 형형색색이었습니다. 하늘을 온통 뒤덮은 채, 형언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장관이었죠. 막연히 파랑새 떼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 등에 바짝 달라붙어 새 떼를 쫓아 이리저리 뛰어 다니다보면 깜짝 놀라 잠이 깨곤 했습니다. 갑자기 낭떠러지에서 떨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크려고 그런 꿈을 꾸는 거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위안을 삼아 다시 잠이 들면 여지없이 형형색색의 새 떼가 나타났습니다. 새 떼를 쫓다가 잠을 깨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다가 그만 커버렸습니다. ● 어느 순간 꿈속에 새 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아무리 새 떼 꿈을 꾸려 해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대신 피터팬이 나타나기도 하고, 때론 로빈훗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책이나 학교 등이 꿈의 단골손님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습니다.

채현교_나는 "어디"로 가고 있다. I'm going to "SOMEWHERE"._캔버스에 유채_100×70cm
채현교_나는 "어디"로 가고 있다. I'm going to "SOMEWHERE"._캔버스에 유채_100×70cm

지금도 가끔 꿈을 꿉니다. 무슨 꿈을 꾸었는지 생각나지 않은 적이 많습니다. 어쩌다 생각나는 꿈이라곤 기분이 좋지 않은 것뿐입니다. 너덧 살적 꿈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 가만 생각해보니 어릴 적 머릿속은 투명했던 듯싶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순수함이었죠. 사람들과의 관계, 희로애락, 집착과 체념, 이런 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꿈의 소재도 단순했습니다. 파랗고 노랗고 빨간 새 떼들과 함께 한없이 비상하는 꿈이 전부였습니다. 나이들어 머리가 복잡해지고, 생각해지는 게 많아지다 보니 새 떼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채현교_나는 "어디"로 가고 있다. I'm going to "SOMEWHERE"._캔버스에 유채_61×46cm
채현교_나는 "어디"로 가고 있다. I'm going to "SOMEWHERE"._캔버스에 유채_61×46cm

어렸을 적 꿈을 만났습니다. 그것도 현실에서 말입니다. 벌써 20여 년 전입니다. 형형색색의 새 떼가 화폭에 그대로 살아났습니다. 다름 아닌 채현교님의 작품에서입니다. 새 떼가 물고기 떼로 바뀌어 있을 뿐, 꿈속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빨간 물고기 떼가 한 지점을 향해 모여 드는가 하면, 파란 물고기 떼가 무리를 지어 이동합니다. 갑자기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가, 물위를 향해 솟구쳐 오르기도 합니다. 물길을 거스르다가 이내 물길을 타고 유유히 유영해 갑니다.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물고기 떼를 쫓는 기분입니다. 어릴적 꿈속에서 새 떼를 쫓는 것처럼 말이죠.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의미냐"고 그랬더니 "그냥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라"고 하더군요. 작가의 권유대로 느낌을 가져보았더니 다름 아닌 너덧 살적 꿈이었습니다. 순수함이고, 깨끗함이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하는 삶'의 힘도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림을 모릅니다. 문외한입니다. 분명한 것은 채현교 님의 작품에는 순수함이 묻어난다는 겁니다. 그것도 아주 듬뿍 말입니다. 보는 이를 저절로 동심(童心)으로 이끄는 것도 대단한 힘입니다. 꿈꾸는 듯한, 어디서 본 듯한, 그 아련한 추억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도 매력입니다. 순수와 동심은 무한한 가능성과 같은 의미입니다. 순수하기 때문에 뭐든 지 할 수 있고, 순수하기 때문에 뭐든지 줄 수 있고, 순수하기 때문에 뭐든지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순수함과 무한한 가능성이 채현교 님의 작품에는 녹아 있습니다.

채현교_나는 "어디"로 가고 있다. I'm going to "SOMEWHERE"._캔버스에 유채_61×46cm
채현교_나는 "어디"로 가고 있다. I'm going to "SOMEWHERE"._캔버스에 유채_42.1×27.7cm

20여년이 지나 다시 물고기 떼를 만났습니다. 많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 많은 물고기는 어쩌면 자라지도 않고, 항상 같은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일부 물고기의 색깔이 좀 변한 것 같은데, 아마 세월을 색에 담아냈나보다 라고 생각합니다. ● 혹시 세속에 지치셨습니까. 아웅다웅하는 삶에 싫증나셨습니까. 사람 관계가 너무 피곤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살아 보면 별것 아닌데 너무 쉼 없이 달려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바쁜 일상 중에 갑자기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는 상념에 잠긴 적 있습니까. 아니면 너무나 좋은 날들이 계속돼 세상에 더 이상 부러움이 없으십니까. ● 이런 때 한번쯤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떠신지요? 순수함을 느껴보는 건 어떠신지요?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순수함과 동심,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 채현교 님의 작품에서는 이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 하영춘

Vol.20110717c | 채현교展 / CHAE HYUNGYO / 蔡賢嬌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