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정체성

첸칭야오_변진수展   2011_0723 ▶ 2011_0814 / 월요일 휴관

오프닝 및 작가와의 대화 / 2011_0723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오픈스페이스 배 OPENSPACE BAE 부산시 기장군 일광면 삼성리 297-1번지 Tel. +82.51.724.5201 spacebae.com

유연한 정체성, 무사귀환과 행방불명 사이에서 ● 결혼을 하면서 웨딩 촬영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얼굴이 작아져 보인다는 입체화장을 하고, 가짜 머리를 붙여 풍성하게 만든 머리 모양을 한 후,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촬영했다. 전문가의 손을 빌어 살짝 '터칭'된 사진은 실제의 모습과 '살짝' 다르다. 피부는 밝고 깨끗하게, 몸매는 날씬하게.

첸칭야오_Imitate Sakamoto Ryoma portrait_사진_가변크기_2008
첸칭야오_Imitate SHARAKU 1_사진_가변크기_2008

비단 웨딩 사진뿐 아니라 싸이월드나 블로그에 게재된 사진 중 상당수는 실제(眞)의 모습을 닮도록(寫) 한다기보다는 더 행복하고, 더 멋진 내 모습을 제시해 준다. 그 어떤 매체보다 실제와 닮게 제시해주는 기능을 가진 미디어인 사진이 오늘날에는 실제와 다른 나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순간을 기록/기억하기 위해서 사용되던 사진은 이제 보여주고 싶은 모습, 기억하고 싶은 모습을 창조해준 역할로 그 기능을 변화시킨 것이다. 바꿔 말하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일은 어렵지만, 변화된 것처럼 잠시 착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쉬워졌다. 몇몇 스튜디오에서는 다양한 컨셉의 의상을 갖춰놓고, 이용자들이 그 옷들을 바꿔 입으면서 평소의 자신과 다른 다양한 인물이 되어보고, 사진으로 기록하며 놀 수도 있다고 한다.

첸칭야오_Imitate SHARAKU 2_사진_가변크기_2008
첸칭야오_Imitate SHARAKU 3_사진_가변크기_2008

끊임없이 자아를 쇄신하라고 요구하는 사회에서, 우리도 스스로를 시험하고 싶을 때가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바꾸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필요하다면 성격도, 취향도, 심지어 신체적인 조건까지도 바꾸어가는 사회에 살고 있다. 10kg 감량, 성형수술 등이 더 이상 이슈가 되지 못하다. 내가 만약 역사 속의 무사가 되어본다면, 내가 이국의 소녀가 되어본다면? 사진은, 이렇게 또 다른 나를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매체로 사용될 수 있으며, 첸 칭야오와 변진수의 작품들은 이러한 사진의 새로운 기능을 십분 활용한 작품들이다.

첸칭야오_Imitate SHARAKU_사진_가변크기_2008
첸칭야오_Imitate Utamaro 1_사진_가변크기_2008

먼저 첸 칭야오의 작품은 일본의 에도 시대의 판화인 우끼오에(浮世畵)의 이미지를 활용한 것으로, 우키오에의 대가로 꼽히는 도슈샤이 샤라쿠와 우타마로의 작품 속 인물들처럼 포즈를 취한 인물들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우키요에 특유의 표정, 즉 가늘게 찢어진 눈과 일본식 머리 모양을 표현하기 위해서 얼굴에다가 다양한 색상의 여성용 스타킹을 덮어쓰고 촬영했다는 점이다. 작가의 여자친구가 신년 파티를 하면서 장난스럽게 착용한 여성용 스타킹 사진에서 착상을 얻어, 인물들을 순식간에 우스꽝스럽게 변화시켰다. 에도 막부 말기의 무사 겸 사업가인 사카모토 료마의 근엄한 초상 사진을 패러디한 사진에서는 작가 자신이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어 오히려 희극성을 고조시킨다. 우키요에란 현대로 치면 '연예인 브로마이드' 같은 기능을 한 셈이어서, 당시의 인기 있는 가부키 배우와 게이샤들을 모델로 한 경우가 많다. 첸 칭야오의 인물들도 우키오에 모델들의 에로틱한 포즈를 차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두드러진 것은 얼굴에 뒤집어쓴 스타킹으로 인한 희극성이다. 첸칭야오의 인물들은 분장한 파티의 즐거움을 한껏 즐기고 있는 셈이다. 완벽하게 일체화되지 않고 잠시 시간적, 공간적으로 먼 인물들을 흉내 내고 있기 때문에, 역사 속 인물들이 되어 보는 동시에 자신들의 현재의 정체성을 일견 보존하고 있다.

변진수_少女 #1_잉크젯 프린트_120×86cm_2010

반면 변진수의 '소녀들'은 먼 이국의 소녀들의 모습에 깊이 녹아 들어 있다. 무표정하거나, 심지어 우울한 표정의 소녀들은 여기가 아닌 그 어느 땅에, 그 어느 시대엔가 속하는 듯하다. 안데스 산맥을 헤맬 것 같은 소녀도 있고, '늑대와 춤을' 출 것 같은 인디언 소녀도 있다. 파란색이나 보라색을 띤 그녀들의 피부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만, 진지한 표정들과 전형성을 갖춘 의상과 장식을 인해 '존재할 법한' 개연성을 갖는다. 여기서 소녀들의 원래의 국적, 특성, 성격은 소실되었고, 새로운 가상의 정체성이 성공적으로 부여되었다. 먼 이국의 소녀가 된 것이, 모델들의 의지인지, 그녀들을 모델로 기용한 작가의 의지인지 알 수 없으나, 양측 모두에게서 지금 여기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초월한 자유로움에의 욕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변진수_少女 #4_잉크젯 프린트_120×86cm_2010

첸칭야오의 인물들이 스타킹을 벗으면서 한바탕 웃으면서 잠깐의 시간 여행을 즐긴 후 현실로 성공적으로 안착했을 듯한 반면, 변진수의 소녀들은 시간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어딘가에서 길을 잃었을 것만 같다. 반쯤은 자의로. 이제 사용한 지 넉 달이 채 안 된 아이폰 속에 천 장이 넘는 사진이 담겨 있다. 당신의 휴대폰 혹은 디지털 카메라 속 상황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없이 찍어대는 사진 속의 우리는, 무사귀환과 행방불명 사이,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내가 아닌 내가 되는 마법을 우리는 얼마나 즐기고 있으며, 그 마법이 풀린 순간, 우리는 어디에 서 있을까. ■ 이수정

변진수_少女 #10_120×86cm_2010

Flexible identity- between a safe return and a missing ● In Korea, there is a special shooting for a couple who are going to get married. Couple visits an overly-romanticized studio and underwent a special makeup, even puts some wigs and wears wedding dresses and tuxedo. The people in the photos seem to be different person in some ways. The staffs of the studio give some special treatment on the original photos so all bride looks gorgeous with a bright, vivid skin. ● Many of the pictures posted in blogs or Facebook show happier moments of us than usual. Though 'Sajin', the word for photography in Korean stands for ''catch + actual appearance", current photography doesn't fit for its original meaning at all. Now it is more like to create our wannabe appearance with the retouching technique such as Photoshop. It is hard to change ourselves but it is so easy to change our image if we want to change it. ● The contemporary society asks us to renew ourselves constantly. The request for renewal was considered a kind of threat to our identities, now we live in the societies where everything could be changed, even, should be reformed- our personality, taste, even physical appearance. 10-kg weight loss or cosmetic surgery is not an issue anymore. What if I were a soldier in history? What if I were a girl in exotic country? Photography can be a useful method to simulate our new identity. The works of Chen Qing Yao and Byun Jinsoo are utilizing this new feature of photography. ● First, the works of Chen Qing Yao are utilizing the image of Ukioy-e, famous Japanese print in Edo period. His models mimicked the figures of Sharaku and Utamaro, who were the masters of Ukioy-e. They put colorful stockings in their heads so their faces got distorted. They look like the figures in Ukioy-e because of their long eyes and ridiculous hairstyle. He inspired this series from the photos which his girlfriend sent. She was wearing stocking in her head in a New Year's party. Artist stars himself as Sakamoto Ryoma, the famous Samurai in 19th century. His exaggeratedly serious face expression to parody a solemn portrait of historical Samurai makes his work funnier. Ukioy-e is a kind of pin-up images of popular stars of Kabuki, Japanese theater or popular geishas. The models of Chen Qing Yao took erotic pose like the figures in Ukioy-e but their funny face with stockings made them funny than erotic. They are having fun at the masquerade while being a different person in different period, in a different place. Their identities still belong to their own identity in their real world after a short trip to the past. ● On the contrary, the girls of Byun Jinsoo are assimilated with the exotic girls. The dull, even gloomy girls seem not to be here. They seem to be existent in uncertain age, in uncertain place. One seems to be from Andes, the other seems to be an American Indian. ● In spite of their unrealistic skin tone such as blue or violet, their specific costumes or ornaments enable to endow them with realistic identities. Here, their original nationality, characters, and personalities are dismissed and they successfully achieve a new virtual identity as exotic girls. It is not easy to know how this transformation could be possible. Is it from the girl's dream to transcend her time and space? Or it is from the artist's will to endow a whole new identity to girls? Anyway, there is some symptom of transcending in Byun's works. ● In short, Chen's figures look like as if they can safely return to their reality from their trip after a lot of fun while Byun's girls are lost on the way home. (Mostly, with their own decision.) ● There are over 1,000 photos in my i-phone. How about you in your photos? We are wandering between a safe return and a missing. How much do you enjoy the magic of photography for a new identity? And where could we stand after the magic is gone? ■ Yi Soojung

Vol.20110723f | 유연한 정체성 - 첸칭야오_변진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