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사유의 흔적

2011_0801 ▶ 2011_083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갤러리자리아트 기획초대전

참여작가 김병칠_함순옥_김순철_전경화_김민정_천영록_임혜숙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자리아트 GALLERY JARI ART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38-8번지 Tel. +82.62.225.4003 / +82.10.2723.0452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8월. 그 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왕성하게 작업하는 작가 7인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작가들 저마다 독특한 개성으로 한지, 닥, 비닐수지, 실 등 다양한 재료의 고유물성을 이해하고 재해석하여 작업에 또 다른 조형언어로 응용하고 있습니다. 물성을 다루는 이들의 작업은 반복이라는 키워드를 공통으로 갖고 있으며 반복적으로 物을 겹겹이 쌓아가는 오랜 집적의 작업과정에서 그들의 깊고도 긴 '사유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계미술시장은 첨단을 앞세워 빠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저희 갤러리는 세계 미술시장을 향해 작가들의 견인역할을 하고자 하며 새롭고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기획하고 작가발굴에 더욱 더 선도적 역할을 다 하고자 합니다. 이번 물성작품전을 통하여 빠른 가시적인 효과보다 은유적 내면의 감성을 느리고 천천히 느끼며 이들의 사유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 최만길

함순옥_나비_한지_65×60cm_2011

함순옥의 한지조형 - 닥지로 표현된 물질과 비물질의 세계 ● 작가는 동양화 장르에서 전통적으로 다루어온 지필묵채 중 붓과 먹과 색 모두를 버리고 종이만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법적으로는 한지원료가 되는 닥죽을 손끝으로 보듬거나 찍거나 밀어내며 이미지를 만들어 냄으로서 회화나 조소와 다른 마티에르를 얻어내고 있다.우리가 작가의 작품 앞에서 어떤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작품에 적용시켜야할 새로운 비평안을 찾아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논리적 비평원리를 적용하기 이전에 직관적으로 와 닿는 어떤 감동이 느껴지는데 이는 함순옥의 표현방식이 새로운 가능성을 암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작가의 조형의지와 그를 통해 나타내려는 어떤 세계는 한지라는 물질과 긴말하게 관계하고 있으며 백색의 한지가 지닌 투명함과 가벼움 그리고 담백함이 기본적으로 배어있다. 이렇듯 함순옥의 작업이 지닌 조형적 힘의 근간은 '한지'라는 매체 자체로부터 온 것이며 그의 작업을 '한지조형' 이라 부를 수 있는 근거는 여기에 있다. 함순옥은 이러한 한지의 투명함과 가벼움 그리고 담백함을 종교적인 세계와 연결시키려 한다.(중략) 작가는 한지라는 단일 매질을 이용해 승무의 현상을 표현함으로서 전적 소재와 재료가 드러내는 전통성을 일치시키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승무의 춤사위나 동작태가 외적 현상에서 오는 정중동의 이미지를 전해준다면 한지의 백색은 거기에 고요, 기원, 명상, 초월등의 정신적 세계를 더불어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중략) 또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두꺼운 볼륨으로 처리된 사각형의 모서리에 부분적으로 피러난 갈색의 꽃이다. 물론 작가는 자신의 종이작업에 어떠한 색료도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그것은 결과적으로 닥지가 마르면서 생긴 '시간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르는 과정에서 수분이 볼륨을 빠져나와 증발되면서 닥죽은 강하게 응고되는데, 이 과정에서 군데 군데 맺혀있는 갈색의 기운은 볼륨으로서의 마지막으로 밀어낸 영혼의 흔적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것은 닥종이의 봉우리마다 각인되어 잇다. 결국 갈색꽃은 대기의 공기를 흡입하여 스스로의 존재를 일구웠던 책의 숨결이 남긴 흔적으로 비추어 지고 있다. ■ 김영호

김병칠_관조의 눈 1107_닥종이 부조에 천연채색_65×65cm_2011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과 세상의 존재에 대하여 가끔은 의문을 가져보기도 하고 풀리지 않는 존재의 의미에 대하여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답답함에 대하여 깊은 사유와 성찰로 풀어보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나의 작업은 이 답답함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를 찾기위해 떠나는 구도자의 여정에서 출발한다.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물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변화한다. 다만 의식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는 '자기'라는 폐쇄된 의식에만 지나치게 함몰되어 전체의식의 순수성과 공존성을 보려고 하지 않고 자기중심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전체의식의 순수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뿐이다. 나는 작업을 통하여 우리가 평소에 간과하고 지나쳐버리는 전체의식인 순수의식을 '주객합일'을 통하여 관조의 눈으로 이해하고 느껴보고자 한다. 나의 작업은 존재의 진실인 마음, 관계, 생멸의 조형적 표현이다. 존재의 바탕인 질료로써의 의미를 가지는 '마음'과, 질료에 어떤 조건과 '관계'의 상황이 주어지면  형상으로 드러난다. 주어진 조건에 의하여 생성된 형상은 '생멸'을 반복하며 변화한다. 이러한 합일의식을 체감하기까지의 과정을 조형작업을 통하여 드러내고자 한다.    오감의 접촉을 통하여 보고 느낄 수 있는 형상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또한 형상은 어떤 조건과 상황을 만나면 새롭게 만들어지고 소멸한다는 것도 충분히 생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오감과 생각을 통하여 접촉 할 수 없는 부분이 모든 형상의 바탕인 마음이다. 이는 접촉과 생각의 이원적 사고를 통해서는 도저히 체감 할 수 없는 초월의식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다만 가슴과 몸으로 스스로 그러함을 감지하고 느낄 뿐이다. 보통 이 부분을 종교에서는 진여(眞如) 혹은 영성(靈性)이라는 의미로 표현 한다. 순수의식을 체험하고 보면 이 세 부분은 구분되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만 무시간속의 초월의식(관조의식)으로 존재할 뿐이다. 나는 이 세 부분을 작업속에 투영시켜서 보는 이로 하여금 존재의 진실을 이해하고 느끼게 하고 싶다. 이러한 나의 작업여행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이다.  ■ 김병칠

임혜숙_papermaking_닥 펄프에 먹_58×63×5cm_2008

나의 작업은 papermaking이다. 나의 작업은 한지만의 고유한 물성과 고유한 정감과 정서에의 이끌림에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닥 펄프를 응축시켜 만들어진 한지는 그 자체가 이미 표현적 질료를 함축하고 있어 이미 조형적 표현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는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형태의 선과 면이 공존하는 작업을 한다. 그것을 꺾어서 면을 만들고 선을 탄생시키고 먹물을 입힌다. 닥 펄프의 재질과 표면구조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선들은 휘어지고 뻗어가며... 등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선과 면은 먹물에 의해 한지의 뒷면에서부터 은근히 표면으로 베어 나온 먹물에 의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한 선은 끊어질 듯 하면서 아련하게, 면은 강하게 때로는 희미한 모습으로 이어지면서 존재를 드러낸다. 한지에 스며든 먹물은 먹의 물질성이 정제되어 그것의 느낌이 직접적이고 생경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베어 나와 질료의 존재감과 마티에르를 뭉근하게 부각시켜준다. 나의 작업에서 "선"과 "면"은 특별한 의미를 함축하지 않는다. 나의 의도적인 필연성과 종이와 먹물의 우연성이 결합하여 구상적 요소들을 추상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 임혜숙

김순철_About Wish 1107_한지에 채색, 바느질_85×85cm_2011

김순철의 '한지'와 '바느질'의 결합구조 ● 바느질(繪繡)을 본격적인 현대조형어법으로 복원한 김순철의 작업은 일종의 미술사적 사건이라 하겠다. 물론 현대미술가들 중에 바느질을 부분적으로 채용한 작가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순철의 'About Wish'연작 처럼 본격적인 조형방법으로 복원한 예는 없었다. 김순철 작품에서 또 하나 주목할 우리미술의 재문맥화 작업은 손에 의한 한지 및 화면의 바탕을 조성해가는 공정과정이다. 손작업에 의한 한지는 본래 전통화가들에게 새로울 것이 없는 소재였다. 그런데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 개최를 즈음하여,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담보해 줄 "몸"으로 재인식되었다. 그것은 미술의 즉자적 사물성을 중시하던 동시대의 미니멀아트의 문맥과 개방화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주체성 정립을 위한 문화매체로 널리 환영받았다. 그러나 작가의 작품내용에 관계없이 전통문화에 귀속시킬 만큼 문화적 기의가 강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한지의 물성은 자유로운 표현을 욕망하는 작가들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체험 되었다. 그녀가 표현매체로서의 한지를 제작해가는 과정은 일종의 자신의 "살(肉)"과 "형태(形態)"를 성형하는 인고의 과정에 다름없다. 거친 닥나무껍질을 물에 불리고 표현에 적합한 상태로 다듬어, 여러 겹으로 지반(地盤)을 조성한다. 그리고 그 위에,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이나 절개와 겸허의 군자를 상징하는 대나무 이미지를 전력을 다해 압인하여 상감기법으로 물감을 다시 메워 놓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작업은, 바로 1970-80년대 한국모노크롬회화의 경지에 도달한다. 그러나 작가는 여기에서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상감기법까지 올린 물성과 신체의 합일을 이루었다는 고밀도의 두껍고 질긴 한지는, 송곳의 도움을 받아 촘촘하게 평수(平繡)로 메워진다. 마침내 거대한 도자기형태의 낮은 부조가 되기도 하고, 사이가 성긴 바느질실선과 자유로운 붓 터치가 역동하는 신표현주의 평면회화로 탄생되기도 한다. ■ 김영순

전경화_curve play_비닐수지_각 30×30cm_2009

본인의 작업은 특이한 질료적 경험과 매재(媒材)의 물성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섬유다움"의 한 요소라 해도 좋은 섬세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실이 서로 얽혀 보여 지는 신비적인 illusion의 효과에 있다. 비닐수지에 물리적인 힘을 가하여 얻어지는 fiber의 재질(비닐 실)이 겹겹이 싸여져 각각의 piece를 만들고, 그 piece작업을 통하여 빛에 의한 표면공간과의 조화와 모색을 다루는 작업이다. 여기에 빛이 개입 되면 그 역할은 크게 증대되고 면 자체의 지각과 실 한올 한올에 투영되어 다시 반사되는 빛에 의해 나타나는 표면공간들은 입체적인 효과를 더해 줄 뿐 아니라 섬유 질감 자체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다. 또한 절제되고 단순화된 색상과 기하학적인 형태들은 리드미컬하고 조화로운 구성의 질서를 작품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선이란 곡선 속에 숨어있는 직선의 미와 직선 속에 숨어있는 둥근 여유의 곡선의 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미적으로 승화되었을 때 진정한 선의 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곡선의 완벽한 미학은 살아 움직이는것 같은 환상적인율동과 거침없음과 세련됨에 있다. 생동하는 것을 정지형태로 파악함으로서, 날아갈듯 상쾌하고 유려한 곡선은 날렵함과 부드러움을 대표하는 선일 것이다. 나의 작품 안에 곡선들은 불균형의 형태미 속에서 건강한 활력성을 표현 한 것이고 대담한 비약과 함축의 언어로 표현된 것이다. 이런 기하학적 선의 형태들은 작가의 끊임없는 몸짓이고 언어이며, 이런 선들의 기호화(signification)또는 의미화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자의식을 실현하려 한다. ■ 전경화

김민정_그 빛 속으로_종이에 혼합재료_61×73cm_2011

도시의 이미지 및 정서를 표현하는 한지 작업 ● 그의 작업은 전체적으로 창의 이미지를 대신하는 기하학적인 패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각형의 이미지가 화면 전체를 장악하는 가운데 일정한 크기의 찢어진 한지 조각이 기하학적인 패턴에 따라 붙여진다. 이렇게 진행되는 작업의 최종적인 이미지는 찢어진 한지 조각의 집합으로 보인다. 이 때 찢어진 한지 조각은 닥을 재료로 한 한지의 섬유질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상태가 된다. 이렇듯이 한지의 섬유질에서 빛의 분산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빛이 파장을 형성하면서 분산되는 현상을 찢어진 한지로 형용한 그의 작품은 실제의 빌딩 및 아파트 창의 형태와는 사뭇 다른 시각적인 이미지로 변환한다. 그가 이처럼 한지를 이용하는 것은 차가운 도시의 정서를 완화하면서도 신비적인 빛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재료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지는 그 두께에 따라 투과성이 있어 안쪽을 밖으로 드러낸다는, 즉 비친다는 빛의 이미지와 상통하는 점이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따라서 초기에는 배면, 즉, 화판에 먹을 칠하고 그 위에 기역자 문양의 한지를 찢어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일정한 크기로 종이를 찢어 붙이는 과정에서 한 차례, 두 차례 그리고 세 차례 등 겹쳐지는 횟수에 따라 종이의 투과성이 달라 농도의 차이에 따른 일정한 크기의 기역자 문양이 형성된다. 뿐만 아니라 일부 작품에서는 바탕의 수묵 색깔이 그대로 노출되어 검정의 기하학적인 선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작업은 감정은 억제되고 이성이 발호하는 상황이 된다. 논리적이고 이지적인 성향으로 기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따분한 정도는 아니다. 감정의 기복이 보이지 않으나 같은 크기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찢어 붙이는 까닭에 운율이 형성되기에 이른다. 그 운율이란 존재성을 강조하는 빛의 파장과 같은 것인지 모른다. 결코 감정의 과잉을 용납하지 않는 차분히 전개되는 논리적인 화면의 구조가 그렇다. 작업이 진행되면서 한지를 일정한 크기로 찢어 붙인다는 단순한 행위가 반복되고, 결과적으로 자기 복제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희미하게 선의 존재를 드러나게 한다든지, 담채로 바둑판 모양의 이미지를 만드는 따위의 방법을 통해 조형의 변주를 모색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한지를 기다랗게 찢어 붙이기도 하고, 옅은 물을 들인 색지와 소지 상태의 한지를 번갈아 붙이는 방식으로 바둑판 문양을 만들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단순한 이미지의 반복이라는 지루함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표정을 얻게 된다. ■ 신항섭

천영록_자연을 담다 2007-1_한지 쪽 면사_55×115cm_2007

한지와의 만남이 지금의 나의 작업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 하였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연히 뒷받침해줄만한 그 특별한 '한지'로서의 가치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값진 내 작업의 동반자일 것이다.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 껍질의 섬유질이 자연스럽게 얽힌 가운데 마치 빗방울이 스미어 구멍을 만드는 것처럼 크고 작은 구멍이 리듬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뚫린 구멍 속은 보는 이에 따라 의미가 다를 것이다. 꽉 막힌 무언가를 뚫어서 심리적인 분출구의 역할을 갖게 하는, 작업의 방향은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해소 시킬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고 싶다. 자연의 색을 첨가하고, 떨어트려 보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에서 의도하지 않은 여러 가지 상황들이 연출된다. 제2의 자연소재를 통하여 무한한 이야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우연적이며 자연스러운 멋이 보는 이를 은근히 중독 시킬 것 같은, 그래서 나는 이 작업을 좋아하고 그 무한한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싶다. ■ 천영록

Vol.20110802c | 반복-사유의 흔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