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알머슨展 / Eva Armisen / painting   2011_0805 ▶ 2011_0928 / 백화점 휴점시 휴관

에바 알머슨_Sometimes I go far_캔버스에 유채_130×195cm_20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롯데갤러리

롯데갤러리 본점(롯데백화점 본점 12층) / 2011_0805 ▶ 2011_0828 에비뉴엘 전관 B2~B5 / 2011_0805 ▶ 2011_0928 관람시간 / 10:30am~08:00pm / 백화점 휴점시 휴관

롯데갤러리 본점 LOTTE GALLERY 서울 중구 소공동 1번지 롯데백화점 12층 Tel. +82.2.726.4428~9 www.lotteshopping.com/depart/branch/gallery

2011_0902 ▶ 2011_0925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 10:30am~09:00pm

롯데갤러리 부산본점 LOTTE GALLERY BUSAN STORE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2동 503-15번지 롯데백화점 6층 Tel. +82.51.810.2328 www.lotteshopping.com

일상은 축제이다 ● 인생을 어느 정도 살다 보면 한때는 축제였던 일상이 점점 생기를 잃고 지리멸렬해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른바 중년의 위기란 것이 찾아오는 것도 대부분 이와 때를 같이 한다. 그나마 일상에 생기가 넘쳤던 때가 언제였던고 되짚어보면 가장 가까운 과거로 신혼 시절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듯싶다. 새색시에게 청소나 빨래는 새삼 새롭고, 새신랑에겐 매일 그녀와 함께 하는 저녁 식사도 이벤트일 수 있는 법. 그러나 지속되는 반복은 의미를 퇴색시킨다. 급기야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그 참을 수 없는 사소함에 무기력해진 사람들은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꿈꾸기도 한다.

에바 알머슨_Blooming_캔버스에 유채_89×130cm_2011
에바 알머슨_Sunbathing_캔버스에 유채_140×60cm_2011

에바 알머슨(Eva Armisn)은 산책을 하거나 목욕을 즐기는, 지극히 평범한 삶의 풍경을 화폭에 담는다. 심지어 신발을 신거나 모자를 써보는 따위의 사소한 행위까지 작품의 주제로 삼는다. 물론 건조하게 반복되는 일상만 있는 건 아니다. 가끔은 이부자리에서 잠에서 깬 채 몽상의 여운을 만끽하고, 머리 속에 엉뚱한 상상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랑도 한다. 그는 사랑조차 일상의 시점에서 다룬다. 불타는 정열이나 극적인 일탈과는 거리가 멀다. 오래된 연인이나 금술 좋은 부부에게서 묻어날 수 있는 정이 넘치는 사랑, 보통 사람들의 잔잔한 일상 속 사랑이다.

에바 알머슨_Summer_캔버스에 유채_130×195cm_2011

알머슨은 1969년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태어나 바르셀로나에서 수학한 이후 줄곧 그곳에 정착하여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해오고 있다. 일상이라는 보편적인 화제(畵題)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낸 그의 작품은 문화적인 차이를 넘어 국제적으로 폭넓게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롯데 갤러리에서 그의 근작을 중심으로 전시되는 유화와 드로잉, 에칭과 세리그래프 등의 판화 작품들은 예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생활의 발견'을 테마로 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알머슨의 개인전으로서는 최대 규모로 총 80여 점의 작품이 선보여 그의 작품 세계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이기도 하다. ● 만일 남에게 내보일 만한 특별한 자서전-대개는 성취와 성공, 그리고 마침내는 행복의 역사이고자 하는-을 쓴다면, 굳이 알머슨이 다루는 평범한 생활사를 다룰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개인사에서 조차 쉬이 누락될 법한, 그 '나머지'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머슨은 묻는다. 나머지가 그 부정적인 어감만큼 정말 무의미한 것일까 라고. 물론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설사 목적 지향적인 삶의 태도를 고수하는 사람일지라도 행복이 성취와 일대일로 대응하는 함수 관계에 있지 않는다는 것쯤은. 행복에 대한 영원한 고전으로 남을 메테를링크의 「파랑새」는 우리에게 다소 진부하긴 해도 그 답을 오래도록 상기시켜주었다. 다만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텍스트적 메시지가 더 이상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에게 알머슨이 전하는 시각적 행복 이야기를 권해보는 것은 어떨까. 알머슨의 인물은 표정과 몸짓으로 우리 가까이의 행복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맨손 체조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따위의 일상 속 작은 에피소드만으로도 행복과 희열로 충만하다. 때로는 능글맞게 때로는 거만하게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행복을 뽐내는 주인공들은 우리가 그저 스쳐 보내기 쉬운 사소한 일상을 하나의 드라마로 연출한다. 메테를링크를 통해 글로 행복을 배웠다면, 알머슨은 그림을 통해 우리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고무한다.

에바 알머슨_One, two, three here I am_캔버스에 유채_146×89cm_2011

이렇듯 알머슨은 행복에 대한 잠언을 시각적으로 풀어가며 일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유도한다. 그 호소력은 그가 화폭에서 전개하는 연출력에 의해 배가(倍加)된다. 담박하면서 명료한, 결코 추상적이지 않은 제목에는 복잡한 상징성 대신 가벼운 은유가 함께 한다. 스스로가 정한 표제어에 따라 마치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나가듯 알머슨은 캔버스 안에서 스토리텔러의 재간을 마음껏 부리면서 일상의 이야기를 붓과 물감으로 전개한다. 그 행복 이야기를 빛내주는 문채(文彩)는 다름 아닌 특유의 인물 표현과 필치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마치 동일 인물처럼 정형화된 모습. 하나의 캐릭터라 해도 손색이 없다. 홀로 행복 놀이에 푹 빠진 모습이 자칫 깍쟁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불규칙하게 드러나는 굵은 윤곽선과 서글서글한 눈매에 다소 과장된 스케일의 인물 표현은 다정다감하며 또한 소박하다. 일부러 어린 아이가 서툴게 그린 듯 넉넉함이 묻어나는 화법 또한 알머슨 인물에 개성을 부여한다. 망설임 없는 대담한 선획과 유화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붓 터치는 주제의 무게감을 한층 경쾌하게 만들며 행복한 일상과 조우한다.

에바 알머슨_Walking_캔버스에 유채_195×130cm_2011

더불어 주제적인 면에서 여성성에 밀착하는 방식도 엿보인다. 섬세한 감성이 묻어나는 일상사는 여성이 아니고서는 누리기 쉽지 않은 특권인양 주제화되어 있다. 그의 작품은 페미니즘이라는 전투적인 이데올로기를 들이대기엔 어울릴 성 싶지 않아 보이지만, 기실 본질주의적 페미니즘의 또 다른 버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여성적 감성이 물씬 풍기는 삶의 소소한 요소들은 그 작은 기쁨을 여유와 위트로 찬미한다. 알머슨 인물의 이 같은 매력은 이미 미술계를 넘어 대중적으로도 호응을 얻었다. 자신의 그림이 지닌 대중적인 매력을 잘 파악하고 있는 그는 유화나 판화, 드로잉 이외에도 다양한 매체에 작품을 적용시켜나갔다. 그는 스페인의 코카콜라 광고 애니메이션에 작품을 등장시키는가 하면 의류, 도자기, 카펫 등 다양한 콜라버레이션 작업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폭넓게 시도하면서 작가로서 새로운 입지를 구축해가고 있다.

에바 알머슨_For you to be happy_캔버스에 유채_100×81cm_2011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라는 말이 있다.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이라는 뜻으로 예삿일을 이르는 말이다. 알머슨의 그림을 보노라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와 같은 일상다반사로 보내고 있는 지 새삼 헤아려보게 된다. 목적을 향해 달리는 인생에 유난히 익숙한 우리에게 그의 '스페인 발(發) 행복 전보'는 미래 혹은 과거를 향한 우리의 시선을 지금과 여기로 이끈다. 그리고 말한다. 신성한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라고, 하루하루의 작은 쉼표들과 느낌표들을 놓치지 말라고. ■ 롯데갤러리 본점

Vol.20110805b | 에바 알머슨展 / Eva Armisen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