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부재-나는 타자의 고통에 노출돼 있다'

강기석展 / KANGKISEOK / 康基錫 / video   2011_0810 ▶ 2011_0908 / 월요일 휴관

강기석_눈 먼 사람들만이 그것을 모른다 시리즈_견에 분채_가변 크기_2010

초대일시 / 2011_0810_수요일_06:00pm

부대행사 박건희 퍼포먼스 「시시콜콜한 프로젝트 첫번째」 소소한 상차림이 진행됩니다.

space99 신진작가 공모 '구인광고' 선정작가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99 space99 서울 종로구 견지동 99-1 Tel. +82.2.735.5811~2 www.space99.net

일곱 개의 골짜기, 바다 그리고 큰 산을 앞에 두고. ● 하산이 어리석은 실수로 잃어버린 미나르 공주를 다시 찾기 위해 와크 제도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눈물로 애원할 때 압드 알 카투스는 안타깝게 입을 열었다. "그곳을 가려면 일곱 개의 골짜기와 일곱 개의 바다, 일곱 개의 큰 산을 지나야 하는데 그 먼 길을 무슨 수로 가겠는가? 그리고 누가 그 험한 길을 안내하겠는가?" (『아라비안 나이트』 중)

강기석_비다_C프린트_가변크기_2008

현재 한국 미술계에서는 적지 않은 공모전이 진행되고 있다. 경쟁을 통한 승리를 중심으로 한 이 시스템은 상의 조건과 부상의 규모 그리고 어떤 작가가 선정되는가에 따라 그 권위가 다르게 평가된다. 그러므로 지원자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가가 선정되는 것이 통례이다. 그러나 'space99'의 신진작가 공모전인 '구인광고'는 이번에 강기석을 최종 작가로 선정함으로써, 다른 공모전과의 차이를 분명하고 그 지향점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강기석_Dumbness_미디어 영상_00:06:10_2010
강기석_Limp_미디어 영상_00:09:12_2011
강기석_Leisuretime_미디어 영상_00:06:15_2011

강기석은 마치 막 모험을 시작하려는 하산처럼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야 할 작가이다. 아직 전시 경험이 없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화 전공에서 사진, 미디어로 매체 확장을 시작하여, 지금도 다양한 조형언어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그러나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그가 선정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바로 우리 사회에서 비롯되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주제로 다양한 표현 방식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지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작가 지망생들이 와크 제도를 꿈꾸다가 거대한 현실의 바다에서 쉽게 타협하고 변질되거나, 자기 연민에 잠식되어 뒤돌아보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강기석은 오히려 이러한 현실과 불안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열정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무기력한 일상 속에서 진행되는 삶들과 방황하는 자아 사이에 발생하는 '충돌'과 '긴장'에 주목하고 있는 주제 의식은 향후 그가 어떤 작가로 성장해 나갈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방향 키로써 의미가 있다. 즉 대학 주변의 혼자만의 생활공간을 담은 허름한 원룸 시리즈나 비닐봉지를 쓰고 사람들을 만나는 「Dumbness」같은 작품 속에서 그는 주변의 하찮은 오브제나 행위들 속에서 분명 자리 잡고 있지만, 흔히 간과되거나 훼손되기 쉬운 우리 사회와 개인/사람들 속에 존재하는 어떤 가치를 포착하고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 이러한 가치는 여러 작품 속에서 동정심, 윤리의식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불안정하게 변주되고 있지만 이후 치열한 작가 의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인다. 또한 「Limp」에서는 작업실에서 값싼 테이프로 작은 사각 공간을 구획해 놓고 그 라인을 따라 끝까지 옷을 벗는 행위를 보여 주고 있다. 한정된 선을 지키며 힘들게 진행되는 신체 행위를 보면서 관람자는 매우 답답하고 불편한 감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 전화 벨이 울리면서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게 그 선을 일탈하는 모습에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는데, 오히려 이러한 장치는 그가 다시 라인 위로 돌아왔을 때 감상자가 더 진지하게 그 행위를 지켜보게 만들며 또 무엇에 대한 메타포인지 고민하게 한다. 이처럼 무거운 주제를 작은 일상과 오브제를 통해 주목시키고, 이를 간혹 기발한 발상으로 전달해 내는 접근 방식은 현재 다소 거친 결과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앞으로 그가 보여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이기도 해준다. 훗날 이러한 기대가 험난한 현실 속에서 '수취인 부재'로 그와 우리 앞으로 다시 되돌아 올 위험이 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오랜 이야기도 알고 있다. 하산은 눈물, 열정 그리고 절실한 바램으로 길잡이들을 설득했고, 마침내 지독한 고생 끝에 일곱 개의 골짜기, 바다 그리고 큰 산을 넘었다. 결국 낙원에서 그토록 그리던 미나르를 만났지만, 그녀와 함께 늙은 어머니가 계신 자신의 장소로 다시 돌아온다. 즉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돌아올 수 있는 힘의 존재를 품고 있는 젊음과 그 험한 길을 안내 할 사려 깊은 길잡이가 있다면, 모험은 실패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도 이제 강기석과 '스페이스 99'의 모험에 동참해 보자. ■ 강수정

Vol.20110811d | 강기석展 / KANGKISEOK / 康基錫 /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