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기 - Looking Back

이정철展 / LEEJUNGCHUL / 李政澈 / painting   2011_0816 ▶ 2011_1122

이정철_공(유혹)_장지에 목탄, 혼합재료_90.9×72.7cm_2010

후원 / 우리자원(주)

초대일시 / 2011_0820_토요일_06:00pm 2011_0816 ▶ 2011_0829

포스텍 모네 갤러리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 산31번지 Tel. +82.54.279.0114

2011_1116 ▶ 2011_1122

갤러리 아이 GALLERY I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3-13번지 2층 Tel. +82.2.733.3695 www.egalleryi.co.kr

繪畵를 통해 탐닉하는 현대인과 인간의 존재감현대 한국화의 시대적 의미 오늘날 현대 한국화는 전통의 수용과 탈장르에서 비롯된 새로운 도전 속에서 자유로운 매체의 사용과 표현방식으로 신선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 지필묵으로 표현되어졌던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이던 전통한국화의 '시각적 미학'과 '한국적 정체성'이 이제는 실험적이고 다각적인 조형언어로 재구성되어져 진정한 한국의 '회화정신'을 담는 새로운 그릇으로 거듭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화단에서 '한국화'라는 명칭이 통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부터로 여겨진다. 종래의 동양화를 한국화로 고쳐 부른 배경에는, 일제시대의 잔재를 그 이름에서부터 청산하고 조선회화의 전통적 맥락에 주체적인 연계를 가지려는 고심이 숨어 있으며 한국적인 회화정신과 양식을 재정립하려는 의지가 뒷받침 되었다고 본다. 한편 서구의 미학적 사고와 재료를 이용해 표현하는 '서양화'가 이 땅에 들어 온 지도 이미 백년이 넘었다. 우리화단에 면면히 내려온 전통미술이 서구미술을 수용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고 이제는 한국미술이라는 정체성도 희미해져 가고 있는 게 현실로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성을 계승하고 현대적 감각에 맞는 회화양식을 찾고자 하는 젊은 작가들의 진지한 노력과 실험적 시도들은 새로운 미학적 표출로 이어지면서 그 가능성과 화단의 변모를 모색하는 새로운 주체가 되고 있다. ●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 한국화가 들에게 '매체에 관한 창작의 부단한 실험과 주제에 관한 전통에의 접목'등은 피할 수 없는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형식 실험에의 과도함을 거부하려는 시도는 화면 내부의 이미지의 독자성 확보에 관한 고민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추상화 이미지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와 창작자의 캐릭터 화된 인물을 일상의 풍경을 배치한 배경 사이에 개입시키는 내러티브(Narrative)적 서정성, 혹은 설화적 형식으로 접근은 한국적 원형 탐구와 내러티브 환경 속에 실존하는 우리들 인간상에 대한 재해석으로 표현되어지기도 했다. 아울러 자연주의적 소재에 대한 관심과 이에 대한 치밀함 혹은 그 자연의 생명력에 대한 내면적 해석은 조형화 작업과 연결되어져 전통 화제(畵題)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새롭게 나타나고 한다. 대부분의 현대 한국화 작가들의 작업이 제각기 다른 주제 탐구와 매체 사용을 통해 실험적 모색을 거치고 있음에도 모두가 한국화 전통의 최소화 조건을 버리지 않으면서 한지나 장지 안의 이미지로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고 여겨진다. 한국화의 매체적 한계를 그들 스스로 끌어안고 그 한계 내에서 작업을 천착(穿鑿)해 오고 있는 것은 우리 미술계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여겨진다. ● 현대 한국화는 우리전통의 철학적 사고와 미감에 뿌리를 둔 한국화의 자양분을 흡수하여 동시대 시각언어를 새롭게 만들어 내려하고 있다. '현대미술은 곧 서구미술'이라는 이분법적인 시선으로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규명 짓는다면, 서구미술과 한국미술과의 변별력은 자연히 약해져 한국미술이 가지는 시각적 한계점을 초례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미술은 어떤 다른 용어로 불려도 별도 구속되진 않는 자유로움을 지니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한국화는 그 폭이 매우 제한적이고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 한국화 전통에 도전적 매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실험적인 현대 한국화의 한계가 더욱 지엽적이고 모호하게 인식되어 나타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들은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실험적 모색과 한국미술에 내재된 심오한 전통적 미의식, 나아가 예술적 기운의 구현"으로 이어진다면 진정한 현대 한국화의 시대정신이 계승되고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정철_바라보기_장지에 목탄, 혼합재료_2011

이미지로 표현되는 형상과 존재의 의미 ● 최근 들어 작가 이정철은 오늘날 한국화 화가들이 고민하는 전통의 계승과 현대성에 대한 깊은 고찰을 새롭게 체험하고 있다. 1998년 중앙대학교 한국화 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이 대학졸업과 함께 겪게 되는 삶의 깊은 고뇌와 갈등에서 얻게 된 직장생활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내재되어 있던 자아를 발견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었다. 졸업과 함께 시작된 직장생활과 새로운 가정에서 비롯된 가족이라는 새로운 구성은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인간의 존재와 세상살이를 통해 보고 느꼈던 본능적인 표출이 그림의 새로운 소재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 이었다. 인간 본질(이데아)과 정체성 표현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 그의 그림 속 주제는 '인간존재'이다. 우리네 삶의 주체는 인간이고, 그 인간은 현대라는 복잡한 사회적 구속에서 매일매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인간존재의 내면이나 일상성을 가식 없이 보여주는 그의 그림 속에는 현대인의 삶을 축약 적으로 표현하려는 강한 예술적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한국화가 주는 매체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수묵과 장지를 이용한 신선한 노동의 흔적을 담아내고 있는 그의 작품에는 현대 한국화의 신선한 묵필정신을 느끼게 해준다. ● 그의 화면 속에는 우리주변에서 늘 마주치는 평범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매일같이 마주치지만 유명인이나 특정인이 아니기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그들의 얼굴 속에서 이 시대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성실한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그림 속에는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유명스타와 같은 소위 영웅주위적인 삶을 통해 얼굴이 알려진 특정인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들의 외형적 모습이 주는 도상학적 의미 전달보다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주변인들의 내면과 그 속에서 내재되어 있는 진실 된 삶의 깊이와 심미적인 자각에서 오는 무게감을 자연스럽게 이식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간결하고 절제된 선과 채색으로 현대인의 내면 풍경을 담아내고 있는 그의 근작들에서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방향성과 비전마저 조심스럽게 탐색해 볼 수 있다. ● 그의 그림은 아교에 분채(汾彩)를 직접 녹인 후 여러 번 반복해서 칠하는 한국화 전통채색 화법을 사용하고 있다. 엷게 채색되어진 화면 속 인물들은 한결 같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마치 인상파 화가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대표작인 '풀밭 위의 점심 식사'와 '올랭피아' 그림 속 여인들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며 관객에게 말 걸기를 시도 하듯 그의 그림 속 여인들도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인물화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의 모습들은 열린사회와 서구화된 주거환경, 교육기회의 확대에서 오는 진취적이고 현대적인 존재감을 과감하게 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 간극의 깊이만큼이나 여성들의 고독과 갈등이 그림 속에 깊이 숨겨져 있음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 작가 이정철은 이들 작품들을 통해 여성을 감상의 대상으로 하는 전통의 여성성 보다는 인간존재로서의 모습 부각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은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차가운 경쟁 사회 속 고달픈 일상 속에서 분출 되는 절박한 항변과 존귀한 자아에서 오는 인간의 존재감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정철_달이 뜬 풍경_장지에 목탄채색_60.6×72.6cm_2010

영혼의 이미지를 담기 위한 새로운 여정 ● 작가 이정철이 한국화의 기본 틀을 구축했던 중앙대는 한국화과 동문들로 구성된 '오늘과 하제를 위한 모색전'을 통해 1980년대에 한국화 중흥운동을 일으켰던 명문대였다. 소위 홍대파와 서울대파의 대립적 헤게모니 속에서 한국화가 가지는 시대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치열한 작가정신을 반영한 작품들을 주로 제작했던 중앙대 한국화과는 서라벌 예술대의 맥을 이어 한국화의 원류를 찾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했던 학과였다. 이러한 학과출신 동문들이 주축이 된 '오늘과 하제를 위한 모색전'의 85년 창립은 한국화단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던 하나의 사건이 되었다. 당시 창립전 서문을 보면 "현재 한국화가 당면한 문제는 기존적 전통 문화에 새로운 문화가 유입됨으로써 야기되는 문화적 혼란과 갈등에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기존적인 것의 고답적인 수용이나 반발의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우리자신들을 원초인 으로 보고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주의 깊은 관심을 반영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한국화가 빠지기 쉬운 관념에서 벗어나 우리의 현실을 피상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얻어진 삶의 느낌과 감동을 표현하고자 한다." 라는 내용을 통해 당시 한국화 화단 분위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런 모교의 화풍 영향 탓도 있겠지만 그가 추구하는 전통의 현대화에 대한 끊임없는 모색은 분명 시대적 젊은 한국화 화가가 안고가야 할 소임인지도 모른다. ● 이정철의 작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얼굴은 단순히 소재적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그림 속 얼굴은 모든 것을 스스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개인의 삶뿐 아니라 시대상까지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인간에게 있어 얼굴은 "영혼의 통로"라는 비유처럼 그의 인물화는 삶의 풍경들을 담고 있으며 사회적 메타포(metaphor)를 나타내려 한다.

이정철_바라보기_장지에 목탄, 혼합재료_90.9×72.7cm_2011

얼굴은 "지구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표면(surface)"이라고 말했던 프랑스 현상학자 프랑시스 자크(Francis Jacque)의 지적처럼 얼굴은 다양한 사회적 텍스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몸은 인간 영혼의 최고의 그림이며, 얼굴은 몸의 영혼이다."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 또한 인간의 얼굴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해 준다. ● 비록 세월의 나이만큼 깊은 연륜과 인물이 주는 모든 분위기를 화면 속에 모두 담아내기에는 이번 첫 개인전이 심리적으로 큰 부담감을 줄는지도 모른다. 학창시절 "컵에 물이 가득 찬 듯 한 느낌"으로 작품에 임하고 전시회를 준비하라던 은사님의 말 한마디가 늘 마음속 짐이 되어 미루어 왔던 이번 그의 첫 개인전이 갖는 의미는 충분 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 이유는 현대 한국화의 시대적 과제와 이 시대 젊은 작가가 가져야 할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조형적 탐구가 포항이라는 넉넉지 못한 미술 인프라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점과, 비교적 안정된 경제적 여건 속에서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이다. ● 앞으로 작가 이정철은 현대회화가 가지는 형식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표현하기 보다는 시대의 정신과 함께 지금의 예술가적 순수한 마음이 지속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지나간 추억만을 먹고 살기보다는 아름다운 꿈을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진정한 작가로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 김태곤

Vol.20110816c | 이정철展 / LEEJUNGCHUL / 李政澈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