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기계 Liquid Machinery

정직성展 / JEONGZIKSEONG / 正直性 / painting   2011_0817 ▶ 2011_0906

정직성_201105_캔버스에 유채_112×145.5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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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817_수요일_06:00pm

모인화랑 Moin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9번지 2층 Tel. +82.2.739.9292 www.moingallery.co.kr

액체화되어가는 삶에 대한 성찰 ● 부산의 공사장에서 마주친 기계들의 역동성을 재현한 2010년 이전까지, 정직성은 서울 골목골목에 빽빽하게 들어서 이제는 포화상태에 이른 연립주택에서 특징적인 구조들을 추출하여 반복과 집적을 통해 화면에 재조립한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시장 자본주의가 사회 모든 시스템을 장악하면서 도시는 철저히 소비의 공간이 되었고, 서울은 그 성전과 다름없는 곳이다. 이 소비의 공간 안에서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이나 갈등, '차이'에 대한 인식은 제거되어야만 한다. 그 결과 타자들은 그 정체성이 무효화되도록 위조된 공동체에 포섭되거나 아니면 공간적으로 분리될 수밖에 없다. 정직성에 의해 낯설게 변형된 일상적인 장소들은 서울의 게토라 불릴만한 비강남권이 주였기에, 작가의 작업은 단기간 내에 압축적인 근대화를 겪은 우리 사회의 구조에 대한 비판, 아파트, 주상복합건물, 백화점 등 정형화된 소비적 공간 구성에 대한 저항, 근현대사의 흔적과 기억이 담긴 은유적인 아카이브로 읽혀왔다.

정직성_201109_캔버스에 유채_91×72.7cm_2011

그러나 정직성의 작업은 현실의 반성, 부조리의 고발에 멈추지 않는다. 도시 주변부에 위치한 일상적인 것들의 자생적인 성장 가능성과 균질화된 근대적 질서와 구별되는 이질적이고 유기적인 질서가, 결국 모든 인간이 삶에서 겪게 되는 우연성과 놀랍게도 일치함을 작가는 줄곧 직감했고 이를 캔버스에 표현하고자 했다. 2008년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들이 연립주택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 타이틀로 붙여진 '기계(megamachine)'는 '무정형 구축'의 메커니즘에 대한 작가의 긍정적인 시선과 끊임없이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무질서의 질서에의 확신과 고집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보통 '기계적'이라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미리 정해진 절차를 그저 따를 뿐 인간이 창조적인 정신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수동성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직성에게 '기계'는 포드주의(Fordism)적 공장, 즉 자본과 기술이 지배하는 비인간적인 거대 산업사회나, 푸코(Michel Foucault)의 원형감옥(panopticon) 또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빅 브라더(Big Brother)와 같이 개인성이 부정되는 관료주의,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강건한 구축, 구조적인 삶에의 의지에 다름 아니다.

정직성_201110_캔버스에 유채_130.3×194cm_2011

은유로서의 기계가 갑작스레 구체적인 이미지로 등장한 것은 지난 해 『작동(Operation)』전부터다. 게다가 정직성 도시풍경 작업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던 붉은색과 회색을 대체한 짙은 청색은 기계라는 소재만큼이나 새로운 것이었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서울과는 또 다른 내적 질서를 보여주었고, 작가는 새로운 작용의 배열방식과 운동감을 놓치지 않았다. 그 형태는 여전히 견고하나 전체적인 구조는 점차 개방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아무런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빈 공간이 생겨났고 반복적이지 않은 패턴들이 포개졌다. 변화는 같은 해 『가로지르고, 멈춘다(Cross and Pause)』전에도 이어져, 작가는 지금껏 직접 드러내지 않았던 현대인들이 겪는 항구적인 불확실성, 즉 개인들과 지역공동체의 하루하루의 삶에 영향을 끼치며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현대성의 다양한 숨은 층위들을 거칠게 드러냈다. 작품에는 시간의 단위들이 공간을 통과하고 가로지르고 걸쳐져 있어 헐거운 그물망이 만들어졌다. 적극적인 결속이 사라져버린 공간은 정체성과 지속적인 관계가 불필요한 '비장소(non-place)'이고, 개인들이 만나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오늘날의 도시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정직성_201106_캔버스에 유채_130.3×194cm_2011

정직성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기 시작하던 무렵의 인터뷰에서 "시스템에서 튕겨나온 것에 대한 불안" "자잘한 것들의 고군분투" "혼돈스런 삶의 관찰"을 토로했다. "원래부터 있었던 게 무엇이고 새로운 게 무엇인지 좀처럼 알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장기계획이란 불가하기 때문에 순간의 미봉책으로 위기상황을 극복해야하는 조건을 비판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은 채 냉정한 태도로 이야기했다. 작가의 말마따나 시간이 흘러가는 데도 계속 존재하려는 것들, 시간의 흐름에 면역이 된 오래된 것들이 파괴되면서 사회가 공존하는 데 요구되던 거시적 차원의 담론과 실천이 미시적 차원으로 전환되었다. 그 과정에서 체제와 개인의 결속이 붕괴되고 개인은 여러 도덕적, 사회적 의무에서 해방되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러한 해방, 거대담론의 붕괴가 개인의 완전한 자유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열린 사회(open society)'는 이 용어를 만든 칼 포퍼(Karl Popper) 본인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를 낳았다. 지금처럼 자본과 상품이 경계를 뚫고 해체하려는 압력으로 작동하고 정보망이 거미줄처럼 퍼져 미지의 장소란 도무지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전지구화(globalization)의 시대에, 개인은 물론 사회 역시 자신의 여정을 확고하게 결정한 능력을 상실하고 무력해졌다. 삶의 토대가 허약해진 개인이 짊어져야할 부담과 공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위험과 모순은 끊임없이 생겨나는데 그것들을 해결할 의무와 필요는 계속 개인 차원으로 되어간다.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이와 같은 동시대를 '위험사회(risk society)'라 불렀다.

정직성_201107_캔버스에 유채_72.7×91cm_2011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구축의 은유로서의 기계에 '유동성'을 부여했다. '흐르는' 것은 액체의 특성으로 '견고하지 않은' '제 모습을 오래 유지할 수 없는' '목적지가 미결정된' '불안정한'상태의 다른 표현이다. 반면 기계는 예측 가능하여 통제가 용이하고, 지속적이며, 결속력이 강한 안정적인 고체를 대표한다. 액체는 대부분의 경우 공간보다는 시간의 흐름을 더 중요시하는 반면 고체는 공간이 시간을 무효화시킨다. 고체와는 달리 액체는 쉽게 멈추지 않는다. 액체는 어떤 장애물과 부딪치면 그 주변을 빙 둘러가거나 아니면 그것을 통과하거나 빨아들이거나 녹여버린다.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이 지적했듯이 기술의 발달에 의해 쉽게 이동가능하고 지적, 물질적으로 개방된 동시대는 액체에 가깝다. 사실 근대는 그 시작부터 액체와 같았다. 이미 150여년 전에 막시스트들은 『공산당선언』에서 "견고한 것들을 녹이는(melting the solids)" 근대의 유동성을 간파했다. 비록 새롭게 진보한 견고한 것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지만.

정직성_201111_캔버스에 유채_130.3×194cm_2011

정직성이 상반된 이 두 개념, 즉 액체의 유동성과 고체의 기계를 앞으로 어떻게 결합해 나갈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이번 전시가 작가가 작업을 새롭게 전환하면서 내놓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방향만은 이미 머리 속에 정하고 조타핸들을 잡은 뱃사람과 같이, 삶과 작업에 대한 정직성의 태도는 좀 더 여유로워졌다. 밀도있던 밑그림이 사라지고, 붓의 흔적이 거칠어지고, 색채가 강렬하고 다양해졌다. 하지만 그의 작업을 형식주의적 또는 표현주의적인 추상으로 틀지울 수 없다. 「흐르는 기계」는 파편화, 변칙, 불명확성, 파괴, 해체 등 동시대의 디스토피아적 징후들에 대한 냉정한 성찰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직성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자신과 사회와 연결된 가느다란 실을 놓지 않은 채 부단히 일상의 정치를 고찰하고 있다. ■ 박혜성

정직성_201104_캔버스에 유채_112×145.5cm_2011

Reflection on a Life of Fluidity ● Up until 2010, when she began representing the dynamism of machines she encountered at construction sites in Busan, Jeong Zik Seong had shown works that reassembled, through repetition and accumulation, characteristic structures extracted from Seoul alleys, which were densely packed with buildings for collective housing. As market capitalism took over all systems of society, cities became spaces for all-out consumption, among which Seoul was a shrine. In this space of consumption, questions about who "we" are, conflict, and perceptions about "difference" must be eliminated. As a result, the "other" had to be won over by counterfeit communities where identities were nullified or spatially separated. The places of daily life which were strangely transformed by Jeong Zik Seong were mainly the non-Gangnam areas, known as the ghetto of Seoul, and so the work of the artist has been read as criticism of the social structure of Korea, which experienced compressed modernization over a short period of time; as resistance against standardized consumer space composition such as apartment complexes, high-rise apartment and commercial buildings, and department stores; and as a metaphoric archive containing the traces and memories of modern history. ● Jeong Zik Seong's work, however, goes beyond reflection of reality and denunciation of irrationality. The artist has always intuitively known that the possibility of spontaneous growth of daily things positioned in the marginal areas of the city, and the heterogeneous and organic order, different from the homogeneous modern order, surprisingly, in the end accord with the element of coincidence all humans experience in life; and she has tried to express this on her canvas. The title Megamachine, given to her 2008 solo show, despite the fact that her works were about collective housing, directly reflects the artist's positive view toward the mechanism of "amorphous construction," and her certainty and adherence to the order of disorder, which is endlessly deconstructing and reconstructing. In most cases the term "mechanical" carries a negative image, and indicates a passiveness according to which humans merely follow the preset procedures and are unable to demonstrate the creative capabilities of their minds. But to Jeong Zik Seong, "machine" is not a criticism of factories based on Fordism, i.e., the inhumane and massive industrial society dominated by capital and technology, or a bureaucratic or totalitarian society as described in Michel Foucault's panopticon or George Orwell's Big Brother, but a powerful will towards dynamic and sturdy construction, and a structural life. ● It was last year's exhibition, Operation, in which the metaphor of machine suddenly appeared as a concrete image. Furthermore, the dark blue, replacing the reds and grays previously considered as the artist's trademark colors in her urban landscapes, was as new as the subject matter of machines. The city Busan showed a different inner order from that of Seoul, and the artist captured new ways of arrangement and sense of movement. The shapes were still solid, but the overall structure began to open itself gradually. Empty spaces with no significance appeared in the picture-plane, and unrepetitious patterns were overlapped. Such change continued in the exhibition Cross and Pause the same year, in which the artist roughly revealed the perpetual uncertainty experienced by the modern human, that is, the diverse hidden layers of modernity that change rapidly, influencing the everyday lives of individuals and local communities. This was an aspect she had never exposed directly before. A loose net existed in her works through which units of time passed, crossed over and spread across space. A space where active bonds have disappeared is a "non-place" in which identity and continuous relations are unnecessary; a cross section of today's city, where individuals do not meet but just brush past each other. ● In an interview during the preparatory stage of this exhibition, Jeong Zik Seong expressed her "uneasiness towards the things that bounce out of the system," "the lonesome fight of trivial things," and "observations of chaotic life." She talked coolly, without criticising or endorsing, about the conditions of modern society, where "one cannot know what was already there and what is new," and where situations of crisis must be overcome through instantaneous makeshift solutions because long-term planning is impossible. As she has said, when things that tried to continuously exist in spite of the flow of time, and old things that were immune to the flow of time were destroyed, the discourses and practices of the macroscopic dimension, in demand for the coexistence of society, were transformed into the microscopic dimension. In that process, the bond between the system and individuals broke down, and the individual was liberated from various moral and social obligations. But unfortunately, such liberation, or dismantling of the giant discourse did not mean complete freedom for the individual. Such "open society" brought results that even Karl Popper, who invented this term, could not anticipate. In the era of globalization, where capital and commodities act as pressure to penetrate and deconstruct boundaries, and the spider-web-like information network seems to rule out the possible existence of an unknown place, individuals as well as societies have lost their ability to decide their own paths; rather, they have become incapacitated. The burdens and fears borne by the individual with a weakened foundation of life have never been greater. Social risk and contradiction emerge without end, but the duty and necessity to solve them is increasingly being made the burden of the individual. Ulrich Beck called such contemporary society a "risk society." ● In this exhibition, the artist has added "fluidity" to the metaphor of machinery. "Flowing" is the characteristic of liquid, and is another expression of something "not solid," "unable to maintain its appearance," "with an undecided destination," "unstable." On the other hand, machines represent stable and solid matter: predictable, easy to control, continuous, and strongly integrated. In most cases the flow of time is considered more important than space in terms of liquid, while in the case of solid mass, space nullifies time. Unlike the solid, liquid does not stop easily. Liquid will run around, penetrate, absorb or melt any obstacle it meets. As Polish sociologist Zygmunt Bauman pointed out, the contemporary era resembles liquid, as technological development enables easy mobility, and intellectual and material openness is provided. In fact, modern times have been like liquid from the beginning. Already about 150 years ago, Marxists detected the fluidity of modernity, as seen in the phrase "melting the solids" in the Manifesto of the Communist Party, although newly advanced solid things took their place. ● I am very curious how Jeong Zik Seong is going to continue to combine these two contradictory concepts―the fluidity of liquid and solid machines. I feel even more so as this exhibition is not the result of the artist's new transition, but the process. Like a sailor grasping the helm with no destination but only a direction in mind, Jeong Zik Seong's attitude towards life and work has become more at ease. The dense underlying sketches have disappeared, the brush strokes have become rough, and the colors have become more vivid and diverse. But one cannot classify her works as formal or expressionist abstraction. That is because Liquid Machinery is like a cold reflection of dystopian signs of the contemporary era such as fragmentation, irregularity, uncertainty, destruction and deconstruction. As she has done so far, Jeong Zik Seong will persistently inquire into the politics of daily life without letting go of the thin thread connecting society with herself. ■ Park Hyesung

Vol.20110817f | 정직성展 / JEONGZIKSEONG / 正直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