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Fall

이기일展 / LEEKIIL / 李起日 / installation   2011_0824 ▶ 2011_0916 / 일요일 휴관

이기일_#1-1_플라스틱 실_53×53×13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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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824_수요일_05: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_명사산업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대안공간 충정각 ALTERNATIVE SPACE CHUNGJEONGGAK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360-22번지 Tel. +82.2.363.2093 www.chungjeonggak.com

익숙함의 발견 ●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물이나 현상들은 나름의 의미와 소소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기에 그곳에 있었기에 특별해 보이지도 새로울 것 도 없는 그들이지만 삶의 한 구석에 조용히 자리하며 우리의 시간을 함께한다. ● 익숙함에 존재감이 약해지기도 시간에 묻혀 잊혀 지기도하지만 작가의 손길과 시선에 의해 다시금 새로운 의미로 부각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익숙하지만 생경한, 그러면서도 유쾌한 (재)탄생이 되는 것이다. 뒤샹의 변기가 예술가의 규정에 의해 예술작품이 되었듯 이기일은 좀 더 세련된 손길로 '익숙함'을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기일_#1-2_플라스틱 실_53×53×13cm_2011
이기일_#2_플라스틱 실_256×110cm_2011
이기일_#4_플라스틱 실_130×70×20cm_2011

또한, 익숙함이라는 사적 소유물을 사회 체계내에서 작동하는 연결지점에 주목하여 무관심과 익숙함 속에 사사롭게 사라져가는 흔적들과 사회적 관계에 집중해 왔다. 담배라는 거대 기업의 상품에 내재된 기업들의 트러스트를 로봇의 형상으로 구조화한 프로파간다(Propaganda), 성냥의 황으로 만든 두명의 군인을 대치시킨 RED전에서는 무감각해진 한반도의 긴장감에 대해 이야기 했으며, 대중문화의 선두주자였지만 제대로 된 기록하나 남기지 않고 기억 속에 잊혀져가던 벤드의 역사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익숙한 것을 다른 관점으로 해석해 내는 남다른 시각의 발견됨으로부터 시작되며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에 기인한다. ● 이렇듯 매번 새로운 소재로 작품을 발전시켜왔던 이기일 작가가 플라스틱 빗자루에 시선을 집중한다. 솨~솨~ 하는 소리와 함께 마당과 골목을 가로지르며 더러운 것들을 걷어내는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빗자루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언제부터 이러한 형태의 빗자루가 만들어 졌으며 우리 일상의 한 귀퉁이에 자리 잡게 되었는지 그 역사의 시작을 찾아보기 쉽지 않으나 부드러운 흙바닥에서 콘크리트로 바뀌는 과정 속에 쉬 낡아버리는 수수 빗자루에 비해 빳빳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빗자루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진공청소기에 밀려 빗자루가 사라지고 있는 오늘도 마당 한구석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플라스틱 빗자루가 작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그 모양도 색도 다양하고 세련되어 졌지만 자신의 몸을 던져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근본적 역할에 충실한 성실함과 강직함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기일_#7_플라스틱 실_가변설치_2011
이기일_#8_플라스틱 실_70×320cm_2011

작가는 플라스틱 빗자루의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실을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명품을 만들듯 화면에 심어나간다. 빗자루라는 소재가 가지는 사용측면보다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시각적 특수성에 주목하고 있다. 어떠한 의미를 뒤로한 체 플라스틱 실을 하나의 색체로 인지하여, 회화의 물감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인공이 만들어낸 색은 자연의 그것보다 자극적이다. 무지개를 떠올리는 화려한 색감의 조화로 시각적 강렬함을 주는 동시에 철사와 같이 날카롭게 솟아 오른 실들이 만들어 내는 표면의 거친 감촉과 물질적 긴장감이 어우러져 기묘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는 거대한 인공 무지개 폭포를 재현한 작품에서도 연결 되는데 길게 늘어진 플라스틱 실들의 향연은 생경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기일_단채널 비디오_00:04:52_2011

무지개빛 세상으로 물들이다. 빗자루는 더러운 것을 쓸어내는 도구이다. 그리고 '쓸어낸다'는 강한 어감 때문인지 '악을 몰아낸다.'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지난 4월 나이지리아에서 있었던 한 정치집회 현장에서 수 백명의 나이지리아행동회당 지지자들이 부패척결의 상징으로 빗자루를 들고 등장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또 다른 의미의 빗자루를 생각하게 한다. ● 플라스틱 빗자루는 산업화의 바람을 타고 일상에 파고들었다. 주변을 청소하느라 낡아빠진 빗자루를 보며 유래 없는 고속성장을 이룩하며 전진만을 외치던 그때에 무채색의 콘크리트 위를 쉼 없이 달려온 색색의 뜀박질은 회색빛 거리에서 무지개빛 미래를 노래하던 이들의 소망 한 자락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희망의 숨겨진 부조리와 불합리함이 우리의 뜀박질을 제자리걸음 시키고 있는 것이리라. 이기일은 현재에도 존재하는 부조리한 무언가를 쓸어내 버리고 무지개빛으로 물든 세상에 대한 기원을 빗자루에 담은 건 아닐까. 세상을 바꾸는 커다란 움직임이 아닌 작은 마음에서 시작된 행복을 위한 염원 말이다. ● 다시 빗자루 작품들을 들여다보자. 작품의 주 재료로 사용된 플라스틱 실이라는 유연하고 아름다운 소재의 선택은 작가의 관찰력으로 찾아낸 흥미로운 소재이다. Rainbow Fall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형태의 설치작품들은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공유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그 표현의 확장 가능성도 기대가 되는 전시이다. 한 가지 표현에만 국한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는 이기일 작가의 내일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 이은화

Vol.20110823f | 이기일展 / LEEKIIL / 李起日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