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to Surreal

헬렌 정 리展 / HELEN CHUNG LEE / photography.painting   2011_0824 ▶ 2011_0830

헬렌 정 리_미지의 세계 (Unknown World)_캔버스에 혼합재료_112.1×162.1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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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824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 www.grimson.co.kr

자연과 인간 혹은 현실과 초현실의 사이에서 ● 인간은 두 종류의 꿈을 꾼다. 수면 중에 잠재의식이 작용하여 이루어지는 꿈이 있고 의식작용을 통해 존재실현의 가능성을 생각하는 꿈이 있는데, 양자의 공통점은 현실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헬렌 정 리의 작품세계가 보여주는 몽환적 이미지는 자연에서 유래하고 작가의 시선이 포착하고 발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지만, 저장된 기억들에 연관되면서 무의식의 층위와 상상력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된 이미지로 전화(轉化)되고 재해석된 이미지이다. 전복 껍질 속에 감추어져 있는 매끄러운 면이 보여주는 오묘한 색과 형태는 수십 억 년을 이어오면서 형성된 자연의 한 모습인데, 작가는 거기에서 다양한 이미지들을 포착하여 작품의 모티브로 채택한다. 속껍질의 신비로운 색과 형태에서 소재를 가져오지만, 작가가 우리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어떤 이상향과도 같은 판타지와 정신적 열락의 세계이다. 작가는 2008년도부터 Dreamscape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이와 같이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기법을 통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헬렌 정 리_추억의 푸른밤 (Blue Moon Blue)_캔버스에 혼합재료_145.5×112.1cm_2011

접사 촬영된 작품의 원본 이미지들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함께 고요한 마음의 눈으로 발견하고 보아낸 풍경들이 애초에 자연 상태 그대로 어떤 형태를 띠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것들이 Dreamscape 혹은 초현실적인 공간이 되는 것은 우연적일 수도 있지만, '파라다이스 블루', '초록 달빛의 꿈', '바다의 유혹', '몽환의 숲' 등과 같은 작품 제목들에서 확인되듯 현실세계에서 언제인가 경험했거나 인지했던 유사 이미지들이기 때문에 결코 온전히 낯선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작품세계가 관련하는 실제와 환상, 현실과 초현실의 사이에는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면서 유희하는 작가의 풍부한 미적 감수성이 자리한다. 작가 자신도 발견과 재해석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내는 작업 과정에서 자신과 피사체가 마치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헬렌 정 리_비밀정원 (Secret Garden)_캔버스에 혼합재료_89.4×145.5cm_2011

사진으로 포착한 원본 이미지와 완성된 작품 사이의 연관은 형태상의 유사성에 의한 연상 작용을 통해 주어지지만, 작가의 개입에 의한 양자 간의 차이는 정확히 자연과 인간의 차이만큼 주어진다. 물론 인간 존재도 그 토대에서 생물학적 정체성이라 할 자연성을 가진다. 그러나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의 정신작용은 존재 실현의 통시적 전망과 함께 다양한 감정을 작품세계에 담아냄으로써 스스로의 존재 지평을 드넓게 확장시킨다. 마치 환상 교향곡과도 같은 선율과 조화와 리듬이 가득한 작품세계는 이와 같이 의미가 깃들고 작가의 미의식이 개입되면서 자연의 생물학적 차원으로부터 자유의 이념까지 포괄하는 미적 차원으로 옮아가게 된다.

헬렌 정 리_네 꿈을 펼쳐라 (Unfurl Your Dream)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3×89.4cm_2010

원본 이미지를 lazertran이라는 기법으로 인화지에 출력하고, 그것을 다시 캔버스에 옮겨서 채색하는 작업방식은 Dreamscape 시리즈로 이어지는 작품들 모두에서 동일하다. 바다, 파도, 산, 구름, 달, 꿈, 기쁨, 평화, 설레임 등 자연의 풍경과 그것을 바라보는 자의 마음을 나타내는 작품의 주제의식들도 시리즈 안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근작에서 작품의 스케일이 좀 더 커졌고, 청색과 보라색이 주조를 이루던 초기 작품들에 비해 색채가 다양하고 선명해졌다는 점이다.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영화를 보는 것과 전용극장에서 보는 것이 매우 다르듯 헬렌의 작품세계가 담고 있는 꿈의 이미지와 그 정경들은 화면의 스케일을 요구하며, 그 크기로 인해서 작품을 마주한 감상자는 감흥과 함께 일상적 현실과 차단된 몽상의 작품세계에 몰입하게 된다.

헬렌 정 리_바다의 유혹 (Lure of the Sea)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3×193.9cm_2010

작가에게 몽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가 감상자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특정의 미적 자연대상으로부터 특정의 imagination을 갖는 것은 감각에서 출발하지만 고도의 종합적인 의식 행위이다. 무의식을 포함하여 그 자신의 기억들과 필요와 소망 및 의지와 열정 등 총체적인 의식작용의 결과인 것이다. 우리의 동시대는 자연과의 친화력을 너무도 크게 상실하고 있다. 도회지의 하늘에서는 별을 보기가 힘들고, 그래서 지금의 아이들은 밤하늘의 별들이 반구(半球)의 하늘에 빈틈없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다음과 같은 작가노트의 메모에서 우리는 예술가로서 그가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지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 "나의 작업은 사람들의 시선을 잘 끌지 못하는 작고 하찮은 사물들을 통해서도 다양한 꿈을 꿀 수 있으며 그것들에 색다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세상 사람들과 조우하게 만들고 싶다는 나의 소망으로부터 비롯된다." ■ 백영제

Vol.20110824a | 헬렌 정 리展 / Helen Chung Lee / photography.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