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 Fighting

세계육상선수권 대구대회 기념展   2011_0824 ▶ 2011_0904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1_0824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고창선_김결수_김무준_박영근 변대용_서영배_손파_오상택_이기철

기획 / 대구문화예술회관

관람시간 / 10:00am~08:00pm / 월요일 휴관

대구문화예술회관 DAEGU CULTURE AND ARTS CENTER 대구시 달서구 공원순환로 181 Tel. +82.53.606.6114 artcenter.daegu.go.kr

삶을 갈구하는 전쟁터이자 인생의 행로로서 필드Field와 트랙Track ● 스포츠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과정으로서 드라마틱한 도전과 그 결과로서 짜릿한 승리가 주는 희열 때문일 것이다.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공'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신화처럼 떠돌고, 사람들은 스포츠 스타들의 스토리에 대리 만족하고, 그들의 행보와 성취에 열광한다. 특히 육상 경기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가장 원초적인 이유로 발생한 스포츠이기에 선수들의 도전과 투쟁의 이야기는 아주 드라마틱하다. 육상 경기의 발상 자체가 전쟁이나 사냥과 같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들에서 기원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고대의 사람들은 먹이를 얻기 위해 사냥터에서 창을 던지고,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서 달리고, 수많은 강과 계곡 같은 장애물들을 뛰어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 하지만 삶을 갈구하는 전쟁터이자 인생의 행로였던 '필드Field'와 '트랙Track'은 이제 스포츠라는 옷을 입고 사람들을 대신해 싸워주고 있고, 우리의 인생은 거꾸로 스포츠에 비유되는 양상이다. 비단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대결과 경쟁, 평가로 이어지는 사회 구조 속에 놓여있다. 우리는 주위를 둘러싼 많은 요소들과 필연적으로 관계를 맺고, 대치하고, 눈치 보고, 때로는 투쟁해야 하고, 때로는 벗어날 수 없는 상황 자체와 대결하기도 한다. ● 그렇다면 전쟁의 시대가 아닌 지금, 우리는 무엇을 위해 누구와 왜 싸워야 하는가? ● 이 전시에서 다루어지는 이미지들은 단순히 갈등이나 투쟁의 스토리를 옮겨 말하기 보다는 그것을 보는 관점으로서, 또는 그것 자체에 대한 성찰로서 유효하다. 이미지들은 일종의 충돌들을 다룬다. 외부에서 내부로 내부에서 외부로 때로는 내부에서 내부로 부딪히는, 좁게는 개인의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충돌부터 넓게는 사회적 문화적 관계까지 보여준다. 이런 갈등이나 충돌들은 새삼스러운 것도, 우리가 미처 몰랐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시각을 옮기고 확장해 봄으로써 우리가 처한 갈등 상황을 새롭게 대면할 수 있을 것이다.

손파_Flying High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9

나에서 시작해 세상으로 이어진 관계 ● 자본주의는 인간의 부러움으로 지탱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은 거대 자본의 힘에 의해 끝없이 무언가를 욕망하고, 또 상대적 가치로 평가되는 환경에 놓여짐으로써 상대적 빈곤과 소외에 시달린다. 손파는 자본주의가 인간의 욕망을 활용하고 폐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수많은 헌 신발을 이용해 제작된 작품은 멀리서 볼 때 유명 스포츠용품 회사의 로고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로 소비사회가 유발하는 지향적 가치에 대한 반론이다. 결국 자본주의 체제 하에 발생하는 부산물로서, 또 상대적으로 절하된 가치의 물건인 헌 신발로 그 소비의 상징을 표현함으로써, 작가는 우리의 가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한다.

김결수_Labor&Effectiveness_노, 석분_16×480×4cm_2011

김결수는 작품에는 오랫동안 일상이나 노동의 도구로 사용된 오브제가 가지는 존재의 흔적에 더하여 작가 자신의 존재적 의미를 담은 노동을 작품에 부여한다. 단순한 노동의 반복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두드러진 시각적 효과를 주지 않는다. 그것은 무언가를 만들거나 누군가의 눈을 의식한 보여주기가 아니라 작가의 노동 행위의 흔적으로 남겨진 작품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기 확인이며, 물리적 고통과 시간을 수렴하는 사물로 보인다. 마치 결과의 기대 없이 수행과 고난을 자처하는 구도자의 모습처럼 하잘 것 없고 미미하여 쉽게 드러나지 않는 지난한 노동의 흔적만으로 존재를 확인하게 한다.

서영배_너를 들러리로 만들어주마._네온_12×120×6cm_2011

갈등의 틀은 개인적 범주에서 뿐 아니라 큰 범주의 문화적 사회적 틀에서도 쉽게 관찰된다. 9.11테러와 같이 다른 문화권의 대립과 충돌, 용서와 화해를 외치는 종교에서도, 하물며 개인이 주고받는 상처나 충돌 역시 모든 것이 관계와 갈등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서영배는 무시무종無始無終이란 화두를 제시하고, 세상은 시작도 끝도 없는 관계의 연속임을 말한다. 그는 서로의 차이와 갈등을 부각시키면서도, 여전히 그것들을 바라보게끔 만든다. 이는 단순히 갈등의 해소를 위한 해결이라기보다는, 차이에 대한 인정이 될 것이다. 거부의 메시지는 관심의 다른 표현이고, 갈등은 포용으로 나가기 위한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철_prototype series_혼합재료_70×80×65cm_2009

무엇을 위한 누구와의 경쟁이기철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동물에 대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성질을 뒤집고, 동물의 세계에서 결정된 강자와 약자 간의 전도한 역학 관계를 묘사한다. 인간에 빗대어진 동물들을 각자의 옷을 벗고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어 한다. 작가가 상정한 토끼는 다른 동물들을 압도하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 작가의 사실적인 묘사력은 이런 이상한 상황에 묘한 실재감을 부여한다. 이 상황을 보며 항상 강자와 약자의 서열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누구나 가지는 불안과 피해의식을 통쾌하게 배설해 볼 수도 있겠지만, 힘을 가진 자 역시 그 힘을 넘볼 또 다른 존재에 대해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수많은 지렛대 끝에 앉아 있는 불안한 존재이다.

변대용_너는 나다 나는 너다._합성수지에 자동차도색_165×350×130cm _2010

변대용의 윤기나는 작품은 즐겁고 경쾌한 팝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의 스포츠 시리즈에는 실패와 결핍의 시선이 존재한다. 작품의 소재로 끌어온 신체적으로 결핍된 장애인이나 실패를 거듭하는 스포츠 선수의 모습에는 고통과 패배의 눈물이 있지만, 그들이 꿈을 향해 가는 힘겨운 과정은 행복하고 달콤한 이미지에 담겨 있다. 작가는 힘겨운 과정, 실패나 눈물조차도 꿈을 꾸는 한 달콤한 행복임을 전달한다. 사실 실패는 우리 인생에 아주 익숙하고 친근한 경험이다. 하지만 실패는 실패인 채로 끝나게 하지 않고, 또 다른 꿈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에 실패 역시 아름답다.

고창선_혼자 그러나 둘이 함께_혼합재료_200×220×150cm_2010

고창선의 작품에서는 나와 타자, 또는 나와 나의 관계를 관찰한다. 작가는 미디어의 태생적 기능과 프로세스가 설정할 수 있는 요소들을 통해 관람자를 관계의 세계로 인도한다. 「뭐하세요!」에서 호기심으로 파이프를 들여다보면 관람자는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관찰하지만, 관찰당하는 입장이 되는 관람자는 뜻하지 않게 자신을 타자화 시키는 경험을 하게 된다. 「혼자 그러나 둘이 함께」에서는 투명한 장막의 막힌 탁구대에서 상대와 함께하면서도 배제되고 마는 자신을 역시 보게 한다. 결국 밖으로 향한 나의 눈으로 대면하는 나의 모습은 고독하고, 소외된 자화상이다.

박영근_때려눕히다_캔버스에 유채_227×182cm_2009

드라마의 장박영근은 이미 잘 알려진 이미지들의 텍스트를 재배치하여, 새로운 문맥을 제공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질주」, 「싸우다」, 「때려눕히다」와 같은 원초적인 주제를 다른 작품에서 그는 투쟁에 충실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촉각적, 청각적 감각과 시간적 전개과정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을 이미지화 하였다. 방법적인 면에서 그라인더를 사용한 기계적 노이즈와 빠른 제작 과정은 뛰쳐나올 듯한 불꽃 튀는 투쟁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미지는 어떤 결정적인 드라마틱한 순간을 보여주지만, 정지된 모습 속에는 격렬하고 빠른 시간의 흐름과 전개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오상택_s-run 100m 3(sports series)_포토그래픽 칼라 프린트_95×95cm_2010

오상택의 사진은 치열하고 고통스러운 스포츠 선수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하지만, 카메라의 촛점은 그러한 투쟁과는 무관하게 펼쳐지는 또 다른 장소의 이야기에 맞추어 진다. 그는 사진의 기본적 특성인 사실적 상황에 대한 기록에 충실하면서도, 사진적 현실Reality에 대한 시선을 확장해 보는 방식을 택한다. 작가는 전경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장면과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펼쳐지는 무심한 인물이나 다른 상황에 처한 타자의 시선을 병치함으로써 현실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동시에 존재함을 관람자들에게 인식시킨다. 그리고 드라마틱한 주인공이 처한 현실을 중성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김무준_Floor Project_시트출력 및 접착_517×800cm_2011

김무준은 지난 몇 년간 많은 스포츠의 경기장을 작품화 하였다. 스포츠의 장으로서 경기장은 균형과 질서를 상징하는 이상적인 조형 가운데 하나이다. 경기의 규칙과 방법을 전달하는 사인들, 구획된 선들은 게임을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세운 공간이다. 작가는 경기와 같은 치열한 행위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벽에 설치함으로써 관람자들에게 행위가 아닌 공간으로 관조하게끔 만든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경기장을 행위가 펼쳐지는 경기장과 같은 구조로 바닥에 설치한다. 「Floor Project」는 여러 경기장의 라인이 혼합된 상상의 경기장이다. 온갖 경기가 가능하도록 이질적인 선들을 결합한 경기장은 다양한 규칙과 심판이 공존하고 화해하는 화합의 장으로 펼쳐진다. 또한 벽에서 바닥으로 옮겨진 경기장은 관람자들을 액티브한 경험의 세계로 이끈다. ■ 박민영

Vol.20110825g | Art in Fighting-세계육상선수권 대구대회 기념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