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pieces; 물, 불, 철, 살, 흙

임옥상展 / LIMOKSANG / 林玉相 / drawing.installation   2011_0826 ▶ 2011_0918

임옥상_Flower eye_캔버스에 유채_200×200cm_2010

초대일시 / 2011_0826_금요일_05:00pm

임옥상의 토탈아트展 / LIM OK SANG'S TOTAL ART展

후원 / (주)벤타코리아 협찬 / (주)미스터피자_(주)현대약품

관람료 / 대인_3,000원 / 소인_2,000원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센터 GAN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평창동 97번지 Tel. +82.2.720.1020 www.ganaart.com

'임옥상의 끝나지 않은 생체실험' ● 매체이론가 마셜 맥루한 Marshall McLuhan은 예술가들을 사회적 안테나에 비유함으로써 예술의 현장성과 시대정신을 중요하게 간주하였다. 이미 50년 전, 오늘날의 정보은하계를 예고하였던 맥루한은 예술가들이야말로 누구보다도 시대를 읽어내는 안목과 가치가 탁월하다고 예측한 것이다. 문예비평가인 그가 미술가들을 이처럼 평가한 것은 시각예술의 속성이 자본이나 자본시장과 빈번하게 접촉하고 때로는 숙명적으로 충돌해야 하는 치열한 현장성을 인식한데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예술가들의 시대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진리라거나 건강한 정보라고 담보하기는 물론 어렵다. 맥루한의 이론도 비판받고 퇴조하였으므로. ● 1960년대를 관통하는 주요 담론이었던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미학적 판단에 대한 이러한 연구들은 21세기인 오늘날까지 토론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예술의 사회적, 정치적 참여와 표현들에 대한 가치판단이 창작현장의 커다란 이슈로 남아 있다. 특히 60년대 담론의 가치가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의 확장에 따른 기술중심주의에 대한 저항문화의 성격이 짙다면 오늘날은 이미 시각문화현장에 광범위하게 확산된 다원화 된 삶의 실천적 주제들이 혼재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예술의 생산자나 관객 모두가 동의하는 예술의 현실적 인식과 실천, 그리고 참여와 소통의 문제는 그 뿌리가 전 시대의 시대정신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대정신은 넓고 다양하지만 그 깊이는 시스템에 의한 조직적인 억압 등 특정한 시대에 집중된 사회정치적 현상이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임옥상_광화문연가_캔버스에 유채_186×456cm_2011

1970~90년대의 민중미술을 오늘날의 확장된 개념인 '사회, 정치적 예술형식'으로 간단히 정의한다면 민중미술의 미술사적 의미는 물론 시대정신과 의식의 결집력도 왜소해진다. 그러므로 통시적 역사관이나 역사적 해석으로부터 역사를 분절화, 미시화 하는 것은 때로는 시대정신을 집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 임옥상 예술 30년은 우리가 민중미술사를 바라보는 것처럼 한국 현대사의 치열한 맥락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는 1970년대 말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크게는 사회적 목격자, 진술자, 해석자, 발언자, 참여자 등의 역할을 자처하였다. 말하자면 예술을 통하여 사회적 진단과 연구를 수행하면서 변혁을 기획해보는 social curator 역할도 한 것이다. 때문에 그가 생산한 예술언어들은 다듬어지고 아름다우며 세련된 형식미가 아니라 주제적 접근이나 슬로건 화 된, 다소 거친 표현 중심의 맥락들이 다수를 이룬다. 70~80년대 청년기 임옥상의 예술은 회화적이기보다는 직언적이고 호소력 있는 회화작업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회화들은 대개 현실에 나타난 사회적 사건들이나 인간관계, 이념들이 주를 이루면서 때로는 실천적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관념적인 경구들이 효력을 발휘하였다. ● 그의 이러한 작업들은 대개 사회적 부조리나 억압에 대한 저항과 고발, 그리고 수정과 개혁에 대한 동참으로서의 호소력을 발하였다. 이러한 임옥상 예술의 문맥들은 다른 민중미술작가들과 의식과 행동의 연대를 통하여 동시대 제도권의 관념적이고 형식주의적인 창작태도와는 크게 구별됨으로 해서 이른바 미학적 차별성을 획득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그의 이러한 창작세계는 전시가 갖는 문화적 가치의 획득, 전시가치의 획득이라는 기존의 의미를 전복하고 하나의 실천적 행동을 보여줌으로 해서 향후 예술의 태도와 정치적 도덕성에 질문을 던지는 하나의 강령으로 기록될 수 있는 것이었다.

임옥상_벤타에코미르_혼합재료_320×200×180cm_2011

임옥상은 1990년대 들어 한국사의 맥락을 세계사를 통하여 넓게 들여다보는 작업들을 시도하였다. 가령 식민지와 피지배로 얼룩진 아프리카현대사 시리즈를 그려내면서 한국사에 대한 거울보기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아프리카인들의 분노에 찬 표정을 통하여 한국 민중의 명확한 의지를 표현하였으며, 붉게 물든 아프리카의 흙을 통하여 우리들의 땅을 은유적으로 들여다 보면서 억압이나 인권 등 개발도상국 독재형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행태를 신랄하게 직시하는 평면작업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이후 그는 흙이나 종이, 입체작업 등 소재의 확장을 통하여 보다 내면적으로 표현이나 형식을 안착시키는 시도를 하였다. 그리고 현실이나 실천의 주제어들이 저항을 통하여 나타나기보다는 생태학적 관심이나 환경의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언급하는 제2, 제3의 도약기로 작업을 전환하게 된다. ● 임옥상은 2003년 이후 긴 침묵을 깨고 가나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그리고 그동안 새로운 생각들을 정리하여 보여준다. 가나화랑에서 열리는 그의 전시는 예술소비자로서의 관객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내놓는다. 그의 질문은 오늘날의 생산을 결정하는 권력자로서의 경제소비자가 아니라, 아직도 수동적이면서도 예술을 경계 없이 존중하고 학습하는 감성적 소비자를 위하여 양질의 문화생산이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이다. 그러므로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를 통하여 예술과 관객의 친밀도를 단 한 번에 거부하는 예기치 않은 예술의 아우라를 포기하고 "가능하면 작품에 손 대시오"를 부르짖음으로써 관객의 편에 서고자 하는 임옥상의 문법과 같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의 작업은 특정한 주제를 내세우지 않고 다소 혼성적이면서도 공공미술의 태도를 견지하는 작품들이 다수 나타난다.

임옥상_산수_코텐스틸_270×900cm_2011

그는 지난 8년 동안 도시와 인간, 그리고 그 속에서 숨 쉬는 예술의 문맥을 공공미술이라는 장르를 실현하면서 보냈다. 그가 실천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삼성래미안 아파트를 비롯하여 국회, 서울 숲, 상암 월드컵 하늘공원, 장애어린이를 위한 아동복지관, 청계천의 전태일 거리, 노무현의 묘 등 특정하고도 다양한 장소를 선택하여 작업을 남겼다. 그가 남긴 공공미술작품들은 대개 장소성이 강한 만큼 현장에서 재료를 선택하는 방식을 택하였으며, 하이테크보다는 매우 단순하고도 투박한 작업들이다. 특히 미군 사격장이던 매향리에서 수집한 대포알 껍질이나 불발탄을 활용한 작업들은 임옥상 특유의 소재감각이 돋보이면서도 발언의 감각성이 유별난 작품들이 많다. ● 임옥상은 최근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과거 그야말로 그가 민중이라고 생각하고 그리던 매우 경향적인 그림에서 벗어나 매우 자유스러우면서도 표현이 절제된 그런 그림들이다. 다시 그림을 그리려다보니 그 재료로는 흙이 좋았던 모양이다. 따라서 흙으로 예술을 만들기보다는 예술의 속성이 흙을 닮게 만드는 투박성이 드러난다. 그는 원래 땅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었으니 흙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유별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다른 것은 흙은 자연적 소재지만 땅은 부동산을 포함하여 분단, 개발독재, 천민자본주의, 화전민 등 온갖 사회적 이슈가 생산되는 아이템이라는 사실에 착안하고 있다. 그러므로 흙으로 땅을 그리는 기막힌 착상을 통하여 임옥상 만의 발상의 전환을 이룬다. 그럼으로 해서 흙으로 무엇을 번안한 것이 아니라 흙 자체를 예술로 대접함으로써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시도도 해 본다. 그렇게 함으로써 흙은 물론 물과 불, 쇠, 살 등을 주제로 제작한 작업들이 대거 눈에 띤다. 여기서 살은 구제역 당시 인간이 살처분한 동물들, 그리고 죽음의 다의성에 관한 나름대로의 해석이 흥미롭다. 살이 결국 삶이 되는 순환구조가 삶의 다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임옥상_흙살 1,2,3_흙_각 180×180×50cm_2011

원래 예술의 속성이 그래왔던 것처럼, 임옥상도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강력히 우기고 살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작업이 남들이 부러워 하는 화랑에 걸리고 특정 미술관 벽면에 갇히는 것이 성공이라고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행히도 벽면 없는 미술관 운동을 펴기 시작하면서 아예 예술 신인들과 어울리면서 작업한 작가이다. 때문에 존엄의 벽을 떠나 길거리를 맴도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의 내공은 쌓인 셈이다. 그러므로 작업의 밑은 예수, 위는 부처를 붙여놓는 파격성을, 앞에서는 절 마크지만 뒤에는 나치의 마크가 새겨진 작업이 나타난다. ● 이번 전시에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최근 시도한 capital시리즈이다. 광화문이 물에 잠긴 모습, 충무공 동상이 목만 내놓고 물에 잠긴 모습을 통하여 우리들의 중심, 또는 역사가 의외의 침몰을 맞이한 장면이 연출된다. 임옥상은 인간을 통제하는, 인간의 중심에 있는 뇌를 꺼내어 한 번 쯤 물에 헹궈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것처럼 도시를 물 속에 담가 다시 꺼내고자 한다. ■ 이용우

Vol.20110828g | 임옥상展 / LIMOKSANG / 林玉相 / draw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