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축복

김준영展 / KIMJUNYOUNG / 金濬榮 / painting   2011_0826 ▶ 2011_1021

김준영_비-광야-싯딤나무_혼합재료_65.1×90.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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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1_0826 ▶ 2011_0901 관람시간 / 11:00am~08:00pm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7 Hangaram Art Museum, Seoul Arts Center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서초동 700번지) Tel. +82.2.580.1300 www.sac.or.kr

2011_1015 ▶ 2011_1021 관람시간 / 10:00am~06:00pm

부평아트센터 갤러리 꽃누리 BUPYEONG ARTS CENTER 인천시 부평구 아트센터로 166(십정동 166-411번지) Tel. +82.32.500.2000 www.bpart.kr

단비 오는 날의 신앙고백 ● 지금 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김준영의 풍경들에는 보슬비 같은 단비가 내리고 있다. 비도 비 나름이지만 그 비는 대지와 우리의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고도 남는 단비이다. 겨우내 언 땅을 해동시켜주며, 생명의 약동을 부추기고 눈부신 신록을 기약하는 단비이다. 능히 감사로써 노래할 자연, 즉 홀로 있는 자의 선물이자 축복이며 은총이다. 심령의 밭을 일구는 작가에게도 역시 그 단비는 피하에까지 스며들어 영혼의 엽록소를 생성하는 데 일조한다. 그야말로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아우라(aura)와 韻致가 그윽하고 자욱하며, 나아가 영적인 공감대에 뇌파가 일치하는 순간 미세하고 잔잔한 감동의 음성조차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김준영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을 아주 담담하고 담백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계절적으로는 겨울에서 이른봄이 주로 많으며, 소재는 보통의 삶의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가까운 들판이나 주택가, 아파트 단지 등이 주로 등장한다. 그러한 그의 화면은 한결 같이 촉촉한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 비로 말미암아 얼어붙은 들판에도, 어둑어둑한 콘크리트의 都會 어디에선가 섭리의 은총들이 소리 없이 솟아나고 있음을 우리는 직관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소박한 작가의 성취는 그 비 내리는 장면을 아주 자연스럽고도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에 기인한다.

김준영_비-생명-찬양_혼합재료_112.1×162.2cm
김준영_비-찬양의소리_혼합재료_43.5×60.5cm
김준영_평안 I_혼합재료_97×145.5cm

그의 이런 성취는 작가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이 오래 전에 창안되고 지속적으로 진화되어 가능했다. 80년대 초부터 비 오는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덜 마른 화면을 빗살처럼 긁어낸다거나 수채화로 줄쳐보거나 하는 단계를 거쳐, 80년대 중반부터 오늘의 마티에르에 이르게 된다. 물감에서 모델링 패스트 등의 재료를 두껍게 캔버스에 점착시킨 후 일정한 수직 스트라이프의 스크래치를 함으로써 마치 엠보싱이 두드러지는 발포벽지와 같은 마티에르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건조된 표면 위에 오일로 원하는 그림을 그려나간다. 그릴 때는 아무래도 균질의 평면이 아니어서 보통의 캔버스에 그리는 일보다는 힘겨운 일이지만, 탄탄한 데생 능력으로 무난히 재현의 경지를 일구어낸다. 그 스트라이프로 인해 비가 내리는 날의 표현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다. 또한 그의 이런 독특한 기법이 그림을 더욱 은유적이고 운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두말할 나위도 없다. ● 그가 비를 소재로 하여 자기만의 방법에 천착해들어 갔던 이유는 기독교 신앙과도 결부된다. 그의 경험 속에 포착된 모든 사건과 현상, 대상들의 세계는 그야말로 우연적인 것이 하나도 없고, 오직 초월적인 창조주의 뜻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목적론이 강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콘크리트 더미 틈바구니에서 뿌리를 내리는 한 포기의 풀도 놀라운 섭리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들을 통해 작가의 예민한 영적 직관은 두루 편재하는 사랑과 은총의 음성들을 오차 없이 간파해낸다. 사실 종교적 미의식도 일정한 이데올로기적 체계로서 그 벽을 넘어 미적인 것과의 종합이 그리쉬운 일은 아니지만, 작가는 평범한 소재를 진득하게 파고들어 감으로써 미적인 계기와 종교적인 계기들을 성공적으로 통합하고 조율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한층 조형적인 면에서 본다면 굳이 그만의 독자적인 효과나 마티에르가 비로 해석되지 않아도 무방할 것 같다. 모든 이미지에 필터링 혹은 베일을 한 것 같은 은밀하고 온화한 화면 분위기는 보다 다양한 해석에 열려 있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수직의 스트라이프에 의해 희미해진 형상들은 비내리는 모습만이 아니다. 육안의 受容器에 비쳐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시사하기 충분한 철학적인 도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작가가 비내리는 장면을 더욱 진전된 사실적 재현으로 전환할 수 도 있다. 스트라이프 돌출선을 가볍게 사포질한다거나 하면 더욱 밝은 색의 선들이 드러나 빗줄기를 재현하는 데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더 이상의 작위적인 가공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그것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폭넓은 의미의 실마리들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김준영_내리는 축복-숨결I_혼합재료_90.9×65.1cm
김준영_평안Ⅱ_혼합재료_130.3×97cm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그의 그림들이 대부분 이중적인 여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상의 여백이 하나이며, 도상의 윤곽과 캔버스의 외곽 사이의 여백이 또 다른 하나이다. 도상의 여백과 캔버스 바탕의 여백이 너무 이질적인 까닭에 캔버스에 다른 그림을 오려다 붙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을 불규칙한 윤곽-데클 에지라고도 부르는-으로 분리시킴으로써 그 의존상태를 희석시킬 수 있으며, 마치 다른 화면의 것을 절취하여 새로운 화면에 접합시킨, 즉 모종이 引用이나 혹은 借用의 문맥을 이룸으로써 새로운 패러다임의 양식을 은연중 도모하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에서 언급한 '다중 번역'(사실은 자신의 창작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이라 진술 했던 것은 예술적 原典의 정체성과 그 권위에 의문을 던진 것으로 변화된 패러다임의 일단을 강조한 것으로 간주된다)과도 유사한 재현적 질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음미할 만한 대목이다. ●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신앙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오늘날 우리 화단에 많은 작가들이 있으며, 그 중 믿음을 가진 작가들이 적지 않다. 많은 신앙 작가들이 마음 속에, 그리고 기도 속에 誓願하는 바가 바로 자신의 신앙과 작품을 접목시키는 일이다. 그렇다고 종래 사원을 장식하였던 종류의 이콘(Icon)이 환경적으로 쉽지 않으며 또 가능하다고 해도 아류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인해 오늘의 작가들에게는 보다 다른 차원의 접근이 요망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작가 개인의 영적 체험과 미적 체험을 결합시키는 재능과 열정, 노력 등에 의해 성취될 수 있는 일이다. 모든 작품의 행위가 넓게 보면 결국 환경과 자기 삶의 반영이며 자기 신앙의 반영인 까닭에 어느 것 하나가 특별히 의식되는 순간 작위적인 것이 되고, 따라서 부자연스러운 형식의 것이 되기 쉽다. ● 이런 점에서 보면 김준영은 그렇게 명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앙관을 작품에 투영시키는 데 있어 상당한 성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고 그런 이콘들로 이루어진 작위적이고 상투적인 흔적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은 또한 그의 예술적 기량의 성숙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보다 개성적이고 또한 시대적인 가치의 문제에 소홀하지 않고 있는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역시 김준영의 그림이 호소력을 갖는 것은 그의 그림이 갖는 건강함이다. 보는 즐거움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기본이 흔들림 없이 견지되어 있음이 무엇보다 반갑다. ■ 이재언

김준영_비-찬양하는나무_혼합재료_60.5×43.5cm

Prayer on a Rainy Day ● Is it raining there? Yes, it is. In the scenery of Kim, Jun Young it's raining like a welcome rain. There are many kinds of rain, but Kim's rain is a gentle one that wets the dry earth and our hearts. Her rain melts the earth frozen throughout the long winter, whispers to the sleeping seeds to wake up, and promises dazzling greenery. Even to the artist who cultivates the field of her soul and spirit, the rain penetrates beneath her skin, helping her soul make chlorophyl. From her paintings not only we feel a deep and profound aura, but we hear a subtle and gentle voice the moment a soul is in sympathy with another soul. ● Kim, Jun Young portrays in a serene and simple way the scenes that she notices in and around her life. Of the season she usually draws scenes of winter through early spring. Subjects of her drawings are nearby fields, residential areas or apartment complexes, which she easily encounters in her daily life. In such pictures it is raining gently all the time. Her rain helps us experience an intuition that grace of the God's providence springs up silently from the frozen fields as well as in the dark, paved urban areas. Such an accomplishment as this artist makes is based on her natural and delicate expression of rainy scenes. ● Her accomplishments are possible today because she created her own unique painting style long ago, which has evolved and continuously developed thus far. Since the early 1980s she has practiced several different techniques such as scratching the surface of the pictures for the effect of slanting rain, and drawing oblique lines with water color. From the middle of the 1980s until today she has put paste on the thick cotton cloth of the canvas, has made long vertical scratches, which makes the canvas look like it's embossed. When the surface is dry, she uses oils to create her painting. It is not easy to paint on the canvas as its surface is not even, but thanks to her superb dessin she successfully represents what she wants to. Those lines produce the natural effect of rainy days. It goes without saying that her unique style contributes to making her pictures more metaphoric and graceful. ● The reason she has adhered to her personal subject of rain is because of her Christian religion. Her paintings forcibly convince us that none of the events and phenomena she has experienced are accidental, but that they come from the will of the supreme creator. Therefore, even a clump of grass that grows from the crevice of the concrete building shows the amazing grace of the Lord. Through her paintings her keen intuition never fails to grasp the voices of love and grace prevailing everywhere. In fact, religious aesthetics is a kind of ideological system, and it is not easy to go beyond its ideology and integrate it into pure aesthetics. However, the artist can successfully integrate and harmonize the two by steadily digging into common and usual aspects. ● In terms of formative aspects, Kim's own unique effects or materials are not to be interpreted in a simple or single way. For it is necessary that the privy and tender atmosphere of her canvas, whose image looks as of filtered or veiled, need to be open to a variety of interpretations. Forms that are dimmed by vertical lines are not rainy scenes alone. It can be a pedantic means to suggest that what physical eyesight catches is not all we can see. Indeed, she can transform the rainy scene into more realistic representations. Sand-papering the embossed stripes can produce a lighter color, and it's a very natural way of representing slanting rain. However, she no longer tries to rely on artificial means, which, whether she intends it or not, reveals clues toward a more comprehensive interpretation. ● What is striking is that most of her pictures have two different kinds of empty spaces. One is space in the picture, and the other is that between the picture and the canvas. The empty space in the picture and that of the canvas are so different from each other that they give us an impression that one picture is superimposed on the other. In fact, her representation look as if it inevitably relied on the angle and lens of a camera. It can lessen the degree of reliance of a viewer by separating it into irregular contours, and intends to create a new paradigm of citation or borrowing that cuts a picture and links it on another. It is noteworthy that representational order, similar to multiple translation that Umberto Eco mentioned in his The Name of the Rose, is set in her works. It was his own creation, but the reason Eco stated it as a translation was to question the identity of artistic canon and its authority, thereby emphasizing the changes made in paradigms. ● From the past until today not a few artists have tried to express their personal religion in the form of artistic works. Currently there are numerous painters in Korea, and many of them have their own religion. What they cherish in their heart and prayers is to link their religion to their works. However, public environment does not allow them to make icons which have adorned churches and temples. Even though they could, what they make cannot but prove something inferior. So they need to create different approaches. That is, talent and passion of a painter are need to make an effort to integrate his or her spiritual experience into that of aesthetics. In a comprehensive sense, all the artistic performances are, after all, the reflection of his environment, life and religion. So when their harmony is broken, artistic performance can be something artificial and unnatural. ● In this regard, Kim, Jun Young seems to have made a great accomplishment in reflecting her religion into her work in a serene and natural way, though not outspokenly. The fact that commonplace and artificial traces are not to be seen in her works confirms us that her artistic skill has become mature. At the same time, it is commendable that she has not neglected her own characteristics as well the value and issue of the current age. However, what makes her works appealing is that they are very sound. It is more than welcome that her basic foundation has been sustained without fail, thereby providing us with the joy of seeing and grace of being moved in our hearts. ■ Lee, Jae Eon

Vol.20110828i | 김준영展 / KIMJUNYOUNG / 金濬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