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열매-소율

강예신展 / KANGYEHSINE / 姜叡伸 / painting   2011_0830 ▶ 2011_0913

강예신_주택채집-아주 작고 소박한 취미생활_캔버스에 유채_112×324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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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0:00am~06:00pm

이브갤러리 EVE GALLERY 서울 강남구 삼성동 91-25번지 이브자리 코디센 빌딩 5층 Tel. +82.2.540.5695 www.evegallery.co.kr blog.naver.com/codisenss

상상의 열매 - 소율 ● 6년을 보았지만 뒷마당의 감나무엔 감이 열리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감은 가을까지 기다리지 않은 채, 매번 여름이면 둔탁한 소리로 바닥에 '툭툭' 박히듯 떨어진다. 나무는 이른 서리아래 붉게 타오를 단 한 개의 감도 남겨놓지 않고 여름 내내 낙하하는 것이다. 무겁게 떨어지는 감의 소리가 이제는 아프게 들린다. 저 아이가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열매가 열리지 않는 다면 모를까 왜 매번 익지도 않은 채 떨어져버리는지... 늦은 해가 지는 어느 날, 널어둔 운동화를 가지러 뒷마당으로 나갔다 드디어 발견한 것이다. 감나무는 여전히 투쟁적인 낙하를 하고 있었지만 그곳엔 이미 붉게 익은 감들이 매달려 있었다. 사실 그것은 감은 아니었다. 토끼의 나쁜 취미 하나가 사소한 것을 훔치는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던가? 그렇다. 그는 취미를 살려 사람들에게서 훔쳐왔던 것이다. 소소하게 잊어버리는 이야기와, 밀쳐진 상상을 딱 한 올씩만 훔쳐와 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까치발을 들고 열매 한 개를 들여다 본 순간 알 수 있었다. 열매의 안에서 감나무와 그의 며칠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스럽게... 감나무는 감이 익어가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가을에 붉게 익어가는 말랑한 것이 붉기까지 한다는 것이 나무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쓸데없는 일이었다. 하긴 어느 누구도 감이 열려 그 열매를 기다리거나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나무는 때가 되어 지상까지 닿을 때 물컹하고 닿는 좌절보다 스스로 선택하는 비행이 좋았다. 흐트러짐 없는 비행을 하기 위해 나무는 해마다 열매를 맺는 것이다. 낙하와 비행... 그것은 기호의 문제였다. 어쩌면 언젠가 감나무에 감이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해가 져가는 시간이면 여전히 감나무는 제법 그럴싸하게 감이 열린다. 툭툭 소리도 내며...

강예신_양치기 소년을 이해해_캔버스에 유채_97×145cm_2011
강예신_길을 묻다_캔버스에 유채_97×130cm_2011
강예신_다도-나를마시다_캔버스에 유채_112×145cm_2011
강예신_삶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_종이에 펜_42×30cm_2011
강예신_관계의 거리- 우리 식사나 한번 해요_종이에 펜_30×47cm_2011
강예신_5월-희망_종이에 펜_38×19cm_2011

작업을 관통하는 이야기들의 생성과 소멸은 완전한 나를 존재하게 한다. 영혼까지 베어 물었던 상상의 이야기들 속에 있고 싶었고, 보다 완벽하게 갇히고 싶었다. 이런 나의 습성의 습관은 과거로부터 온다. 기억은 주홍글씨처럼 따라 다닌다. 나의 외롭던 유년의 기억이 또한 그러하다. 외롭다는 것은 다른 여타의 감정과는 다른 부류이다. 희로애락이 자극에 의한 표출이라면, 외로움은 미지의 영역에 있다. 군중 속에서도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이 말간 감정은 언제나 무겁다. 그것은 내가 기억하는 무서운 감정의 동요였고, 그 맛은 참으로 씁쓸했다. 잔인한 것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눈을 감는 그날까지 안고 살아가야한다는 그 숙명에 있다. 내게 이야기라는 친구는 고무공 속에 갇힌 나의 숙명에 바늘로 공기가 통하는 구멍을 내주는 존재다. 같이 하늘을 걷고, 1분 후에 만날 안녕을 말해주고, 나를 기다려 주는 나의 구석이 되어준다. 나는 나를 조각내어 최소한의 작은 원자로, 미립자로, 쿼크로, 진공으로 나누어 두는 상상 속에서 편안함을 찾는다. 토끼의 간처럼 잘 여문 햇볕아래 말리어둔 나의 영혼, 폭신한 베게 밑에 두고 온 나의 마음들이 미처 준비되지 않은 감정의 동요를 잠재운다. ■ 강예신

Vol.20110830a | 강예신展 / KANGYEHSINE / 姜叡伸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