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and Here

김태화展 / KIMTAEHWA / 金泰華 / painting   2011_1004 ▶︎ 2011_1031 / 주말,공휴일 휴관

김태화_There and Here_캔버스에 유채_70×9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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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1 이랜드문화재단 작가공모展

주최/기획 / 재단법인 이랜드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이랜드 스페이스 E-LAND SPACE 서울 금천구 가산동 371-12번지 이랜드빌딩 Tel. +82.2.2029.9885

몸에 밴 어린시절 ● 식물그림이다. 뽀얗게 분칠한 아낙네처럼 아름답고 화려하게 채색된 꽃그림은 아니다. 매력적인 꽃도 열매도 없는 풀이다. 작고 가벼운, 견고하지도 않고 부피감도 없는 들판의 풀, 부는 바람에 나부끼는 이름없는 그냥 풀 말이다. 땅에 뿌리박고 그 존재를 유지해야 하는 이 작은 생명체들은 대개가 뿌리가 뽑혀, 메마르고 건조해진,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모습으로 화면에 등장한다. 여리고 약하며, 보잘것 없는 존재들을 그린 그림이다. 그러면서도 김태화의 식물그림은 서정적인 묘한 매력을 담고 있다.

김태화_There and Here_캔버스에 유채_70×90cm_2011
김태화_There and Here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1
김태화_There and Here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1

김태화작가의 식물그림은 2007년경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입시미술학원을 운영하던 작가는 지친 일상에서 쉼은 얻고자, 학원옥상에 작은 정원을 만들고 자주 들리곤 했다고 한다. 이때 옥상에 방치된 채 너저분하게 자란 풀들을 보면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시골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작가는 그 해 가을 시골집에 방문하게 되고, 힘없이 삶에 지쳐있는 자신의 모습과 포도밭의 수확을 끝내고 말라버린 포도가지, 넝쿨들을 동일시 하면서 현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창작에 대한 욕구로 목말라하던 작가는 평온하고 행복했던 유년기의 고향에서 체험했던 들판을 떠올리며, 풀 같은 식물을 그리게 된 것이다. ● 현실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힘겨워질 때면 누구나 자신의 좋았던 기억 속으로 퇴행하게 마련이다. 이때 선택한 기억이 어린 시절이라면 그 강도나 지속성은 세다. 왜냐하면 유년기의 경험은 사고가 말랑말랑한 시기에 형성된 것이므로, 뿌리깊게 그 사람의 정서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년기에 경험했던 것들은 한 개인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지배할 만큼 강렬하다. 김태화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식물도 그가 어려서 접한 고향의 것들이다. 그런데 그가 그리는 이미지들은 하나같이 외롭고 쓸쓸하며, 허전하기 그지없다. 작가는 형제 많은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는데, 형제들이 일찍이 고향을 떠나 유학을 가거나 결혼을 했기 때문에 심리적인 외동아들로 자랐다고 한다. 함께할 형제가 부재한 작가의 유년기는 늘 외로웠고, 들판의 덤불 속에서 혼자 놀거나 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렇게 몸에 밴 어린 시절의 경험과 감성이 작품에도 그대로 나타나게 된 것 같다. ● 작품의 전체적인 특징은 흰 여백을 강조하고, 모노톤으로 채색을 하는 것이다. 또한 구체적인 형상을 묘사한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드로잉적인 요소가 강하다. 작가는 줄기나 잎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실제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드로잉처럼 단숨에 선을 긋는다. 이렇게 그려진 식물의 줄기는 일필휘지(一筆揮之)로 그려낸 문인화의 표현과도 닮아있다. 이것이 유화로 그린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수묵으로 담담하게 표현된 전통동양화를 연상하게 되는 이유이다.

김태화_There and Her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1cm_2011
김태화_There and Her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1cm_2011
김태화_There and Her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17cm_2011

이번 전시에는 모노톤의 식물그림과 함께 구체적인 여러 색을 첨가한 나비그림 몇 점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의 소재는 기존의 마른풀이나 마른 나뭇가지처럼 식물이지만, 그 영역을 확대해서 꽃과 잎이 있는 살아있는 것으로 그리고, 나비도 첨가했다. 나비나, 꽃잎 등은 하늘거린다는 맥락에서 비슷한 취향의 소재처럼 보인다. 이러한 그림들은 전통민화에서 그 소재를 많이 차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작가 스스로 소재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비롯된 것임을 다음을 통해 알 수 있다. "나의 작품에 나타나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나약하고 흐릿한 형상과 화면에 부족한 임팩트를 극복하기 위하여, 풀이라는 한정된 소재에서 자연이라는 넓은 의미로의 변화와, 형상이 넓고 큰 조형성이 강한 소재를 탐구하고 있다. 유년시절 친구가 되었던 자연에 있는 모든 동식물들을 동양화나 조선 민화의 형식을 빌어서 표현한 것이 지금 내 작업에 밑거름이 되어 주고 있다. " (중략)(2011년 작업노트 中에서) ● 기존의 작품에는 여백을 강조한 모노톤의 색채 구현, 아련하게 보이는 작은 존재들에 대한 서정적인 표현 등이 김태화 작가만의 조형감각으로 탁월하게 나타난다. 그 자체로 큰 임팩트는 없지만 나름의 매력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분명하다. 또한 작가의 드로잉적이고, 손맛이 살아있는 그림은 식상한 꽃그림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타의 다른 작가와도 구분되는 지점이며, 자신이 경험한 유년기의 정서가 잘 믹스되어 작품으로 안착되었다고 생각한다. 새롭게 시작한 민화풍의 그림을 좀더 다듬어서, 다음 전시에는 자신의 삶과 경험이 녹아든 것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김태화작가만의 작품으로 선보이길 기대해 본다. ■ 고경옥

Vol.20111004b | 김태화展 / KIMTAEHWA / 金泰華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