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새들의 초상

신대엽展 / SHINDAEYEOB / 申大燁 / painting   2011_1005 ▶︎ 2011_1011

신대엽_매실이달릴 무렵_순지에 먹, 엷은 색_28×28cm

초대일시 / 2011_1005_수요일_05:00pm

shsan.com

관람시간 / 11:00am~07:00pm

목인갤러리 MOKIN GALLERY 서울 종로구 견지동 82번지 Tel. +82.2.722.5066 www.mokinmuseum.com

자연, 혹은 사실 너머의 사실 ● "노랑 꾀꼬리 나무에 오르니 한 떨기 꽃이요, 백로가 밭에 내리니 천점(千點)의 눈송이로다." (전강(田岡)선사의 게송)

신대엽_산수유_순지에 먹, 엷은 색_42×58cm
신대엽_바둑이_순지에 먹, 엷은 색_65×65cm

현산의 그림은 명확하면서도 따뜻하다. 명확함과 따뜻함은 양립하기 힘든 관념이다. 명확한 것은 따뜻하기가 어렵고, 따뜻한 것은 명확하기 힘들다. 이것은 마치 현실에서 명징과 온기를 동시에 갖춘 존재를 만나는 것이 천행에 가까운 일과 같다. 만약, 빈틈 하나 없는 성격을 가졌으면서도 타인을 너그럽게 보듬고 수용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우리는 바로 그 천행의 경험자일 것이다. 내게 현산이 그런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이기 힘들지 몰라도, 그가 그런 '화가'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신대엽_노랑이_순지에 먹, 엷은 색_65×65cm
신대엽_목련과 수컷딱새_순지에 먹, 엷은 색_48×48cm
신대엽_대나무와 나비_순지에 먹, 엷은 색_132×66cm

아이, 노인, 절친한 벗들, 친근한 동물들이 주조를 이루었던 그의 앞선 그림들 역시 그 양립하기 힘든 두 개의 관념(명확함과 따뜻함)이 하나의 화면을 조화롭게 수놓았었다. 이번 전시(2011)에 나온 그림들은 거기에 서너 걸음 내디딘 느낌이다. 엄밀한 데생에서 나오는 기계적 명확성은 더욱 정밀해졌고, 화면 위에 어떤 대상을 내려놓는가와 그 대상이 감상자와 어떻게 소통하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온기의 농도는 한결 깊어졌다. 흐릿하게 보이던 것이 또렷해졌을 때의 상쾌함과 그 또렷해진 것들에 부드럽게 감싸이는 온화함까지, 이 둘을 하나의 화면에서 느낄 수 있다는 건 결코 작지 않은 행운이다. 입을 딱 벌린 채 쉽게 발걸음을 옮길 수 없게 만드는 「백작도(百雀圖)」는 이번 전시를 한 화면에 품고 있는, 현산이라는 그림쟁이가 지닌 명징과 온기를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명작이다.

신대엽_민들레와 나비_순지에 먹, 엷은 색_132×66cm

춘천 의암호변에 있는 그의 삶터이자 작업실인 '청죽거(靑竹居)'를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일이지만, 그의 그림에 담겨진 얼핏 탈속한 듯 보이는 풍경이나 정물들은 그의 일상과 아주 가까운 곳에 놓여 있다. 그의 그림들 속 온갖 꽃과 새들은 묘사나 표현기법으로서의 리얼리즘만이 아닌, 그의 삶 자체로서의 리얼리티를 지니고 있다. 이런 탈속한 풍경과 정물을 일상에서 바라보고 호흡하는 그의 그림은 매일을 도시의 살풍경 속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를 보듬고 위로해준다. 쇳내 풍기는 삶을 잠시 내려놓고 그의 그림들 사이를 휘적휘적 걷고 나면 마음만이 아니라 몸까지 맑고 가벼워진다. ■

Vol.20111006j | 신대엽展 / SHINDAEYEOB / 申大燁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