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 포 나이트 day for night

서동욱展 / SUHDONGWOOK / 徐東郁 / mixed media   2011_1006 ▶︎ 2011_1106 / 월요일 휴관

서동욱_밤, 실내, 아이리스의 방_캔버스에 유채_50×65.1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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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006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원앤제이 갤러리 ONE AND J. GALLERY 서울 종로구 가회동 130-1번지 Tel. +82.2.745.1644 www.oneandj.com

느긋하고 기품있는 서동욱의 퇴행주의 - 서동욱 개인展 『Day for Night』 ● "인생은 쿨한게 좋지만 예술은 아니다." 전시의 오프닝에서 작가가 내게 들려준 말이다. 부드럽고 녹진한 저녁빛깔이 감싸고 있는 고수부지나 부암동의 밤골목을 그린 그림 어디선가 샹송이나 재즈발라드, 그도 아니면 트로트나 엔카가 들리는 듯하다. 서동욱의 첫번째 개인전(대안공간루프, 2007)에서는 백인 루저들이 폼을 잡고 서 있었다. 대도시의 어딘가 후미진 곳, 한손에는 맥주병을 다른 손에는 담배꽁초를 든 그들의 덤덤한 표정이 왠지 애처롭게만 느껴졌다. 이번에는 갈등의 표현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실제의 공간속에 허공을 응시하며 누워있는 인물들의 공허한 표정을 보면 마치 구원을 기다리는 비극속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내 그림은 뽕짝이라니까요."라는 작가의 말에 나는 뽕짝이긴 한데 수입뽕짝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서동욱_밤, 성북동 거리_캔버스에 유채_97×145.5cm_2011
서동욱_아침, 실내, 엄마의 방_캔버스에 유채_53×72.7cm_2011

서동욱의 그림들은 분명 퇴행적이다. 댄디즘과 멜로와 신파, 센티멘탈리즘과 퇴행/퇴폐주의가 사이좋게 몸을 섞고 있다. 그런데 이 퇴행주의는 작가의 말처럼 의도적이다. 작가는 이 센슈얼한 풍경들을 만족을 모른다는 듯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밤하늘의 흐물거리는 별빛들은 애무의 흔적처럼 습하게 얼룩져 있다. 광기어린 고흐의 별들이 다 타버리고 흔적만 남은 것만 같다. 지루하고 희망 없는 시대를 홀로 위무하는 듯하다. 작가는 혼자 들어갈 수 있는 캡슐 같은 작은 건축물이 자신의 관심을 끈다고 말한다. 공영주차장의 관리소나 아파트 경비실, 공항의 관제탑, 낚시터의 방갈로 등. 얼룩진 별들이 떠다니는 밤하늘의 밀폐공간은 어딘가 자궁을 연상시킨다. 고립되고 부유하는 그 작은 공간에서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꿈꾸는 것일까.

서동욱_저녁, 실내, 거실_캔버스에 유채_50×65.1cm_2011
서동욱_저녁, 보형의 거실, 소파위_캔버스에 유채_53×72.7cm_2011

「Day for Night」란 전시의 제목은 무성영화 시대의 영화 촬영기법에서 따왔다고 한다. 조명시설이 열악했던 당시에는 밤 장면을 낮에 촬영하면서 밤의 효과를 얻도록 했는데 이러한 기술을 Day for night라 한다. 그 후 표현주의 영화에서는 파스빈더 같은 감독이 인간의 고독이나 불안을 표현하기 위해 하나의 테크닉으로 사용했고, 프랑수아 트뤼포는 동명의 자전적 영화도 만들었다. 영화광인 작가는 매 전시마다 빠짐없이 영상작품을 만들어 상영하는데, 그 형식이나 내러티브, 연출의 기술적 특성에서 여타 싱글채널 비디오아트와는 차별되는 하나의 완결된 단편영화처럼 보였다. 이번에는 아예 영화촬영기법을 개인전의 제목으로 내세웠으니, 그의 작품세계와 영화는 한 몸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또한, 작가는 영화의 스틸컷을 연상시키는 회화작품을 제작한다. 이는 회화의 독립성을 주장했던 모더니즘회화에 도전하는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는데, 스토리텔링을 욕망하는 구구절절하고 찌질한 의존적 회화... 그리고 이 작품이 전시 된 갤러리도 파인아트미술작품을 전시하는 순결한 공간에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구애의 장으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미술이 사랑을 구걸하게 되었다는 작가의 예민한 반증인가. 이야기는 다시 영화로 이어진다.

서동욱_Lights on the water_단채널 비디오_00:19:38_2011
서동욱_Lights on the water_단채널 비디오_00:19:38_2011

신작인 「물위의 불빛들 Lights on the Water」은 한적한 저수지의 낚시터를 배경으로 두 남녀가 만나고 엇갈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는 분절된 다섯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렴풋한 플롯이 드러난다. 화지에는 정범을 알게 되고 그에게 다가가지만, 정범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묘한 두려움을 느낀다. 새벽녘의 어두운 물 위를 유유히 유영하는 보트의 불빛들과 멀리 검은 연기가 피어나는 작은 섬, 정범이 위태롭게 앉아있는 나루터의 초현실적인 이미지는 다시 만날 수 없는 그들의 고독한 운명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런데 서동욱은 어째서 진부한 신파조의 감성에 호소하는가? 이 영화를 이야기 하면서 고삼저수지를 배경으로 한 김기덕의 영화 「섬」과 홍상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둘은 영화에서 문학성과 신파정서를 걷어내고 한국에서도 작가주의영화의 시대를 연 감독들 아닌가. 게다가 두 감독 모두 작가가 유학생활을 보낸 프랑스와 연관이 있다. 김기덕은 파리에서 미술유학을, 홍상수는 자신의 영화적 원천으로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가 에릭 로메르를 밝힌바 있다. 이 영화를 보며 김기덕과 홍상수를 언급하는 것은 서동욱의 전략이 이들의 관객들을 자신의 영화로 초대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동욱이 의도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번 영화의 서두에 등장하는 코스모스밭이나 여주인공의 이국적 패션, 내러티브를 앞서가는 과도한 배경음악 등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쟌느 모로의 샹송 Les ennuis de Soleil를 배경음악으로 그늘진 챙 넓은 모자와 물위에 떠있는 여인의 애수띤 표정... 이건 완전히 80년대식 에로물 애마부인의 종결편인 「파리애마 Emma in Paris, 1988」다. 형이하학을 말하며 형이상학을 갈구하는 김기덕과 형이상학을 연기하며 형이하학을 행하는 홍상수. 억울한 에너지로 충만한 김기덕과 진정성을 잃어버린 지식인 루저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홍상수는 서동욱의 영화 속 어딘가에 나오는 프랑스식 카페에 앉아 「파리애마」를 감상할 것만 같다. 왜 안돼겠는가? 이건 어쩐지 느긋하고 우아한 퇴행이다. 그들은 카페의 갸르송garcon 서동욱이 서빙하는 홍차를 마시며, 고다르도 브레송도 로메르도 아닌 파리로 간 애마부인을 이야기 할 것이다. 누구나 가졌던 청춘의 노이즈를 곱씹으며 달뜨고 상기된, 마쵸 이전의 풋풋한 고추를 잡고 말이다.  ● 소심한 청년 정범에게 아름다운 중국처녀 화지에가 다가와 묻는다. "운전할 줄 아세요?" 그녀가 물어본 것은 애인이 두고 간 진부한 부의 상징인 BMW 5시리즈이지만, 정범은 "보트요?"라고 되묻는다. 사실 작가의 대답은 이렇다. "아뇨. 바로 제 마음을요." ■ 강영민

Vol.20111010d | 서동욱展 / SUHDONGWOOK / 徐東郁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