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관계

김형展 / KIMHYUNG / 金亨 / photography   2011_1011 ▶︎ 2011_1031 / 일요일 휴관

김형_심리적 관계_피그먼트 프린트_76×101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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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011_화요일_06:00pm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2011 New Work 공모 당선展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요일 휴관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영상갤러리 MOONSHIN MUSEUM 서울 용산구 효창원길 52 Tel. +82.2.710.9280 moonshin.or.kr/home.htm

여기 강한 빛이 있으라 1. 빛과 어둠 ● 어두운 시골의 밤길을 걸어가고 있는 한 사람을 상상해보자. 두텁고 진한 어둠 속이다. 구름에 가려진 달은 그 빛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산의 능선과 들판과 나무들의 윤곽만이 희미하게 드러나 있다. 그는 흙길을 더듬어 한 발 한 발 걸어가고 있다. 그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어둠이 두렵지만 어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다. 모든 것은 어둠 속에서도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것일까. 어둠 속에서 산은 검은 거인처럼 솟아 있다. 모든 것이 너무나 크고 높고 어둡다. 그는 어둠 속에서 걸어가면서 그의 존재를 물질로서 느끼기가 힘들다. 그는 자꾸 사라지는 것만 같다. 하지만 그는 그가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다고 믿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두렵다. 하지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존재일까.

김형_심리적 관계_피그먼트 프린트_76×101cm_2011
김형_심리적 관계_피그먼트 프린트_76×101cm_2011

어둠이 존재하지 않았던 때에 빛의 존재가 있었다고 한다. 주변이 온통 빛뿐인 세계에서 빛의 존재는 자신을 존재로서 체험할 수가 없었다. 빛의 존재는 신에게 찾아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다. 신은 빛의 존재를 어둠 속으로 떨어뜨렸다. 어둠을 체험하며 빛의 존재는 신에게 외쳤다. "신이여 왜 저를 어둠 속에 버리셨나이까!" ● "빛이 있으라!" 신은 어둠 속에서 외쳤다. 신은 어둠과 빛에게 그 상대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인간은 체험으로써 자신의 실체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상대의 체험은 잉여적 혼란을 함께 가져왔다. 어둠 속에서 빛을 통하여 우리가 보는 것은 실제로 빛이 닿는 곳의 반영일 뿐이다. 인간은 자신의 전체를 볼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태어났다. 우리가 우리를 보려는 시도는 그것의 반영을 보는 것일 뿐 우리는 영원히 그 실체를 보지 못한다. ● 김형 작가는 홀로 자신의 어둠 속에서 외쳤다. "여기 강한 빛이 있으라!" 그는 인공적으로 강한 빛을 만들어 그 주변의 세상을 비추었다. 거기에 그와 타인들, 그리고 그 주변의 세상, 그것들의 왜곡된 반영이 비추어졌다.

김형_심리적 관계_피그먼트 프린트_76×101cm_2011
김형_심리적 관계_피그먼트 프린트_76×101cm_2011

2. 존재와 존재의 반영 ● 독일 체류기간 동안 김형작가는 홀로 방에 앉아 작은 거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타국에서 느끼는 피폐한 외로움이 있었고 타인들과 자연스럽게 동화되지 못하게 하는 언어의 이질감이 있었다. 독일의 밤은 고요하고 음침했으며 그것은 거북한 파장이 되어 공기를 울렸다. 자신의 얼굴만 비출 수 있는 작은 손거울은 비밀스러웠다. 작가는 자연스럽게 이 동그란 거울을 손에 들고 나와 작업을 시작했다.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던 타인들이 모델이 되어 주었다. 그들은 동유럽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이 외국인 노동자들은 밤마다 모델료로 받은 맥주를 마시며 김형 작가의 빛과 어둠의 작은 향연을 함께 하였다. ● 작가는 강한 인공 빛을 그들에게 비추었다. 그의 전작들에서 볼 수 있었던 배경은 사라지고 은유적 어둠이 그것을 대체했다. 작가는 빛을 비춤으로써 타인들을 비추고 그것의 반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동그란 손거울이 그들의 반영의 반영을 비추었다. 선글라스를 쓴 노동자의, 무심한 표정의 타인들의 반영이 비추어졌고 그들의 비밀스러운 다른 면이 비추어졌다. 배경의 나뭇잎들은 입체감을 잃고 무늬로서 어둠의 벽을 장식한다.

김형_심리적 관계_피그먼트 프린트_76×101cm_2011

인간이 자신과 마주하려는 노력과 몸짓 속에 우리는 끊임없이 '바라본다'는 행위를 하고 있다. 우리는 그 실체를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채 그것의 반영들을 바라보고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것은 또 다른 유기적 작용을 맺는다.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거대한 환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전달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것은 우리가 전달하려는 것의 왜곡된 반영일 뿐이며, 타인을 이해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것은 타인의 왜곡된 반영일 뿐이라는 느낌이 남는다. 연결되려고 하는 몸짓은 우리를 더욱 분리시킨다. ● 그리고 김형작가의 이러한 시도 뒤편에 이상하고 의뭉스러운 느낌이 남는다. 이는 마치 한 단어나 사물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을 때 어느 순간 더이상 그것이 그것이 아니게 되어버리는 체험과 비슷하다. 테이블 위의 낯익은 커피잔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을 때 더이상 그것이 커피잔이 아니게 되어보이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이 느낌을 설명하기 위해 프로이트가 제시한 '언캐니(uncanny)' 개념을 인용해 보기로 한다. 언캐니'란 독일어 운하임리히(unheimlich)의 번역어로, 낯설고 두려우면서도 어쩐지 친숙한 감정을 가리킨다. 이것은 단지 '이상하다'거나'기이하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명료하다고 생각했던 개념들의 틈새에 존재하는 묘묘한 중간자이다. 일상 속에서 무의미하게 반복되던 것들이 어느 순간 의식의 허를 찌르며 새로운 인식의 영역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더없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지점에 반복된 낯선 이미지의 변용이 침입하면서 그 틈새가 벌어지게 된다. 일상 속에서 무심히 바라보던 친숙한 손거울이 김형작가의 반복되는 일련의 작품들 속에서 낯설고 이질적인 물체가 되었다. 그것은 더욱 낯설고 이질적인 거울 속의 존재의 반영을 비추고 있다. 퇴근을 하고 돌아온 평범한 노동자였을 타인들이 작가의 작품 속에서 이질적인 타인들의 반영으로 반복하여 등장한다. 우리는 이 반복을 통하여 어떤 묘한 불편감을 느낀다. 이는 우리가 우리의 실체를 마주하려고 할 때 태생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한계와 모순으로부터 기인하는 불편한 체험일까.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바스락거리는 불면증의 느낌들에서 더 나아가 김형작가의 이번 작품들은 우리의 의뭉스럽고 불편한 정체를 그의 어둠 속에 강한 빛으로 비추었다. ■ 최하영

Vol.20111011b | 김형展 / KIMHYUNG / 金亨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