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 layer

김아라展 / KIMARA / 金아라 / painting   2011_1005 ▶︎ 2011_1015

김아라_thin layer_캔버스에 유채_각 30×30×5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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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00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내가 인지하는 삶이란 모호하다. 역설적이고 아이러니하며 중의적이다. 나의 작업은 그 반영이다. 나의 작업이 가지는 일관된 특성이 있다면 그것은 이 중의성과 모순이라 할 수 있다.

김아라_thin layer_캔버스에 유채_각 30×30×5cm_2010

여행은 일종의 삶의 은유이다. 여행을 하면서 삶의 다양한 측면을 엿볼 수 있고, 더불어 나의 가치관과 정체성의 폭을 간음해볼 기회를 가지기도 한다. 우리는 수직적 요소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여행을 통해서 끊임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수평적인 풍경을 접할 때면 경이로움을 느끼곤 한다.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창밖의 풍경을 접하면서 살아가고, 속도를 동반한 창밖의 풍경들은 수평선이 주를 이룬다.이 풍경을 통해 우리는 잠시 사적 경험에 대한 연상을 하기도 하며 영감을 얻기도 한다. 창밖의 낯선 풍격은 속도감을 동반한채 시시각각 변하는 환영, 환상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창은 더이상 창이 아니고 창밖의 풍경도 본래의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나는 나를 매혹시킨 그 순간의 고유한 찰나의 감흥을 잡아내려고 시도한다.

김아라_thin layer_캔버스에 유채_각 30×30×5cm_2010

나는 여행을 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작업을 한다. 사진을 기초로 그리지만 사진에 담긴 기억을 끌어내 형상을 만들어간다. 창이라는 물질은 투용성을 가지면서도 주변의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주관적 변용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이다. 창이라는 통로는 서로 다른 두 공간을 매개한다. 한 공간에 위치한 나를 또 다른 세계와 마주하게 한다. 그림 역시 나와 세상 사이의 매개체이다. 30×30×5 캔버스는 나만의 창이며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이 아닌 물성이 강조된 오브제이다. 그리고 거기에 담기는 풍경은 아이러니하게도 회화의 평면성이 강조된 찰나적인 풍경이다. 그 창들이 배열되면서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수평선이 교묘하게 이어지는 파노라마적 풍경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여러 나라의 각기 다른 장소와 시간들이 섞여있는 허구의 장면이다. 그림을 배열하는 방식은 jump cut의 양상을 띈다. 당시 나를 매혹시켰던 장면을 회상하고자 하면 늘 어려움을 겪는다. 기억은 개개인의 고유한 경험이며 굉장히 단편적이다. 기억은 나의 개인사라 쌓이면 쌓여갈수록 더욱 뒤섞여 간다.

김아라_thin layer_캔버스에 유채_각 30×30×5cm_2010

Jump cut이란 장면이 비약적으로 돌출한다는 영화용어이다. 연속성이 갖는 흐름을 깨트리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프레임 위의 이미지들이 시간을 건너뛰거나 되돌아가는 듯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한편으로는 친숙한 환경과 대상을 낯설게 보이게 함으로써 극적 환영을 깨뜨리고 대상에 대한 새롭고도 낯선 태도를 갖게한다. 이것은 내가 내 기억을 회상하고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이다.

김아라_thin layer_캔버스에 유채_각 30×30×5cm_2010

기억의 구현이란 어려운 작업이다. 나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으며 나의 경험이 대중(바로 당신)의 경험과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 이것은 내가 지나온 시간과 공간에 대한 담담한 회상이며 기록이다. 그리고 창을 통한 기억이다. 창은 두 공간의 매개체. 창을 통해 세상은 새롭고 낯설게 다가와 나에게 기억되었고, 당신은 창을 통해 나의 기억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창은 나와 세상의 매개체이며 이는 다시 나와 대중 사이의 매개체이다. 흩어져있던 기억의 편린들을 모았으니 그것은 다시 나와 당신의 세상이 되었다. ■ 김아라

김아라_thin layer_캔버스에 유채_각 30×30×5cm_2010

불연속적 기억의 편린들 : 여행지로부터 ● 김아라의 작업은 여행 중에 느꼈던 찰나의 감흥들을 포착하는 과정으로서 직접 찍은 사진들이 바탕이 된다. 여행은 우리를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삶을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고 인상 깊은 기억들을 남긴다. 작가 또한 도시의 수직적인 풍경에서 벗어나 여행을 하면서 접하게 되는 자연의 수평적인 풍경에서 경이로움을 느낀다. 열차에 몸을 싣고 빠른 속도로 달리는 널찍한 풍경들을 창밖으로 바라보면서 그 순간을 잡고 싶어진다. ● 캔버스는 그 때의 기억 속 열차의 창이 되고 나아가 작가와 관객을 매개하는 창이 된다. 단지 그림을 위한 재료가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된 오브제가 되는 것이다. 70여 개의 작은 정사각형들이 일렬로 펼쳐지며 그 길을 따라 관람객들은 걸음을 옮긴다. 풍경과 풍경으로 시선이 이동하며 조각난 시공간들이 섞여간다. 전시 제목인 thin layer의 의미는 여행지로 향하는 열차처럼 캔버스를 길게 나열한 데에서 오는 이미지를 명명한 것이다. 작가는 머리에서 맴도는 기억의 편린들을 thin layer의 시각적인 효과를 통해 관객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 작은 창 너머 각기 다른 기억 속 풍경들은 유화의 재료적 물성이 느껴지는 무심한 붓질로 표현되기도 하고 혹은 정지된 사진처럼 세밀하게 묘사되어 표현되기도 한다. 이렇게 조각난 풍경들은 고유의 시공간을 무시한 채 무작위로 섞여 배열된다. 마치 관객들은 흔들리는 열차 속에서 달리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하다. 영화에서는 장면의 비약적 돌출을 통해 연속성의 흐름을 깨뜨리는 방식을 전문용어로 jump cut이라고 한다. 장면과 장면 사이를 부자연스럽게 절단하여 시간을 파편화하는 성격 때문에 현대적이고 존재론적인 주제를 표현하는데 적합한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기억이라는 것은 '나'라는 주체가 겪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단편적인 심상이다. 또한 시간이 흘러 쌓여갈 수록 이것들은 점점 더 모호하게 뒤섞여간다. 그런 점에 있어서 작가는 jump cut이 가지는 비연속성이 기억을 구현하는 방법과 닮아있다고 느낀다.

김아라_thin layer_캔버스에 유채_각 30×30×5cm_2010

『thin layer』전은 작가가 여행지에서 지나온 시간과 공간에 대한 담담한 회상이며 기록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만을 표현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라 열차의 창이라는 오브제의 개념을 통해 기억 속 여행지의 풍경들을 시공간을 뛰어넘어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삶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기억이 가지는 불완전성을 전시에 그대로 반영하고자 하는 작가의 철학적 시도는 다분히 현대적이다. 작가가 인지하는 삶의 모호함과 아이러니를 다음 작업에서는 또 어떤 방법으로 풀어나갈 지 궁금해진다. "창을 통해 세상은 낯설게 다가와 나에게 기억이 되었고, 당신은 창을 통해 나의 기억을 바라보게 된다. 흩어진 기억의 편린들을 모았으니 그것은 다시 나와 당신의 세상이 된다." (작가노트 중) 갤러리 도스

Vol.20111012d | 김아라展 / KIMARA / 金아라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