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耽色(탐색)

간지展 / GHANZI / photography   2011_1019 ▶︎ 2012_1025

간지_괌-풀장_잉크젯 프린트_90×73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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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019_수요일_06:00pm

후원/협찬/주최/기획 / GALLERY ARTSAGAN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아트사간 GALLERY ART SAGAN 서울 종로구 삼청로 22 영정빌딩 3층 Tel. +82.2.720.4414 www.artsagan.com

사이를 보다 ● 시간은 언제나 인간을 앞선다. 어느 날 갑자기 가을은 성큼 다가오고 시나브로 어두운 밤이 찾아온다. 하루하루 매순간을 시간 속에 살아도 과거의 미래가 현재로 바뀌는 그 순간은 늘 새롭다. 시간의 변화가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눈이 '사이'에 예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눈은 감각기관이며 동시에 사고의 발화지점이므로, 특정한 파장과 강도의 빛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과 경험에 따라 다르게 빛을 해석한다. 본격적인 시각 활동은 눈과 연결된 뇌가 정보를 어떻게 가공하고 해석하느냐에 달린 문제인 것이다. 우리 뇌는 사이보다는 분명하게 구분지어진 어느 편에 더 잘 반응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쪽도 저쪽도 아닌 사이는 중요한 정보로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고로 어떻게 이름 붙이느냐에 따라 우리는 같은 시간을 낮으로 보기도 하고 밤으로 기억할 수도 있으며, 몇 시 몇 분처럼 시간을 숫자로 표기한다고 해서 누구나 같은 시간적 경험을 하게 되진 않는다.

간지_동해안_잉크젯 프린트_120×97cm_2011

카메라는 마치 뇌가 없는 눈과 같지만, 육안과 기계안의 경쟁에서 항상 육안이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이름 지워지지 않은 중간 지대, 그 사이를 바라볼 수 있으려면 카메라의 눈처럼 무심히 빛에 반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간지의『바다탐색』은 그렇게 낮과 밤의 사이를 바라본 결과물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이 차곡차곡 쌓아올려진 낯선 바다 풍경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다와는 사뭇 다르다. 필름에 오랜 시간 노광을 주어 촬영하다보니 예측할 수 없는 우연성에 의존한 색이 화면 전체를 뒤덮었고, 잉크젯 프린트로 광택 없이 마무리한 사진의 표면은 탄탄한 색면으로 완성되었다. 이러한 색은 바다를 묘사한 기존의 사진들과 다르고 익숙하지 않다는 면에서 모호하지만, 높은 채도와 중간 명도로 균질하게 마감된 속성을 고려하면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간지의 카메라가 채집한 빛이 구축한 것은 모호함과 분명함이 공존하는 색의 세계인 것이다.

간지_동해안-통로_잉크젯 프린트_90×73cm_2011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땅 끝 어디를 가도 온전히 자연만을 감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간지의 사진 속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상태가 아닌 인간의 흔적과 대비되는 장면에서 오히려 빛이 난다. 저 멀리 하늘로부터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하면 가까이 바닷가에선 전구가 하나둘씩 켜지고, 인공광은 인공구조물을 밝히며 자연과 어우러진다. 바다와 해무 사이에 자리 잡은 수평선은 자연과 인공의 빛이 팽팽하게 맞서는 접전지대이다. 길어야 삼십분, 자연광과 인공광의 소리 없는 대립 이 진행되는 동안, 작가는 애써 인간의 흔적을 지워냈다. 전망대, 횟집, 감시 카메라, 노래방과 같은 구조물이 사진 속에 찍혀있지만 극히 일부분만 잘려 들어와서 그것이 본래 어떤 용도로 설치된 것인가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단순한 형태로 정교하게 재단된 인공물이 공간을 평면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간지_서해안-전망대1_잉크젯 프린트_120×97cm_2011

투명함을 벗어난 빛이 만들어낸 탄탄한 색감과 과감하게 잘라낸 부분의 형태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의 구체성을 최소화하였다. 장시간노출과 정교한 프레이밍이 카메라 앞에 놓인 현실을 색과 형태로 환원시킨 결과이다. 간지의 작품이 지니는 가장 두드러진 장점은 사진을 해석이 아닌 경험으로 정화시켰다는 측면이다. 칸트에 빗대자면, 경험이 없는 해석은 공허하며 해석이 따르지 않는 경험은 맹목이다. 경험으로부터 촉발된 해석이야 말로 진정한 예술적 감흥과 통찰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간지의 사진 앞에서 현실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바다를 마주하게 되며, 이는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다. 작품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사진들이 난무하는 시절에 그녀의『바다탐색』은 사진표현기법이 만들어낸 순수한 시각적 구성요소들만으로 참신한 경험을 선사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낮과 밤, 자연과 인공의 대비를 웅변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상반된 것들의 '사이'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 바로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 신수진

간지_서해안-전망대2_잉크젯 프린트_97×120cm_2011

Seeing the "In-Between" ● Time has always preceeded a man's perception. As autumn makes its inevitable approach, the dark night settles gradually, imperceptibly, yet just as unavoidably. The transition of the past's "future" into the "present," though an everlasting occurrence, is ever an unfamiliar and new experience nevertheless. The sudden nature of the passage of time is a product of the human eye's lack of sensitivity to the "in between" stages. The eye is not only a sensory organ that mechanically responds to the wavelength and intensity of light, but also the originating point of conception of ideas, reflecting the subject's knowledge and experiences in its interpretations of light. An act of visualization is a matter of how the brain processes and analyzes the input registered by the eye. Since the human brain has a tendency to be more responsive to the definite, dismissive of the indeterminate, "in-between," what one person interprets as the afternoon might just might as well be remembered as a night by someone else depending on how one chooses to call it. A numerically defined scale of time does not guarantee every individual a similar experience of time, either. ● Though the camera is essentially an eye without a brain, it is not a given that the latter is necessarily superior. In order to properly observe the "in-between," it is necessary to respond objectively, indifferently to light. Ghanzi's "Investigation of the Ocean" is the result of such an observation of the "in-between" that exists between afternoon and night. Ghanzi's ocean, which refelcts spontaneously changing quality of light on a single plane is an unfamiliar vision. Mixtures of unpredictable color casts, resulted by long-exposure shots, have turned into solid robust colors through inkjet printing on gloss-less surfaces. It is unfamiliar and ambigous depiction of the ocean, yet its consistent use of highly saturated colors along with the moderate brightness gives it a sense of its definition and unity. The amalgamation of light in Ghanzi's camera has created a color-scheme in which ambiguity and clarity co-exist in a unique vision. ● It is difficult to appreciate nature in its purest manifest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Nature in Ghanzi's work, however, becomes more attractive in contrast to the human traces. As darkness creeps in from afar, lamps on the beach begin to turn on, illuminating other man-made constructions, which in turn coalesce harmoniously into their natural environment. Between the sea and the fog above it, on the same plane as the horizon, is the space in which nature and manmade light seek to gain prominence over the other. On the other hand, the artist was putting his effort to minimize human traces The short period, perhaps no longer than half an hour, during which this silent conflict takes place, was the time the artist devoted into eliminating much of the traces of human. Structures such as a sushi restaurant, an observatory, a security camera, and a karoake bar are recognizable within the work, they exist in truncated forms in a restricted portion, and it is difficult to ascertain their original, or primary, functions. Artificial structures that have been precisely trimmed to the minimal forms carry an effect of flattening the photographic space. ● The robust color scheme, combined with the drastically truncated forms minimize the visual complexity - a result long-exposures and precise formal compositions have created to transform the world in front of the camera into a manifestation of color and forms. Perhaps the greatest strength of Ghanzi's work is its discrete choice of experience over analysis. According to Kant, "experience without theory is blind, but theory without experience is mere intellectual play." In other words, theory, or analysis, must be based in experience in order to provide artistic inspiration or discernment. Standing in front of Ghanzi's work, we witness a vision of an ocean we had never encountered before, and as such, it is a new experience. In a time when it has become difficult to understand most photography without in-depth explanations, Ghanzi's "Investigation of the Ocean" not only provides an original experience of a pure photographic vision, but is an eloquent introspection into the conflicts between afternoon and night, nature and man, and the "in-between" spaces existant within. ● Even now, time passes and transitions are taking place. ■ Suejin SHIN

Vol.20111019f | 간지展 / GHANZI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