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Landscape-생수병 속의 낯선 자연

김신혜展 / KIMSHINHYE / 金信惠 / painting   2011_1020 ▶︎ 2011_1106

김신혜_Landscape_장지에 채색_162×390cm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김신혜 블로그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1_1020_목요일_04:00pm

2011 한원미술관 하반기 신진작가 초대전

관람시간 / 10:00am~06:00pm

한원미술관 HANWON MUSEUM OF ART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49-12번지 Tel. +82.2.588.5642 www.미술관.org

환상의 시대, 우린 무얼 먹고 사는가 ● 상품을 통해 현대 소비문화를 그려 온 김신혜는 다양한 국내외의 음료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새롭게 선보인다. 거대한 물병과 그것에 그려진 상표에서부터 확장되는 드라마틱한 자연의 모습들은 상표에 그려진 그림이 마치 살아 나온 듯 화면을 넘나든다. 이렇듯 가상이 실재인 듯 가장한 화면의 연출은 작가가 출발하고 있는 상품과 현대 소비사회의 시작점이다.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말하는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초과실재들의 생산과 이 초과 실재된 이미지인 시뮬라크르의 삶을 분명하게 조형으로 완성시키고 있는 듯하다. ● 사실 보드리야르가 1970년 『소비의 사회: 그 신화의 구조』에서 팝 아트를 기술하면서 상품을 기호로 등치시키고 기호는 곧 교환가치이며 세계이며 곧 예술이라고 쓰고 있는데, 이는 상품=기호(교환가치)=세계라는 등식으로 성립된다. 그리고 그가 1981년 『시뮬라시옹』을 완성시킴으로써, 실재를 가장한 기호들이 무한 증식하는 "원본 없는 이미지"의 시뮬라시옹을 통한 시뮬라크르의 환상을 이론화 시키고 있다. 곧 상품은 세계이며 시뮬라크르이며 환상이라는 것이다.

김신혜_Landscape_부분

김신혜가 처음 상품을 통해 시뮬라크르의 삶을 이미지화 하면서 쓴 글에는 매화의 꽃을 본적도 그 향기를 맡아 본 적도 없는 우리는 붉은 매화가 그려진 음료의 그림을 친숙하게 이해하고 매화하면 의례히 이러한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쓰고 있다. 본적이 없으면서 체화(體化)된 이미지의 세계, 마치 이미지가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세계, 이 원본 없는 복제물들 속의 초과실재들 즉 시뮬라크르에 길들여져 자라온 작가를 포함한 포스트모던 시대를 향유한 현대 인류의 단면을 진지하게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 피지(FIJI)라는 큰 상표를 부착한 상품의 물병이 한 폭의 산수화 사이에서 우뚝 서 있거나 클라우디 베이(CLOUDY BAY)의 병은 아득한 산봉우리들 사이에 놓여 있는 이 풍경에서 고구려 벽화에서 볼 수 있는 왕과 신하의 위계를 표현하던 빅 보스(BIG BOSS)의 개념이 그대로 차용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작가가 처음부터 사용하던 이미지의 확대 방식이기도 하지만, 고전의 개념이었던 권력과 힘을 표현하던 빅 보스를 상품과 자연의 그리기에 대입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의 상품의 지위가 하나의 권력으로서의 군주와도 같은 힘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곧 실재보다 더 크게 압도적인 크기로 확장된 형태에서 상품의 지위와 힘을 명징하게 드러내고 또한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한 규모의 물건에서 숭고와도 같은 거대한 힘을 느끼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 상표이면서 자연으로 확장해 나가는 이 모순되고 거짓된 이야기들은 현대사회가 직면하고 경험하는 자연의 모습이기도 하다. 현재의 사회는 자연이고 이상사회라는 말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은 상품이 교묘하게 가장하고 있는 인공의 자연이고 아득하고 그리운 실재 자연의 향기와 향수를 담은 자연이며 또한 이는 우리가 꿈꾸는 이상사회를 가장한 자연인 것이다. 작가가 그린 피지물병에서 폭포가 쏟아지고 동양 산수의 지극한 극치의 이상계를 표현한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상품은 이상사회를 가장하고 그것을 먹고 마시고 가지면 그 멋진 세계와 실재의 유토피아를 경험할 수 있는 것처럼 유혹한다. 어쩌면 『시뮬라시옹』의 보드리야르, 『스펙타클 사회』의 드보르(G. Debord)가 말하는 상품사회 이론들이, 작가의 화면에서 완성되는 듯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거대한 상품의 스펙타클한 자연을 보여주면서 작가는 현대 소비사회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그 안에서의 길들여진 인공자연의 모호한 모습들을 뚜렷하게 증언하고 기록하고 있는 듯하다.

김신혜_강산추색 江山秋色_장지에 채색_162×390cm_2011

먹과 분채로 종이에 천천히 스며들고 음미된 화면에서 고향과 같은 실재의 삶과 자연을 향하는 그리움과 같은 노스텔지아가 배어나오고 있다. 그리고 화려하게 치장한 거대한 상품 이면에 가려진 소외된 자아의 심심한 표정이 번져 나온다. 이는 작가가 전작(前作)에서 보여주었던 이젠 인간의 동반자로 이해되는 강아지와 같은 애완동물의 그림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소비사회의 떠다니는 기호 속에서 따뜻한 인격체로서의 인간이 위안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애완동물들은 그 자체로 소외와 극복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며 존재인 것이다. 작가가 그 소외와 휴식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던 있지 않던 소비의 사회 이면에 존재하는 쓸쓸한 인간내면의 자아는 작품 곳곳에 숨겨져 있으며 이는 분명 치유하고 극복해야할 대상으로 존재한다.

김신혜_Mt. Azzurra, Ice Mountain_장지에 채색_각 162×130cm_2011
김신혜_Mt. Suntory, 석양산수 夕陽山水_장지에 채색_각 162×130cm_2011

드보르가 『스펙타클의 사회』에서 현실의 소비자는 환상의 소비자이며, 상품은 사실상 실재하는 환상이며, 스펙타클은 이런 환상의 보편적 표현물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풍부한 상품들이 되레 정서적 결핍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환상을 먹고 마시고 입는 스펙타클의 사회에서 존재하는 인간으로서의 소외와 결핍들은 상품사회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고독하고 쓸쓸한 감정인 것이다. 따라서 작가의 화면 속에서 마치 잔잔한 호수 그 밑바닥에서 조용하지만 웅혼하게 터져 나오는 아득한 실재와 자연, 인간과 휴식, 사랑과 소외와 같은 따뜻한 정서와 감성들이 간취된다. 이는 한국의 팝아트가 일본의 네오 팝에서 영향을 받고 출발하고 있지만, 일본이나 서구의 팝아트와는 다른 재료와 물성, 표현기법에서 오는 표면으로서의 팝뿐만 아니라 정신성으로서의 팝아트의 새로운 면모를 제시하고 미세한 감동을 동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팝아트가 일궈낸 성과이기도 하다. 작가가 근작에서 제시하는 두 개의 시선에서 상품 시대, 상품문화의 증언을 통한 우리 본질을 찾기 위한 하나의 반성과 물밀듯 들어오는 이국의 자연을 가장한 외제상품의 길들여짐에 관한 경계의 어조가 엿보인다. 작가 김신혜의 상표에 들어앉은 폭포가 그림인지 실재인지 환상인지 모호한 물병을 바라보면서 소비의 시대, 환상의 시대에 우린 진정 무얼 먹고 사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011.10) ■ 박옥생

김신혜_제주 청정 바다_장지에 채색_각 63.5×162cm_2011

생수병 속의 낯선 자연/산수 ● 나는 몇몇 음료수병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버리기에는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이다. 그것들이 일회용으로 사라지거나 버려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해서 나는 그 빈 병을 깨끗이 닦아 책장 틈 사이로 세워놓고 보고 있다. 그것은 순간 오브제미술이자 흥미로운 설치가 되었다. 오늘날 상품의 포장과 디자인은 가장 감각적이고 매혹적이라 거부하기 힘들다. 이른바 대량생산시스템속의 소비사회를 규정하는 '상품미학'은 동시대인의 감각과 감수성을 죄다 빨아들인다. 그래서 상품이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도 더 강력한 '아트'가 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의 광고와 상품디자인은 아방가르드적 감수성과 상업주의가 결합한 것이다. 예술의 산업화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산업의 예술화다. 산업은 부르주아예술이고, 기계는 부르주아의 작품이다. 그렇게 오늘날은 자본주의 자체가 '예술'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미술은 이제 그 자본적 감수성 아래 잠식되거나 그와 유사한 '디자인'이 되고 있다. ● 김신혜는 물병과 음료수병의 표면을 장식하고 있는 디자인에 주목했다. 아마도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광범위하게 소비하는 것이 바로 음료수일 것이다. 작가는 세계 각국의 생수와 음료수, 샴페인과 와인병 등을 수집했는데 그 병의 표면에 부착된 상표에는 공통적으로 자연이미지가 개입되어 있다. 실은 그 자연이미지가 흥미로워 수집한 것이다. 오늘날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연은 이런 식의 체험으로만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도시속에서, 상품속에서 관리되고 박제화, 소비화 된 자연이미지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과 폭포, 붉은 매화와 아네모네 등이 그려져 있는 병 등을 수집하고 이를 커다란 화면에 공들여 그렸다. 장지와 분채를 사용해, 전통적인 채색기법으로 병과 상표, 문자와 이미지 등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흡사 인쇄한 것처럼 깔끔하고 산뜻하게 그려진, 쓰여진 그림은 디자인과 회화 사이에서, 실제 로고와 디자인과 그로부터 파생한 전통산수 사이에 걸쳐있다. 결과물인 작가의 그림이 실제 병을 완벽하게 재현한 것은 아니다. 똑같이 그렸지만 부분적으로 틈이 벌어진다. 상표 안에 자리한 자연이미지가 병의 몸체에서 벗어나 밖으로 확산되거나 퍼져나가는 형국이다. 디자인과 로고 안에 갇힌, 박제된 자연이미지에 가생하거나 이를 풀어 헤쳐 전통산수화를 연상시키는 그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FIJI, Arizona Green Tea, Azzura, Jeju, Volvic, Evian, FUJI, 삼다수 등 한국, 중국, 대만, 일본, 캐나다 등지에서 생산된 생수, 와인, 샴페인 병의 로고 안에 깃든 여러 자연이미지를 수집해서 이를 정교하게 묘사하가고 그 안에 깃든 자연이미지는 전통산수화와 겹쳐놓았다. 그렇게 해서 에비앙산수, 볼빅산수, 제주청정바다산수, 아이스필드산수 등이 탄생했다. 그것은 기이한 산수화다. ● 많은 동양화 전공자들이 '동양화'라는 것을 그린다. 그런데 대부분 작가들에게 동양화란 것이 특정한 소재와 형식, 의미와 사유의 담론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인상이다. 따라서 그 그림은 동양화라고 이미 일정하게 전제되어 있는 것들을 습관적으로 그리고 이를 통해 '동양화'작업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동양화가'라는 알리바이를 차용하는 선에서만 정당성을 갖는 기이한 상황을 노정한다. 반면 김신혜는 동앙화를 그리려 하기보다는 '동양화적인 것'을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 관습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이전에 이미 일상에 광범위하게 스며들어있는 미술적인 것, 그리고 동양화 전통속에 각인된 의미망을 지닌 것들을 들춰본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천연수 에비앙과 볼빅의 팻병이나 샴페인, 여러 음료수에 통적으로 달라붙은 '자연', 이상향과 유토피아, 천연의 자연을 암시하는 산수화적인 이미지를 주목했고 차용했다. 동양의 이상향(산수)을 닮은 그 로고 역시 좋은 물, 이상적인 물을 상징하는 것인데 맥주, 와인, 생수 등 물과 관련된 제품의 로고에는 예외없이 자연/산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거기에 이미 '산수'가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김신혜_후지산_장지에 채색_162×130cm_2011

동시대 현대미술은 사물들을 다룬다. 뒤샹의 레디메이드나 앤디 워홀의 팝아트를 지나 사물 그 자체가 모든 것을 대체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회화에서도 그 사물의 표면을 애무하는 경향은 심화되어 간다. 극사실적인 회화나 팝 적인 그림들이 보여주는 패티시즘은 새삼스럽지 않다. 젊은 작가들은 자신이 욕망하는 상품, 사물들을 그린다. 소유한다. 결국 매력적이고 감각적인 사물의 유혹, 화려한 인공의 상품들의 표면이 지배적인 문화이자 미술의 문제가 되었다. 김신혜가 그린, 여백이 많은 화면에 단촐하게 올라와 있는 이 깜찍하고 빛나는 물건은 '상품미학'의 매력으로 충만하다. 그 사물을 똑같이 재현한다는 것은 일종의 소유의 욕망을 드러낸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오로지 사물과의 친연적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자본주의는 맹렬한 속도와 한계 없는 위력으로 사물을 욕망하게 한다. 그렇게 사물을 구매하고 수집하고 이를 편애하는 삶이 오늘날 우리들의 보편적 생활이다. 그에 비례해 놀라운 솜씨로 사물들을 정교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업들은 기계적인 이미지와 손으로 그려진 이미지 간의 구분을 모호하게 함과 동시에 사진이미지보다 더 사실적이고 실제적으로 그려내려는 욕망을 매달면서 전적으로 사물에 육박한 시선을 보여준다. 오로지 사물만을 독대하게 하고 그 사물의 피부에 들러붙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관념이 아니라 너무도 생생하게 실존하는 물질의 세계이자 몸으로 만나는 구체적 존재들이다. 그러한 인식은 물질적 풍요와 자본주의의 소비사회를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며 이에 익숙한 모든 이들이 갖는 보편적 세계 인식이자 사물관이다. 여기서 사물의 고유한 물리적 성질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실주의적 기법, 전략이 동반된다. 그래서 매혹적인 상품, 사물을 공들여 그리거나 그것들을 채집해 그리는 일, 소소하고 비근한 사물로 채워진 자신의 일상(공간)을 그리는 일이 보편화되고 있다. 그것은 사물로 이루어진, 너무나 많은 인공의 사물과 상품으로 둘러싸인 소비사회의 환경에 대한 시각적 반응 같기도 하다. 사물을 빌어 말을 하고 사물들로 하여금 말하게 하는 일이다. 자연 역시 그런 식으로 물신화되고 소비된다. 그런데 김신혜는 그 자연이미지에 전통적인 산수화를 얹혀놓았다. 자연에 대한 보편적인 욕망과 기호, 소비사회의 감수성 아래 변질된 자연관, 전통산수화의 영역을 각각 중층적으로 포개어놓고 그 둘의 분열적 세계상을 한 자리에 공존시켰다. 그것이 김신혜가 그려보이는 오늘날의 산수화다. ● 김신혜는 흥미롭게도 생수병과 와인, 음료수 병 안에 깃든 자연, 산수이미지를 보았고 그것의 의미를 새삼 헤아려보았다. 도시공간에서의 삶과 소비사회가 요구하는 욕망의 구조안에서 발견한 자연을 다시 재현하고 전통산수와 오버랩시켰다. 작가는 다양한 기호와 로고를 뒤바꾸어놓으면서 그 과정에 자신의 발랄한 개별성의 감성을 섞어놓는가 하면 '동양화적인 것'들의 자취를 찾아 여기에 신선한 피를 수혈해주고 있다. 산수화라고 하는 특정 장르나 스타일을 유지하거나 폐기하는 차원이 아니라 산수화의 현실 속에서 유통되고 있는 기존의 의미론적 영역을 흔들거나 슬쩍 해체하면서 다소 파격적이고 비현실적으로 확장 갱신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다시말해 산수화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부여하는 일이자 '전통산수화의 비현실'을 빌어 이 시대의 현실을 탐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 박영택

Vol.20111020e | 김신혜展 / KIMSHINHYE / 金信惠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