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ommon Day

박예신展 / PARKYESHIN / 朴禮伸 / printing   2011_1022 ▶︎ 2011_1101

박예신_Uncommon Day_석판화_60×9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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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022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0:00am~06:00pm

이브갤러리 EVE GALLERY 서울 강남구 삼성동 91-25번지 이브자리 코디센 빌딩 5층 Tel. +82.2.540.5695 www.evegallery.co.kr blog.naver.com/codisenss

박예신, 상징으로 빚은 내면의 기록 1. ● 작가 박예신의 작품(作品)엔 일상이 놓이고 심연의 풍경이 얹힌다. 소박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감성 아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선과 이미지, 주어와 서술어의 호흡, 색채와 공간의 병치 아래 진한 삶을 들여 놓는다.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까다롭게 이리저리 잴 필요가 없는 그의 그림은 겉멋만 잔뜩 들어 있는 그림들보다 조용하다 못해 담백하며, 다분히 안락하게 다가오는 여운을 지닌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을 보노라면 귓가에 대고 소곤소곤 읊조리듯 다가서는 나지막한 평안의 소리마저 느껴진다. 이것이 그의 근작을 대할 때의 매력이다. ●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배경은 대개 실내(室內)다. 작가에게 있어 실내는 작업실만큼이나 친숙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오감이 교차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삶의 터전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렇기에 실상에서 가까우며 자신을 비롯한 가족의 안식처가 되곤 하는 실내 정경은 어쩌면 가장 친숙한 소재이자 작가의 심적 언어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알고리즘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작가는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범주에서 이탈해 다양한 기의를 내포한 구성을 지향한다. 은유화하고 상징화하며 조형적으로 구성된 세계로 치환시켜 보다 밀도 있게, 그리고 보다 넓은 상상의 여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 일례로 화면 중요한 자리마다 놓인 소파나 의자는 화자의 마음을 대리하는 기호이자 현대인 모두에게 공통되는 초상을 지정한다. 커다랗게 배분한 공간은 이상(理想)을 지시하고 앉아있거나 혹은 무리지어 날아가는 작은 새들은 그 이상을 암시의 매개로 자리한다. 그것은 적확하게 말해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나와 당신의 에피소드들이다. 눈을 돌려 감지되는 많은 현상들, 살며 살아가며 느끼는 말 못할 삶의 흔적들인 셈이다. 물론 이는 박예신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이며 동시에 현실과 이상, 꿈과 희망, 아픔과 기쁨 등을 잔잔하게 아우르려는 작가적 양태를 대리한다. 마치 오래된 책장을 넘길 때 묻어나는 책 냄새,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며 젖는 회상이듯, 그의 작품들은 그렇게 나와 우리로 이어지는 인간 삶의 여정을 대신한다. ● 하지만 무엇보다 의미적일 수 있는 것은 삶의 가치란 누군가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작가의 주문 또는 독백이다. 그의 그림 속 다양한 상징체들(그중에서도 하얀 새는 작가의 분신처럼 작용한다.)은 사실 그것을 일러주는 조타(操舵)인데, 그 조타가 가리키는 곳에 존재하는 것은 자아에 관한 문제이며 미적 욕구와 맞닿아 있는 스스로의 진정성과 연계된 것이랄 수 있다. 그것이 우리의 공감을 자극하는 이유인 것이다. ● 일례로 색의중첩효과로 검은 바탕처럼 보이는 배경에 네 개의 소파를 그린 작품은 그의 평범하지만 흔하지 않은 하루, 또는 생활을 자신만의 일상으로 우리들을 인도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어두운 색감이 공기를 적시는 가운데 밝은 소파들은 안락함을 제시하고 이것들은 상호적인 공간, 하나의 시간 아래 현실을 읊는다. 검은빛의 바탕은 다분히 외롭다는 인상을 심어주지만 반대로 소파 특유의 온기는 되레 대조성을 극명시켜 냉기를 순화되도록 하고, 외로워 보이는 하얀 새 한 마리는 미지(未知)의 밝은 세상을 향한 비상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여운들은 전지를 두 장 이어 붙인 작품(의자 두 개가 나란히 놓인 작품)이나, 긴 소파 세 개가 나란히 앉혀진 회색 빛 작품에서도 고르게 나타난다. ● 이 모든 장치들은 결국 상황과 마음, 고정적 관념의 탈피를 두려워하는 스스로의 자아에 매스를 가하려는 의도가 내재된 기표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투영한 모습의 하얀 새는 박예신 작품을 이해하는 가장 효율적인 단초이며 그의 그림들을 구축하는 대표적인 기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 하얀 새들이 작가의 심리를 대변하고, 그림 속 내레이션을 읽을 수 있는 효과적인 매개인 것도 사실이다.

박예신_Uncommon Day_석판화_60×90cm_2011
박예신_Uncommon Day_석판화_60×90cm_2011
박예신_Uncommon Day_석판화_60×90cm_2011

2. ● 작가 박예신 작품의 조형적 특징은 우선 감성을 원천으로 하면서도 자신만의 마음에서 형성되는 영감들을 귀납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에 있다. 그는 이를 자신의 작품을 구성하는 시각적 소스인 소파, 새장 등의 사물들을 일종의 양의 공간으로 상정하고 그 주변부를 감싸고도는 배경을 음의 공간으로 구분시키는 과감한 도식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작가는 구상성을 바탕으로 한 구성주의적인 형태를 갖되 치밀하기보단 다소 여유롭게 풀어헤쳐나감을 통해 고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비정형적인 구도, 넓은 여백, 단순한 묘사, 상황과 감정에 따른 색감의 적절한 변화가 하나의 화면에서 합일(合一)화 되고, 여기에 형상의 부분들이 맺는 관계들을 은유적으로 산출시킴으로써 심리적 특질을 이입(移入)시키는 세련미를 구사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작가가 일상으로부터 받은 영감이 조형적으로 재해석 되어 변별력을 부여하는 구실을 한다 ● 또 하나의 특징은 삶의 한 속성이기도 한 '삶과 존재', '현실과 이상', '드러남과 감춰짐', '읽히는 것과 보이는 것'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 표현매체에 대한 특성, 즉 평면성에 맞춤으로써 화면과 화합하도록 구현한다는 것에 있다. 물성이 가득한 오브제가 눈에 띄지 않는 이유, 텅빈 듯 여백이 가득한 석판화를 고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으로 박예신은 시각과 공감을 통해 지각(知覺)된 관계들을 정서적·지적으로 합성하며 작품의 일단락을 완성한다. ● 이러한 형식을 거쳐 박예신의 작품에는 새로운 실재가 들어서고, 그 실재에 의해 질서를 부여 받은 실상이 새로운 실재로 다시 태어난다. 이는 그의 작품을 구분하는 또 다른 차별적 요소로 아쉬움이 없는데, 참고로 그가 화면에 담아 낸 실재는 대략 두 가지로 축약된다. 하나는 감각에 의해 파악되는 물리적 실재(시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미지로서의 실재)이고 다른 하나는 이 그림에 구현된 작가로서의 정서, 예를 들면, 색채에서 인지할 수 있는 강렬함 등이 내적 자율성에 의해 구동되는 정신적 실재이다. 박예신은 바로 이 두 가지 실재 모두를 하나의 화면 속에 고스란히 담아냄으로써 독창성을 유효 화하려 한다. ● 이밖에도 전반적으로 차분한 인상을 주는 주체적 사물과 거세게 휘고 도는 선의 율동이 대기와 맞물려 화면을 가득 메우거나 명도의 차이만을 이용한 사물의 구분은 은유의 순화를 가중시키는 요소라는 점에서 흥미로움을 유발한다. 특히 강렬한 색채대신 부드럽고 온화한 톤을 구사함으로서 관람자로 하여금 은은한 여운을 전달시키는 그의 작품들은 상징적인 사물들과 공간의 조화로운 조응으로 인해 특유의 평안함을 생성시킨다. 이것은 이미 2009년 이전부터 엿볼 수 있었던 특징이며 다만 근래 작업에 이르러 보다 원숙해졌다는 차이가 있다.

박예신_Uncommon Day_석판화_68×91cm_2011
박예신_Uncommon Day_석판화_148×97.5cm_2011

3. ● 박예신의 그림에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이 녹아 있다. 삶과 살아감에 관한 고민, 자신에 대한 객관적 시각의 불투명성에 대한 의미심장한 기록 등이 배어 있다. 물론 구체적으로 이는 정체성을 확인하는 나날의 채록이자 매일 매 시간 깨트리기 어려운 자아성에 대한 두려움을 대신하는 대리물, 또한 시공간에 대한 초월성을 내재한 스스로를 조각하는 것들이다. 또한 그것들은 그 자체만으로 자신의 마음과 풍경의 관계를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며, 근경과 원경의 무구별, 어디에서도 우위에 서지 않는 다분히 평면적이면서 동시에 무의식적인 배경이나 의자와 새, 전등, 사다리 등의 여러 사물들을 통해 지정되는 지시어이기도 하다. ● 오늘날 작가는 여러 상징을 통해 작화하되 하나하나의 사건에 관한 편리나 형상에 대한 답습이 아닌, 추상하는 공간해체의 장으로서의 삶의 풍경을 기술한다. 이것은 표현적으로 볼 때 우리 현대인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정신풍경, 즉 심연의 풍경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마치 무엇을 찾는 것도 아니고 보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떠올라 눈을 감지 못하는 많은 시간들, 다락방에 켜켜이 쌓인 오랜 세월의 흔적처럼 가슴에는 전달할 수 없는 애틋함이 있고 그 애틋함이 다시 희망의 갈구라는 메시지로 귀결되는 것과 같다. 작가는 이를 작거나 큰 화면에 공기처럼 빨아들이고 다시 밖으로 내뿜는다. 느낌의 감성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있다. 박예신의 작품에는 이처럼 다분히 인간적인 내면의 풍경이 숨어있다. 그리고 종국에는 무언가에 대한 변화와 탈바꿈이라는 거친 숨결이 뿜어져 나와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 ● 한편 근작에 있어 눈에 띄는 건 과거에 비해 단순히 공간의 규정성이나 개개의 사물에 대한 형태 따위가 아닌, 구도나 구성 등 물체와 물체의 상호관계에 의하여 이루어진 형상을 포함한 색채나 명암 등 일체의 조형요소를 포함하는 조형성이 더욱 밀도 있어졌다는 사실이다. 무의식적 통합과 그에 따른 감각의 운용이 서정으로, 경건함으로 전이되는 현상이 예전 작품 보다 훨씬 길고 깊어졌다는 것이다. ■ 홍경한

Vol.20111022c | 박예신展 / PARKYESHIN / 朴禮伸 / 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