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숲

조재임展 / CHOJEAIM / 曺載任 / mixed media   2011_1025 ▶︎ 2011_1106

조재임_바람, 숲_혼합재료_56×7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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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025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 10:30am~09:00pm

롯데갤러리 부산본점 LOTTE GALLERY BUSAN STORE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2동 503-15번지 롯데백화점 6층 Tel. +82.51.810.2328 www.lotteshopping.com

'바람 숲'-아우라의 풍경 ● 발터 벤야민은 그의 유명한 논문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미술의 전사(全史)를 관통하는 예리한 관찰과 예지적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도 지금 떠올릴 수 있는 논의가 바로 미술사를 통 털어 작품의 가치가 확연하게 바뀌는 시기를 명료하게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일정 시기에 미술 작품은 사회적으로 경배되는 '제의가치'로 있다가 어느 시긴가에 '감상가치'로 전도된다는 것. 그것은 아마도 18세기에 어떤 계기로 시작해 19세기부터 관습화된 미술사적인 변화일 것이다.

조재임_바람, 숲

'감상가치'라는 것이 모더니즘 이후의 미술을 이해하고 설명하는데 매우 중요하고 유용한 도구가 되었지만 우리가 쉽게 오류를 범하는 함정이 되어 있기도 하다. 간단하게 말해 오늘날의 모든 미술작품은 이미 '감상가치 시대'의 것이니 어느 것도 경배해야 할 가치가 없다는 극단적 판단이다. 이를테면 16세기 초 피렌체 출신의 화가가 그린 '라 조콘다'를 감나무 판자위에 그린 물감 얼룩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는 것을 우리는 '모나리자'로 경배한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것이 특정 종교의 표상체가 아니라 하더라도 모나리자의 아우라는 수세기를 관통하는 어쩌면 '감동'의 본질을 시사하는 상징 아이콘이다. 물론 오늘날의 미술의 구조나 감상효과가 아우라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중요한 맥락을 이룬다.

조재임_바람, 숲_혼합재료, 설치_225×145×10cm

필자가 지금 보고 있는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 뜻 그대로의 아우라에 접근하는 작업들이다. 동양에서 기(氣)에 어울릴 만한 정서이며 동양화론에서 조차 기운(氣運)으로 다룬다. 조재임은 이런 자신의 작업에 너무나 직설적인 제목을 붙였다. '바람 숲'은 어쩌면 그가 이루어낸 이미지에 대해 순수한 감성적 차원에서 좌충우돌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처럼 여겨진다. 정말 숲에서 바람한번 맞아보는 생생한 감각을 '바람 숲'이라는 전제가 가로막았다. 그런데 제목 '바람 숲'은 너무나 적절하다. 어떤 것은 정말이지 밤바람이 이는 숲의 정취를 자아낸다. 별이 쏟아지는가 하면 낙엽이 으스러진다. 조재임의 이미지가 어떤 경배나 알레고리적인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작업 과정은 어떤 정서로 연상해 내는데 적합한 상태를 연출한다. 부족하지도 넘쳐나지도 않는 상황을 감각적으로 계산해낸다. '바람 숲' 5나 6, 7에서는 스산하기까지 하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자연의 생성하는 기운' 이라든지 '하늘 호수'같은 말로 표현했다. 너무나 상투적이고 관념적으로 들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작업 속에는 그런 아우라가 충만했다.

조재임_바람, 숲_혼합재료_35×35cm×17
조재임_바람, 숲_혼합재료_111×57cm

동양화를 전공한 중견 작가는 필법을 중시하는 전통화법을 버렸다. 하지만 변절은 아니다. 패널에 묶인 장지며 분채, 석채 따위의 동양화 매체는 단지 캔버스나 아크릴물감을 대체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얇은 종이로 일일이 오려붙인 나뭇잎에 은사나 금사로 바느질한 만다라형태와 비오듯 쏟아지는 실밥들의 궤적은 단순히 스킬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이미 몸에 밴 습속으로서의 매체 다루기는 너무나 자유롭게 이미지를 자아낸다.

조재임_바람, 숲_혼합재료_45×45cm
조재임展_롯데갤러리 부산본점_2011

가끔 어떤 그림에서 필자는 숲이 우거진 들판에 누워 10월 어느 날 밤하늘을 목격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종이와 안료, 그리고 은사, 금사의 바늘 궤적 같은 것이 만들어낸 아우라라면 어떤 면에서 공리적 성공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녀의 '바람 숲'이 다양한 변주를 연출하는 화이트큐브는 말 그대로 바람이 이는 숲이기도, 가을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시선의 장소이기도 할 것이다. 이른바 '바람 숲'은 바로 아우라의 풍경이다. ■ 김영준

Vol.20111025k | 조재임展 / CHOJEAIM / 曺載任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