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서재

The Library of Artists展   2011_0929 ▶︎ 2011_1113 / 백화점 휴무시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서유라_안윤모_임수식_최은경

후원/협찬/주최/기획 / 롯데갤러리 본점

관람시간 / 10:30am~08:00pm / 백화점 휴무시 휴관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에비뉴엘 LOTTE DEPARTMENT STORE AVENUEL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130번지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B1~4층 Tel. +82.2.726.4428 www.lotteshopping.com/depart/branch/gallery/main.jsp?branch_cd=001

"독서할 때 당신은 항상 가장 좋은 친구와 함께 있다." "Live always in the best company when you read." (시드니 스미스(영국, 수필가)) ● 더위에 머리가 멍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천재나 둔재나 마찬가지다. 하긴, 요즘처럼 냉난방이 갖춰진 시대에 과연 책 읽기의 때가 있으랴마는 한여름 내리쬐는 태양에는 그 시원한 에어콘 바람에도 축 늘어진 마음에 생기가 돌지 않는 까닭이리라. 바야흐로 서늘한 바람이 제법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계절이 왔다. 드디어 가을이 도래하였으니, 천재시인의 머리에서도 떠오르지 않던 '사색'이 예까지 임하지 않을 까. ● 책읽기는 대놓고 남의 앎을 훔치는 것이라던가. 남의 지식이 나의 지식이 되는 과정은 마치 그림을 그리며, 주물을 뜨며, 사진을 찍으며 남을 나의 모습으로 가두는 '예술'의 모습과 닮아 있다. 마음껏 지식을 가져가라는 책을 들추고 뒤적이며 사람들은 지식과 경험을 슬쩍한다. 책을 통해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사람을 만나고, 전혀 다른 삶을 배우며 넓고 깊은 세상을 알아간다. ● 본점 명품관 AVENUEL 전 층에서 소개될 본 전시는 '남의 앎을 두 눈으로 삼킬 때의 짜릿하고 벅찬 쾌감'을 예술로 구현하고 있는 네 명의 작가의 작품 23점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서유라, 안윤모, 임수식, 최은경의 작품은 모두 '책'이라는 공통된 소재로 작업하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책을 설명한다.

최은경_The Forbidden_스틸_각 100×60×30cm

에비뉴엘 1층에 설치된 거대한 책 여덟 권은 최은경 작가의 작품 「The Forbidden」이다. 작가는 지속적으로 인간의 '죄'와 '정직', 인류의 근원 '어머니' 등에 대해 주목해왔다. 그리고 그 소재를 책을 통해 풀어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인류의 중요한 유산이자, 미덕인 책에 주목한 작가는 인류가 가지고 있는 책에 대한 맹목적인 열망을 비튼다. 그렇게 많은 책들이 나도는 이 세상은 책 속 내용처럼 제대로 굴러가는 가. 책을 읽으며, 또 읽자고 소리치는 지식인들은 책처럼 삶을 살아가는 가. 책이 잘못된 것일까, 읽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을 까. 작가는 "책에 대한 사람들의 기존 인식들을 바꾸고 싶다. 이는 곧 세상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단단한 인식들을 뒤집어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결국 작가 최은경의 작업은 책이 아니라 사람에 관한 것이다.

임수식_책가도005_한지에 바느질, 피그먼트 프린트_120×106cm_2008
임수식_책가도018_한지에 바느질, 피그먼트 프린트_60×43cm_2008 임수식_책가도098_한지에 바느질, 피그먼트 프린트_60×41cm_2010

에비뉴엘 2층에 전시되는 임수식 작가는 자신의 서재뿐만 아니라 학자(건축가 김대균, 북디자이너 정병규, 사진가 홍순태 등)의 책장을 찍는다. 촬영을 하고 나면, 이미지를 선별한 후 텍스트를 모두 지우고 촬영한 서가들 중에서 선별하여 책이 오브제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도록 설정한다. 한편 작가는 두 가지 방식을 고수하며 작업을 지속하는데, 하나는 손수 바느질을 하여 책장의 조각들을 기워나가는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서재의 주인과 책장을 매칭시킬 수 있도록 다큐멘터리적 맥락을 고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 주인의 손때와 세월, 수집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장은 주인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내 지식을 탐하는 인간이라면, 마치 쇼윈도를 바라볼 때 동하는 소유욕과 제반 다르지 않음을 각성시킨다.

안윤모_보름달과 책을 든 부엉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33cm_2009
안윤모_튜리파와 책을 든 부엉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10

에비뉴엘 3층에 전시되는 안윤모 작가는 보다 단순하며 명쾌하다. 그가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관람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인데, 의도적으로 가벼운 시각에서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해 동물을 의인화한 우화적 장치를 설정한다. 커피와 독서, 자신의 띠인 호랑이와 부엉이를 사랑하는 아주 일반적인 취향은 달밤, 숲의 침묵 속에 책을 들고 등장하는 부엉이나, 커피를 마시며 테이블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호랑이들을 만들어냈다. 일제히 화면 밖 관람자를 응시하는 무표정한 호랑이들은 관람자가 옆 테이블에 앉기만 하면, 바로 등을 돌리고 다시 왁자지껄 수다를 떨어댈 바로 그 순간이다.

서유라_여자생활백서_캔버스에 유채_45.5×45.5cm_2010
서유라_Best Sellers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09

마지막으로 에비뉴엘 4층에서는 역시 한결같이 책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서유라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서유라는 책장, 책이 마구잡이로 뒤죽박죽 쌓여있거나 상하좌우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을 그렸다. 마치 읽다가 던져둔 듯한 책들은 펼쳐지거나 접힌 상태로 드러나고 책 등에는 제목이 적혀있다. 유사한 내용의 책들이 제목에 따라 같은 공간에 모여있다. 분류와 체계, 질서가 작동하지만 정작 그 책들은 혼돈 속에 버려져 있다. 책이란 지식, 역사와 경험, 기억의 총체들이다. 무수한 사상과 사유들이 혼재한 체 방치된 형국이기도 하고 저 마다 다른 생각과 의견의 갈등과 충돌을 떠올려주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이 습득한 지식의 책을 장정이나 제목을 재가공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붓질을 배제한 체 반짝거리는 화면은 이 재가공한 화면이 순간 사실이라고 믿게 만든다. 파편화된 이미지이며 별개의 책에 존재하는 그들은 작가의 의도에 의해 조합되고 정연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또한 보는 이들을 은밀히 책의 내용을 상상하게 하거나 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편이다. 한편으로는 그 모든 생각과 기억의 덧없음도 은연 중 중얼거린다. ■ 롯데갤러리

* 박영택, 정물화-시대의 자화상, 동시대 정물화를 보다. 2009.01 발췌 * 본 전시는 본관 12층 갤러리전시와 별도로 진행되는 에비뉴엘 명품관 전관 설치 전시입니다.

Vol.20111029b | 예술가의 서재 The Library of Artists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