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다망 工事多望 公私多忙

최제헌展 / CHOIJEHUN / 崔制憲 / installation   2011_1026 ▶︎ 2011_1118 / 일요일 휴관

최제헌_공사다망_가변크기_혼합재료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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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026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대안공간 충정각 ALTERNATIVE SPACE CHUNGJEONGGAK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360-22번지 Tel. +82.2.363.2093 www.chungjeonggak.com

충정각에서 공사다망_ 工 장인 공. 事 일 사. 多 많을 다. 望 바랄 망. 충정각이 있고, 레스토랑이 충정각 안에 있다. 또 그 안에 공간이 있다. 그림이 걸리고 조형물이 놓이며, 예술이 어우러지는 자리가 그것이다. 그 자체로 서울에서 낯선, 도심에서 낯선 충정각이다. 세워진 이래로 내내 고이 쌓아온 시간의 여유를 뿜어내는 공간이다. 이것도 받아내고 저것도 받아내고 있는 듯 보인다. 레스토랑의 밥수다도 사람수다도 다 받아내고, 갤러리로서 매번 갈아입는 옷들도 소화해내고 있다. 공사가 다망한 이 곳이다. 충정각에서 공사다망하다. (2011.10.26~11.18) ■ 최제헌

최제헌_공사다망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1

일상에 침투하여 일상을 재조직하는 최제헌의 오브제들 ● 최제헌의 작품은 예기치 않게 존재한다. 일상의 공간에서, 혹은 전시장에서 뜬금없는 포지션으로 존재하는 그의 작품에서 얻어지는 엉뚱한 감흥은 대체로 두가지 요소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하나는 그가 다른 작가들이 미술의 제재로 별로 다루지 않는, 쓰레기를 방불케 하는 건축용 자재 혹은 포장재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인데, 눈에 익은 그 재료들을 거의 날것으로 내놓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것 같은 생경함을 준다는 사실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다른 하나의 요소는 작가가 작품을 구현하는데 있어 장소로 삼는 지점들의 비주목성이다. 여러 작가들과 함께 하는 전시에서 그는 장소를 가지고 다투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그의 작품이 놓이는 자리는 발걸음을 멈추게 할 별다른 특징이 없는 평범한 일상의 장소이거나, 화이트 큐브의 전시장이라 하더라도 전시장 내의 기피 지점들, 예컨대 문 옆, 창문 앞, 기둥 뒤, 라디에이터 근처를 선택하는 것이다. ● 한마디로 그는 별 것 아닌 재료들을 가지고 별 것 아닌 장소에서 작품을 한다. 그가 다루고 있는 재료들은 대체로 친숙하다 못해 허접스러운 것들인데 그것들을 조합하여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어떤 장소에 둔다. 어떤 장소에 잠시 놓여졌다가 작가의 작업실 구석으로 사라지거나 해체될 운명의 이것들은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잠시 멈칫, 그 광경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작은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그의 오브제들, 혹은 테이프를 이용한 일시적 드로잉들이 가지고 있는 명랑함 때문이다.

최제헌_공사다망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1
최제헌_공사다망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1

그가 선택하는 재료들의 색채지향성이 일차적으로 이러한 밝은 감흥에 기여하는데, 늘 어디에선가 보았던 재료들의 의외로 생생한 색감은 최제헌의 선택에 의해, 단지 선택에 의해, 미적인 어떤 것으로 변한다. 포장마차의 주황색 덮개, 빨강 플라스틱 호스, 파랑색 비계는 원래 저 물건들이 저런 색이었나 싶을 정도로 강렬한 미감을 드러낸다. 그런데 이러한 색감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작품들이 위치하는 총체적 의미의 '모양새'이다. 대체로 그의 작품들은 뭔가를 흉내 내고 있다. 바위들이 줄지어 서 있는 사이에 바위인 척, 거리의 쓰레기통 근처에서 쓰레기 더미인 척, 가옥의 계단의 한 구석에, 공중전화 부스의 옆에 원래 있었던 양 능청스럽게 서 있는 이 작품들은, 옆 사람의 제스쳐를 흉내 내다가 정면으로 바라보면 흉내 내기를 뚝 그치고 다시 시선이 사라지면 계속 흉내를 내는 장난꾸러기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제헌_공사다망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1
최제헌_공사다망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1

실제로 그가 작업에 돌입하기 전 동기화 하는 방식은 작업이 놓여질 풍경을 찾고 그 풍경에서 발견된 어떤 것을 암시하는 형태를 고안하는 것이다. 그가 흉내내는 대상은 그의 재료들 만큼이나 주목성이 없는 것들로, 그의 작품이 아니면 다시 바라볼 일 없는 풍경 속에서 발에 채이는 그 무엇들이다. 그런데 발에 채이는 사물들 사이에 놓여 있는 최제헌의 오브제들은 알 수 없는 형태적 완결성 때문에 쉽게 발로 찰 수도 갖다 버릴 수도 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결국 그의 오브제들은, 그것이 왜 이 자리에 놓여져 있는가를 생각하도록, 그것이 놓여있는 풍경 전체를 다시 바라보고 공간과 작품 사이의 인과관계를 떠올려보도록 만드는데, 이것의 최제헌 작품의 독특한 지점이다. 울긋불긋한 꽃무늬의 울퉁불퉁한 오브제는 초록색 쓰레기통을 다시 보게 만들고, 그것이 비슷한 모양의 바위 옆에 서 있으면 바위의 모양새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빛이 들어오는 창 앞에 있는 그의 작품은 창문의 모양과 그 밖의 풍경을 보게 만들고, 전시장의 에어컨과 라디에이터를 다시 보게 한다.

최제헌_공사다망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1

그가 만들어낸 이상한 물건들은 인간이 풍경과 맺고 있는 관계를, 또한 인간이 예술과 맺고 있는 관계를 재조직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오브제들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시켜 소비될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상품으로서의 작품) 형태를 띠고 있지 않고, 그와 같은 유의 작품들이 흔히 가지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도 않으며, 그것이 놓인 풍경과 대립하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풍경 모두를 포용하겠다는 장악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유용하지 않으면서도 유용한 것들 사이에서 유용한 체하거나, 그닥 장식적이지 않으면서도 장식물인 체하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그것이 놓여있는 풍경을 재구성하여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의 의미를 생산해낸다. 조각으로 보자면 조각도 아닌 것 같고, 풍경으로 보자면 풍경도 아닌 것 같고, 건축적 인테리어인가 하고 보면 그것도 아닌 최제헌의 엉뚱한 오브제들은, 풍경이나 건축물 속에서 예술작품이 존재해 왔던 방식을 따라하며(예술작품인 척하며) 동시에 그 방식을 벗어나고 있다(예술작품이 아닌 척 하고 있다). 풍경과 비풍경, 조각과 비조각이 만들어내는 일상과 비일상의 어떤 것, 그것이 최제헌의 작품에서 누릴 수 있는 재미의 영역이다. ■ 이윤희

Vol.20111029h | 최제헌展 / CHOIJEHUN / 崔制憲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