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울림

박형근展 / PARKHYUNGGEUN / 朴炯根 / photography   2011_1103 ▶︎ 2011_1127 / 월요일 휴관

박형근_Forbidden forest-2_C프린트_150×190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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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103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잔다리 GALLERY ZANDARI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0-12번지 Tel. +82.2.323.4155 www.zandari.com

암흑의 순환고리로 회귀하다 ● 억겁의 시간이 흐르는 바다에서 중생은 그저 찰나의 시간을 살다 갈 뿐이다.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영원을 짐작하려 한다. 물론 그것은 알량한 경험 몇 푼 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어쩌면 깊은 염원이 담겨 있는 그 눈 속에 이미 영원이 존재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 미약한 마음 속에 삼라만상을 관통하는 우주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박형근_Forbidden forest-8_C프린트_150×190cm_2011

박형근의 사진이 드러내는 그 영성의 세계를 목도하면 마치 실체를 알 수 없는 우주의 표면 한 자락이 스쳐 지나간 흔적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익히 알려진 박형근의 「Tenseless and a voyage」(2003~2011) 연작은 미스틱한 분위기를 내뿜는 풍경들을 통해 인식과 감각이 교차하는 묘한 지점을 잡아내는 작업이었다. 상당한 시간 동안 지속했던 이 작업은 불편하면서도 익숙하고, 목가적이면서도 기묘하며, 불안하면서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몽환적 풍경의 성질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는 대상의 본성을 드러내기 위해 현장에 연출을 가미하거나 색감을 보정하는 등 약간의 제어행위를 시도했었다. 그렇게 완성된 풍경은 지극히 서정적인 형식미를 갖추면서도 잠자던 내면의 감각들을 일깨우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 개인전에서 박형근은 밤의 해안선을 대상으로 한 「경계에서」연작과 함께 「무제-레이어」와 「금단의 숲」 등의 미발표 연작들을 선보였다. 새롭게 발표되는 작품들은 전작들에서 보여졌던 최소한의 개입마저 절제시킨 성격의 것들로서 박형근의 미학의 본질적인 지점과 관계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는 새로운 작품들을 통해 스스로 인식 너머의 이미지를 찾아 헤매게 만든 근본적인 동인에 대한 사유의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박형근_On the edge-1.3.4.5.7_C프린트_207×120cm_2010

「무제-레이어」 연작은 통상 육지에서 바다를 바라보게 되는 시선의 보편적 방향성을 역전, 바다의 위치에서 바라본 절벽을 포착한 사진들이다. 영국 남부의 이스트본(Eastbourne)과 동부 노포크(Norfolk) 지역 해안의 절벽과 해안선을 촬영한 사진들은 장구한 시간의 흔적으로 형성된 지층의 재질감을 뿜어내고 있다. 영원히 고정되어있는 것만 같은 대지가 움직였다는 사실의 증거이기도 한 이 회백색의 지층은 극적이면서 웅장하고, 섬세하면서도 거대하다. 여기서 과거와 미래 사이에 위치한 현재의 시간성은 와해되고 그저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의 중첩의 흔적만이 눈 앞에 펼쳐진다. 과학과 이성으로 접근하기에 대상은 너무도 깊다. 절벽의 굴곡진 면은 화산활동의 잔재이고, 짙푸른 초록의 켜는 퇴적된 플랑크톤의 집적이라는 지식은 여기서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시선은 절벽의 배면으로 무한히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의 초월적 시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모든 감성과 인식은 그 보이지 않는 공간 속으로 함몰되어 버리는 것이다.

박형근_Untitled, layers-3_C프린트_107×135cm_2007
박형근_Untitled, layers-5_C프린트_107×135cm_2005

그가 포착하는 장소들이 내뿜는 영적 분위기는 기실 그의 '신체적' 작업 언어에서 기인한다. 그는 학습으로 취득되는 지식을 기반으로 시선을 던지며 대상에 접근해 들어가지 않는다. 어차피 그가 선택한 거대한 대상을 시선으로 담아내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스스로도 이 대상에 개입할 수 있는 시선을 찾지 못했다고도 말한다.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풍경이 자신의 시선을 흡수했다고 말한다. 결국 그는 그 무한의 대상에 대해 정직한 몸의 언어로 말을 걸었다. 자신의 신체가 지시하는 투명한 본능으로 추적해 나갔다. 이것이 그의 사진이 획득한 비물질성의 물적 설득력을 이루게 한다. ● 박형근은 이 백색의 흔적들로부터 아득히 먼 곳에 떨어져 있는 대상으로 「금단의 숲」 연작을 같이 선보였다. 문화와 고금을 막론하고 숲은 인간의 지각능력을 마비시키는 미지의 세계다. 삼가함을 뜻하는 한자, '禁'자의 형성원리가 잇닿아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제주도의 어느 한편에 존재하고 있는 이 숲은 본래 수시로 발생하는 화재에 대한 주민들의 대응으로서, 화기(火氣)를 다스리기 위해 수의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방책으로 조성된 것이었단다. 사실 이것은 민간신앙이라는 문화적 규정을 넘어 제한된 존재로서의 인간이 직면한 초월적 힘에 대응하는 보편적 방법론이었던 것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이러한 세계관의 틀이 붕괴된 이후 이 숲은 4.3사건의 아픔의 과정을 겪었고 개발의 환상으로 열광하는 인간들에 의한 방치의 시간도 겪었으며, 자연 보호의 명목으로 보존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다시 생태와 웰빙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관심과 주목의 대상으로 존재해왔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지나며 그 존재에 덧씌워진 가치는 변화해왔으되 그 자신의 본질은 '스스로 그러하게' 존재해 온 항상성의 완전체였던 것이다. ● 이 '금단의 숲'도 '회백색의 지층'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선형적 구조에서 이탈해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가 갈기갈기 엉켜져 있는 곳이다. 이 숲은 사람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을 기세로 단단하게 닫혀져 있다. 그 안에 어떤 대상이 있겠지만, 사실 그 대상은 없다. 그것은 무한의 늪이다. 그의 숲을 목도할 때 동원되는 감각은 시각에 국한되지 않는다.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진녹색의 표면 위로 은은히 새어나오는 빛, 뒤엉킨 수풀 사이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음, 모든 것이 내려 앉은 검은 흙의 표면에 배어 있는 음습한 물기, 이 모든 것들을 신체는 공감각적으로 감지한다.

박형근_Untitled, Layers-1_C프린트_120×150cm_2005

이 금단의 땅은 한눈에 보기에도 섣부른 접근을 허락할 것 같지 않다. 작업의 대상으로 결정했으나 처음엔 도저히 작업의 방향을 잡지 못했었다고 작가는 토로했다. 결국 그는 사진을 찍겠다는 욕심 자체를 버렸다. 그 투명한 화해의 과정 후에 비로소 숲은 그 은은한 질감을 허락했다. 이 작업 또한 연출이 전무하고 컬러도 있는 그대로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 작업들과의 시선의 층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그는 대상이 가진 완전체로서의 느낌을 구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상정하고 여하한 미시적 요소들을 배제한 채 전체를 조망하고자 노력했다. ● 지층과 숲이 가진 초월적 시공의 느낌은 비로소 「경계에서」 연작에서 정리된다. 칠흑 같은 검은 빛이 수만겹 중첩된 하늘은 화산석들이 조밀하게 모여있는 해안선과 맞닿아 있다. 한때 시뻘건 불덩어리는 내뿜으며 우주를 향해 사자후를 토하던 이 검은 대지는 이제 극한의 고요함으로 무한의 우주와 맞닿아 있다. 다섯 점이 나란히 배치되어 수평으로 이어지는 지평선을 보면 우리가 발딛고 서 있는 행성이 무한한 우주의 어느 한 점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대지는 물질이고 우주는 관념이다. 박형근이 말한 경계는 이렇게 공존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두 세계가 맞닿아 있는 지점일 수도 있겠다. ● 박형근의 작업은 자신의 프레임으로 포착한 대상을 사진으로 재현하여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각자의 세계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준다. 적지 않은 밀도의 요소들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품을 수 있는 빈 공간으로 수렴되는 것이다. 그의 시선을 통해 찰나를 사는 존재론적 한계를 초월하여 무한한 시공간으로의 확장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 그의 작업은 이성과 개념을 넘어 눈과 몸이 찾아낸 풍경들이다. 그는 즉시적이고 직관적인 움직임으로 대상에 다가간다. 그의 사진들은 당대의 담론이나 이슈들로부터 비껴서 빈 공간을 유영한다. 그 보이지 않는 공간을 찾아내기 위해 그는 선험을 제거하고 투명하고 예민한 촉수를 견수(堅守)한다. ● 예술의 미덕은 눈에 보이는 것을 확인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논리를 초월한 비논리의 세계, 시각을 초월한 비가시의 세계, 관념을 초월환 무의식의 세계를 열어주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길을 찾아주기보다 심연의 미로 속으로 밀어 넣어 길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그 지난한 배회의 과정을 지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세계와 조우할 수 있음을 박형근의 사진들은 암시하고 있다. ■ 고원석

Return to a Cycle of Darkness ● In the ocean of eternity, humans live only for a short period of time. Although we cannot figure out when it starts and ends, we try to guess eternity. Of course, it is utterly impossible to do so with a trivial amount of experience. However, eternity may already exist in the eager, longing eyes. The universe governing all things and phenomena may be hidden in the feeble mind. ● When you see the spiritual world that is revealed in photographs of Hyunggeun Park, you will feel that you look at the trace as if an unknown part of the universe brushed against. Park's well-known 「Tenseless and a Voyage (2003~2011)」 series captured a strange point where cognition and sense are intermingled through mystic landscapes. The series, in which the artist spent a considerable amount of time, reveal a fantastic landscape that evokes an uncomfortable but familiar, idyllic but odd, and uneasy but exiting feel. He tried a little bit of controlling action by adding dramatic representation to the field or manipulating colors in order to express the nature of objects. The landscape that has been completed this way has lyrical formal beauty to a high degree and an appealing charm to awaken emotions that are dormant within us. ● In this solo exhibition, Hyunggeun Park introduced 「Untitled – Layer」 and 「Forbidden Forest」 as well as 「On the Edge」 of the shoreline at night. In his new works of art, he refrained from even a minimum of intervention that he made in previous series, which is related to Park's aesthetic essence. He presents the result of thoughts about fundamental motives for his search for images beyond recognition through new artworks. ● 「Untitled – Layer」 series show photographs capturing cliffs that are seen from the ocean by overturning the conventional perspective in which the ocean is seen from the shore. Photographs of cliffs and shorelines in Eastbourne (Southern) and Norfolk (Eastern) of England show the texture of strata - the traces of time - that have been created for a long time. The grey and white strata, evidence of the movement of the Earth's plates that appear to be unchangeable forever, are dramatic and grandiose, and at the same time delicate and gigantic. The present time between past and future collapses here and countless layered traces of time appear in front of us. The object is too profound to approach with science and reason. The knowledge that the irregular side of the cliffs is the residue of volcanic activities and deep green layers are a collection of accumulated planktons does not have any meaning here. The gaze is drawn into the transcendental time and space of a new world that unfolds indefinitely at the backdrop of the cliffs, and all emotions and recognition are sunk into the invisible space. ● In fact, the spiritual atmosphere of the places he captured comes from his 'physical' work language. The artist does not approach the object from the perspective based on knowledge that is acquired by learning. From the beginning, it may have been impossible to capture the gigantic object through the lens. He even said that he was unable to intervene in this object with his own view. He also mentioned that landscape absorbed his sight like a sponge absorbs water. In the end, he talked to the infinite entity with honest body language and pursued it with lucid instincts that his body dictates. That is why his photographs achieved the physical persuasion of immateriality. ● Hyunggeun Park also introduced 「Forbidden Forest」 series with objects that are placed far away from the white traces. The forest is an uncharted world that debilitates humans' perceptual abilities beyond culture and time. It is noteworthy that the Chinese character for 'forbidden (禁)' means looking at something invisible. The forest that is located somewhere in Jeju Island, hometown of the artist, was built as a firebreak against frequent fires by residents as part of instilling the spirit of water to control the spirit of fire. In fact, it was a universal method to cope with transcendental forces that people are facing as definite beings beyond cultural norms of folk belief. As time went by, the framework of this world view collapsed. And the forest suffered from the April 3 Jeju Uprising and also underwent negligence amid a development craze. Then, its conservational value was again in the spotlight under the name of protecting nature and at the center of interest and attention by those who safeguard ecological value and well-being. With the flow of checkered history, the existential value of the forest has changed and it, in essence, was a complete 'self-sustaining' entity that has existed in this way. ● Like 'Grey and White Grey Strata,' 「Forbidden Forest」 is also deviated from the linear structure of time. The place is where past, present and a distant future get entangled. The forest is tightly closed not to allow access to people. There may be an object in it, but in fact there is no object. That is a boundless swamp. The sense that is used for observing the swamp does not confine to sight. Dim light trickling over the deep green surface where a black shadow is cast, the scent leaking through the intertwined forest, and the damp surface of dark soil on which everything came down. The whole body senses all of this synesthetically. ● The forbidden land does not seem to allow hasty access even at a glance. The artist confessed that he decided to select the forest as an object, but could not determine the direction of the work at first. After all, he abandoned his desire to take the photograph of it. It was not until a transparent reconciliation took place that the forest let him have the misty feel. The work is free of representation and the color is still as it was. More important is that this is different from his previous works of art in terms of the layer of sight. He set the most important goal of embodying the object as complete as it is and tried to look at the whole picture by excluding minor elements. ● The transcendental time and space of strata and the forest finally ends up in the 「On the Edge」 series. The sky with tens of thousands of layers of pitch black light is bordered with the shoreline where volcanic stones are densely gathered. The black land, which once spewed roaring red flames towards the universe, now comes in touch with the infinite universe in ultimate tranquility. When we see the horizon that is stretched through five artworks side by side, we can sense that the Earth on which we are standing is a speck in the infinite universe. The land is a material and the universe is a concept. The edge the artist talked about may be a point where two incompatible worlds of different dimensions meet. ● Park's works of art open a space for viewers to embrace their own worlds, not capturing objects in his frame and representing them as photographs. Ironically, relatively dense factors are converged as an empty space that can embrace a new world. Through his vision, we can experience expansion into a territory of unlimited time and space by transcending our existential limitations. ● His artworks show the landscapes that his eyes and body found beyond reason and notion. He approaches objects with a prompt and intuitive movement. His photographs reflect an empty space, aside from discourse or issues of the times. For the purpose of finding that invisible space, the artist abandons transcendence and follows transparent and sensitive senses. ● The beauty of art is not intended to confirm the visible. Rather, it opens an illogical, invisible and unconscious world, beyond logic, vision and concept. It makes you lost by pushing you into a deep labyrinth, rather than finding an existing road. His photographs suggest that we can encounter a new world only after the tedious process of wandering around. ■ Wonseok Ko

Vol.20111106j | 박형근展 / PARKHYUNGGEUN / 朴炯根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