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Positions

송영욱展 / SONGYOUNGWOOK / 宋永煜 / installation.drawing   2011_1129 ▶ 2011_1221 / 일요일,월요일 휴관

송영욱_Two positions_한지, 접착제_설치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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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129_화요일_5:00pm

주최 / Gallery CHA (갤러리 차)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화~금_10:30am~06:30pm / 토_12:00am~06:00pm / 일요일,월요일 휴관

갤러리 차 GALLERY CHA 서울 종로구 통의동 35-97번지 Tel. +82.2.730.1700 www.gallerycha.com

송영욱은 자신의 일상적 경험과 관련된 소재들을 한지로 캐스팅하여 이를 재구성하는 설치작업을 지속해 왔다. 그가 즐겨 다루었던 소재들은 대개 트럭, 여행 가방으로부터 건물이나 주택의 문, 계단 등 이동(移動)과 관련된 것들이다. 트럭이나 여행 가방들은 그가 이사를 다니던 기억으로부터 온 것이라면, 문이나 계단 등 공간적 요소들은 새로운 출구를 찾거나 또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을 희구하는 무의식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송영욱_Two positions_한지, 접착제_설치_2011

대상을 한지로 떠낸 결과물들은 일견 대상과의 유사성 때문에 대상의 재현과 관련된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재로는 재현에 반하는 어법이다. 그는 이 캐스팅 작업을 통해 그 대상의 본질보다는 표피를 다룬다. 그러나 그 표면이 가지고 있는 미세한 질감이나 색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대상을 닮은 백색의 한지가 보여주는 별개의 표정들을 보여줄 뿐이다. 이 캐스팅의 결과물에는 여러 겹의 한지를 배접하는 시간의 공력이 숨어 있다. 그의 작업은 일차적으로 종이를 통해 대상을 촉각적으로 인지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으나 긴 시간동안의 행위의 집적을 통해 사물에 대한 경험과 무의의 편린들을 담아낸 결과물로서 대상과는 별개의 사물인 셈이다. 하지만 그의 작업의 주안점은 대상의 표면을 캐스팅한 또 다른 사물로서의 완결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캐스팅된 결과를 주어진 공간에 새롭게 재구성함으로써 대상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도록 한다. 캐스팅 방식 역시 대상을 액면 그대로를 드러내기보다는 부분적으로 변화를 주어 대상의 실체를 흐리게 하거나 상상력으로 이를 재구성하도록 한다. 그가 설치 작품과 함께 보여주는 드로잉들 역시 캐스팅의 기법과 유사하다. 대상의 주변부나 말단부분을 명확히 묘사하지 않음으로써 관자들에게 대상에 대한 다양한 인식과 상상력을 유도하거나 대상에 대한 인식자체를 모호하게 하고 있다. 이 캐스팅의 기법은 한편으로 20세기 초현실주의자들이 즐겨 사용하던 프로타쥬의 측면이 있다. 프로타쥬된 이미지들은 전혀 상이한 대상이나 환경과 조합시켜 작가의 무의식의 세계를 자동기술적으로 드러내는 어법이 그것이다.

송영욱_Two positions_목탄_56×76cm_2011

이런 점에서 그의 드로잉이나 한지 캐스팅을 하나의 언어 기호로 본다면 이는 기의(시니피에)로서보다는 기표(시니피앙)로서의 속성을 가진다. 그 기표는 속성상 대상에 대한 단일한 의미를 가진 기호로 작용하지 않고 복수의 의미를 함의하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의미의 유추를 가능케 하며 단일한 의미로부터 대상을 열어놓는다. 이는 '기표와 기의 사이의 입벌림'(라캉)이다. ● 작품의 설치방식에서도 그는 이 '입벌림'이 드러나고 있다. 대부분 그의 작품은 어두운 공간에 흰색 한지로 캐스팅된 오브제들이 공중에 매달린 구조를 가진다. 탈색된 대상물들이 ● 다소간 몽환적 분위기로 공간을 점하거나 부유하게 한다. 관객들은 이러한 대상물들을 통해 작가의 경험의 편린을 읽어내기도하고 자신이 대상과 맺은 다양한 경험과 무의식의 편린들을 재조합하게 된다.

송영욱_Two illusions_영상_00:02:30_2011

종전의 작업들이 상대적으로 작가 자신의 개인적 체험과 결부된 면만이 강조되었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일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공동의, 또는 집단적 경험과 결부된 소재들을 선보인다. 무기의 대명사인 총을 캐스팅하여 제시하고 있다. 여러 개의 캐스팅된 총을 공중에 매달되 총구를 관객을 향하도록 설치한다. 총이란 소재는 대한민국의 남성들의 집단 무의식을 자극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대부분의 한국남성들은 군복무기간 동안 총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다루는 총은 경험을 통해 매우 익숙한 대상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왠지 작품으로 다루기엔 다소간 불편한 소재이다. 더더욱 전시장이라는 공공의 공간에서 다루기에는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어 있는 소재일 수도 있다. 송영욱의 작업은 총기에 대한 탈색된 집단의 기억을 들추어내 우리로 하여금 이를 둘러싼 사회적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호신을 위한 용도의 총은 기실은 공격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아무리 캐스팅된 총이라 하더라도 총구가 자신을 향해 있다는 사실에 관람자들의 정서는 그리 편치 않을 것이다. 특히나 불특정 다수와의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각박한 현실의 경쟁구조 속에 내어몰린 현대인에게는 불편한 이미지일 수도 있다. 그가 종래의 작업과 달리 좀 더 자극적인 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캐스팅한 매체와 그 결과물 사이의 상관성을 음미하는 평면적 탐구를 넘어선 그에게선 캐스팅을 통해 본래의 대상을 탈각하여 전혀 이질적인 감성으로 대상을 체험하게 한다. 이러한 체험은 그가 조성한 전시공간을 통해 감지케 된다.

송영욱_constructed memory_목탄_76×56cm_2011

설치미술의 속성상 장소특정적 측면을 배제할 수 없다. 그가 조성하고자하는 공간은 일상과는 구별된 이질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이질성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백색 한지가 드러내는 몽환적 속성과도 무관치 않다. 그러나 현실적 공간과 분리된 별도의 화이트큐브로서의 공간이거나 비현실적인 공간과는 구별된다. 그가 구축해 내고 있는 공간은 속성상 '지각 공간(perceptual space)'이라 할 수 있다. 지각공간이란 각 개인이 지각해서 직면하는 자아중심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지각공간은 내용과 의미를 가진다. 경험과 의도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지각공간은 즉자적인 필요와 실천이 중심이 되는 행동공간이다. 이는 제한적이고, 이질적이며, 주관적으로 정의되어 지각된다. 지각공간에서 각 개인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지배영역으로 여긴다. 특별한 만남과 경험을 통해 지각공간은 여러 장소들, 혹은 사적인 특별한 의미중심으로 다양하게 분화된다, 기억 속의 장소와 현재의 중요한 장소 둘 다 본질적으로 보다 넓은 지각공간의 구조 속에서 의미와 의도가 집중된 곳이다.

송영욱_constructed memory_한지, 접착제, 라이트_110×54×43cm_2011

송영욱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경험과 자신을 둘러싼 소박하면서도 소극적인 공간을 창조했던 과거와는 달리 좀 더 사회적이며 상호주관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공격,전쟁,죽음을 떠올리게하는 병기인 총을 캐스팅하여 관객들을 향하여 총구를 들이대는 태도이다.이는 불특정 다수의 관객에 대한 극단적 공격과 살의의 표현으로 오해될 수 도 있다. 그러나 탈색되고 캐스팅된 소프트한 재질의 총은 총이라기보다는 총의 이미지로서 하나의 기호인 셈인데, 이 기호는 직접적인 살의보다는 개인 상호간의 치열한 경쟁과 대결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불안과 위협, 빅브라더에 의해 감시되고 통제되는 사회 안에서 겪게되는 통제와 굴종을 강요하는 기제를 상징하는 언어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는 매우 주관적일 수 있지만 관객들 역시 지각의 공간 내에서 작가의 의도와 유사한 의미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호주관적 의미들은 총에 대한 문화적,관습적 의미로부터 비롯된다. 전쟁을 겪었다거나 군부 독재와 군사문화에 익숙한 장년층들이라면 전시장이라는 지각의 공간에서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좀 더 다양한 총에 대한 의미를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 송영욱이 지속해온 작업들은 자신의 성장과정과 삶의 과정을 통해 체득하여,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탈색된 소재들을 꺼내어 그것을 재구성해 냄으로써, 자신과 관객들이 공유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언어들은 문화나 관습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어법에 의존함으로써 다양하지만 상호주관적인 의미를 생성하게하며, 이러한 의미는 그가 소재를 재구성해낸 공간을 함께 인지하는 과정을 통해 파악케하고 있다.

송영욱_Vestige(사적 제 278호 계단)_한지, 접착제_설치_2010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가 과거에 보여주던 문과 계단의 형상들에서 희구하던 과제들의 일부를 열고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계단을 조심스럽게 오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에 비해 개인적 삶에 연루되어 있는 미세한 기억의 편린들을 꺼내어 사회와 역사를 관통하는 담론생산의 실험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찬동

Vol.20111129k | 송영욱展 / SONGYOUNGWOOK / 宋永煜 / installation.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