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BEING

김근중展 / KIMKEUNJOONG / 金謹中 / painting   2011_1214 ▶ 2011_1227 / 12월 24일 휴관

김근중_Natural Being 꽃세상,原本自然圖 9-8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18×290.5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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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214_수요일_05:00pm

기획 / 공아트스페이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12월 24일 휴관

공아트스페이스 Gong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8-31번지 Tel. +82.2.735.9938 www.gongartspace.com

경계 그리고, 경계넘어 ● 꽃, 꽃을 그린지 만 6년이 되간다. 왜 꽃을 그리게 되었는지 나도 모른다. 어느 날 우연히 꽃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동안 해왔던 작업에 물렸나보다 했다.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은 생각을 늘 갖고 있는 중 갑자기 꽃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2005년도다. ● 꽃,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을 말한다고 사전에 나와 있다. 국문학과 교수님이 꽃은 식물의 성기라고 한말이 틀리지 않는다. 꽃을 그리기로 결정하고 난후, 어떤 꽃을 그릴까? 하며 적당한 대상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어느 날 전시장에서 본 민화 12폭 모란병풍을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모란이 화면에 가득한 올 오버 페인팅, 압도적인 포스에 감동했다. 평소에 억눌려있던 감정과 욕망을 한껏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란을 선택한 이유에는 아마도 과거 대학시절 모란사생을 했던 기억과 대만유학당시 고궁박물원에서 보았던 오대의 모란채색화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김근중_Natural Being 꽃세상,原本自然圖 11-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97cm_2011

꽃을 그려오면서 과연 나에게 있어 꽃은 무엇이며, 또한 모란이란 어떤 의미이고 또 작품주제인 Natural Being(존재)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 우리들은 통상 꽃이라고 부르는 대상이 실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꽃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꽃은 언어라는 사유적기호만 있을 뿐이다. 실제 눈앞에 보이는 꽃이란 피었다 지고 있는 과정 중에 어느 한 가지 모양에 생각이 고착되어 꽃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꽃이라는 불변하는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만물만사가 변하는 과정 중에 있을 뿐이므로, 꽃 또한 변환 중에 있기에 꽃이라고 딱히 집어서 말할 수 있는 것이란 없는 것이다. 이렇듯 꽃이라는 자체본성을 갖은 실존적인 꽃이란 부재한 것이다. 꽃이란 피고 지는 과정상의 형상들을 통칭해서 꽃이라고 부를 뿐이다. 원래 공(空)한 것이 인연작용에 따라 시각적인 착시를 유발해 각양각색(色)의 꽃으로 보이는 것일 뿐이다. 이처럼 꽃의 실상(實相)은 공(空)과 색(色) 경계에 걸쳐있다. 이 또한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김근중_Natural Being 꽃세상,原本自然圖 11-6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30cm_2011
김근중_Natural Being 꽃세상,原本自然圖 11-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97cm_2011

꽃의 생명은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이란 고어로 알움답다이며 알(씨)이 움(싹)을 틔워 그 답게 되었다는 말이라고 한다. 그 답게 되었다는 것은 그가 갖고 있는 정체가 숨김없이 드러나 정체성이 현현화(顯現化)되었다는 것이다. 그가 갖고 있는 외연과 내포, 선과 악중 어느 것도 인식분별에 의해 억압배제 되지 않고 적절하고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일러 아름답다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찬탄과 경이로움이 바로 선악에 대한 이분법적관점이 사라진 지점에서 생긴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다. 이것을 칸트(Immanuel kant)는 무관심이라고 했으며 거기에서 숭고미가 나온다고 했다. 즉 아름답다는 경탄의 순간 모든 것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오로지 이것에 몰입이 되었다는 말이다. 사실 아름다운 대상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들의 의식은 그 것에만 몰두된다. 이때의 의식은 이분법적인 분별심이 사라진 순간이고 거기에 희열과 행복이 있다. 분별심이 사라진 마음이 행복한 마음이고 그 마음이 아름답고 숭고한 상태이기에 아름다움과 숭고미를 느끼는 것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대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분별이 사라진 그 자체인 것이다. ● 그렇다면 꽃 중에 꽃이라 불리는 모란은 무엇인가? 모란이 상징하는 것은 부귀이다. 부귀란 물질과 명예를 말한다. 왜 사람들은 부귀를 원하는가? 부귀를 갖게 되면 마음이 안심이 되고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욕망하던 대상이 획득되었다고 생각함으로써 악이라고 분별하던 불안이 해소된 것이다. 갖지 못했다고 부정하고 억압하던 사고가 사라졌기 때문이랄 수 있다. 아름답다고 찬탄했던 순간이나 부귀를 얻어 욕망이 해소된 순간이나 동일하게 분별심이 사라진 순간이다. 거기에는 자타(自他)가 따로 없이 온전히 존재자체만 남는다. 존재자체로 남을 때 거기에 행복이 있고 믿음이 있으며 사랑이 있다. 이것이 진정한 부귀의 모습이다. 그야말로 꽃 세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김근중_Natural Being 꽃세상,原本自然圖 11-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11
김근중_Natural Being 꽃세상,原本自然圖 11-11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11

본인이 작품에서 추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꽃이라는 모란을 그리는 것도 모란을 그리고자함이 아니다. 모란은 내가 추구하는 것과 아무상관이 없다, 다만 우연히 만난 모란이라는 대상을 통해 분열된 주체를 회복하려고 하고 있을 뿐이다. 라깡(Jacques lacan)의 말을 빌리자면 이성적 주체는 분열된 주체이다. 그는 예술의 승화야말로 분열된 주체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어디 예술만이 길일수가 있겠는가? 모든 것이 길이 될 수 있다. 다만 내 안의 이분법만 사라지면 되는 것이다. 작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의식의 벽을 뛰어넘느냐 마느냐의 갈등을 일으킬 때이다.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라는 말이 있다. 진일보하면 죽을 것만 같은 공포심이 이는 순간 한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현 경계를 넘어 경계 밖으로 나아갈 때 두려운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낯선 상황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낯선 상황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는 마음의 중심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므로 나라는 현존재를 순간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는 경계 밖의 알 수 없는 곳으로 간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일이 아니다. 그러나 죽음의 공포를 감내하고 넘어가게 되면 라깡이 말한 쥬이상스(jouissance)가 기다리고 있으며 부재(不在)의 승화가 있다. 원래 죽음의 공포는 금기(禁忌) 때문에 생긴 것이고 금기가 사라지면 부재한 것이지만 자신을 믿지 못하는 마음이 끝내 경계를 넘지 못하게 만든다. 작가라면 훌륭한 작가가 되고 말고는 의식의 경계를 넘어 무의식의 무한한 들판, 날것과 같은 야성의 낯선 경계로 나아가는 것이다라고 알고 있다. 이성과 야성의 두 가지를 분별없이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중용을 터득한 사람, 이 사람이 바로 위대한 사람이요 위대한 작가라 할 것이다. 본인이 작품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Naturl Being 즉 존재도 바로 이것을 성취한 존재를 말한다.

김근중_Natural Being 꽃세상,原本自然圖 11-1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0×80cm_2011

예전에는 좋은 작품 한 점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작품이 나오겠지 하면서 줄기차게 그렸다. 하다보면 Natural Being이 구현된 작품이 나오리라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아차 사람이 그리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온갖 명상과 마음공부를 다해봤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그리되지 못했다. 한 생각 돌리는 것이 정녕 힘든 것임을 절감한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전시되는 모란작품도 아직 이성과 야성의 들판을 오가며 그려진 것이 아니다. 내면의식이 억압을 풀고 절절하게 피어나와 승화되어야하지만 아직까지 거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밤낮없이 열심히는 그렸다. 삶에서 진정한 가치라는 것이 결국에는 마음의 자유인데, 아직 지혜를 얻지 못해 경계를 맴돌고 있으니 화두(話頭)를 깨칠 때까지 가고 또 갈 뿐이다. ■ 김근중

Vol.20111213d | 김근중展 / KIMKEUNJOONG / 金謹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