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hapter 히든 챕터 : 숨겨진 이야기

준권展 / JOONKWON / 俊權 / mixed media   2012_0127 ▶ 2012_0213

준권_Power_carved plywood_30×3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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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128_토요일_02:00pm

주최/기획 / Abe(에이브) 협찬 / 수원미술전시관

관람시간 / 10:00am~06:00pm

수원시미술전시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오즈 SUWON ART CENTER_PROJECT SPACE OZ 경기 수원시 장안구 송정로 19 Tel. +82.31.246.2515 www.suwonartcenter.org

" 아...또다." 벽을 마주하고 앉은 왼쪽 귀로 소리가 날카롭게 들어와 박혔다. 희미하지만 또렷한 소리. 소리를 무시하고 집중하면 오른쪽 귀로는 훈민정음이 가늘게 고막을 비집고 들어온다. 도로록 눈동자를 굴려본다. 그러자 눈 안으로 나를 감싸고 있는 퀭한 눈들이 빨려 들어왔다. '다들 졸린가보지.' 하고 생각했다. 국어책을 들고 선생님은 여전히 가느다란 목소리로 훈민정음을 낱낱이 해부하고 있다. 이내 수업에 흥미가 사라져간다. 그러자 다시 왼쪽 귀로 소리가 비집고 들어선다. 손톱을 세워 칠판을 긁는 것만 같다. (JOON KWON, 단편소설 Hard-boiled life 中) ■ 준권

준권_Untitled_종이에 잉크, 색연필_29.6×21cm_2006
준권_The Underneath_파스텔, 나무_32×51×4.5cm_2011
준권_A Chair_캔버스에 면종이, 아크릴채색_62×50cm_2009
준권_A Private View_carved plywood_45×30cm_2011

'누구에게나 있는 과거가 나에게도 있었다. 받아들일 수 없다면 차라리 잊어버리는 것이 좋았을 과거의 이야기가 있었다. 나 자신에게 있어서만은, 누군가에게 이야기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만큼, 뱃속에서부터 부글부글 끓어올라 내뱉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 지독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완성된 원고지 80매 분량의 단편소설 'Hard-boiled life'는 영원한 나의 뮤즈가 되었다.' ● '…그리고 어린 학생으로서 살아야 했던 그 치열했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생존자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현(見)'이라는 가상의 여고생에 스스로를 투영하여 실화 반에 허구 반을 섞어 만든 그 기록이 바로 'Hard-boiled life'다. 제목 그대로 '(어린 학생이 감당하기엔) 너무 비정하고 차가워서 힘들어 미칠 것만 같은 인생'에 대한 짧은 이야기였다.' ● '반복(repetition)의 연속, 그 무한함이 곧 인생일지도 모른다. 삶은 거대하지만 변주도 많다. 하나의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을 넘어야만 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진다.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시스템 상의 오류는 무수히 많은데 이를 고친다고 해도 비슷하면서 다른 오류들이 끊임없이 다시 일어난다. 시스템도 인생도 언제나 우리 옆에 있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어서 때로는 그것이 있는지조차 인식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알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그 무서운 익숙함이 마치 현란한 무늬의 오래된 벽지(wall paper)와 같다. 계속 덧씌워진 겹겹의 화려한 벽지말이다. …그것이 바로 패턴(pattern)으로, 정형화된 형식이며 반복되는 삶의 양상이다.' ● '우리는 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겨나가고 있는 중이고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JOON KWON 작가노트 中) ■ 준권

준권_The Game_stop motion animation with linocut print_2007
준권_A Chink_혼합재료_16×20.5cm_2011

작가는 말을 걸고 있다. ●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1911-2010)가 그녀의 작품집에서 토로했던 자기고백의 문장(" Everyday you have to abandon your past or accept it and then if you cannot accept it you become a sculptor. - Louise Bourgeois" /" 당신은 매일매일 당신의 과거를 버리거나 받아들여야만 한다. 만약 과거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때 당신은 조각가가 된다)처럼, JOON KWON 작가는 발심發心의 순간을 겪었다. 그녀가 가진 과거의 감정과 사건을 삼키고 - 내뱉는 그 과정을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다. 품고만 있기 너무도 뜨거운 기억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JOON KWON 작가가 처음 입을 떼었던 이야기이자 작업의 지속적인 뿌리가 되어 온 단편소설 'Hard-boiled life'에 등장하는 소녀 현見은 작가의 투영체이자 스스로 생존하고자 하는 반항적 의지의 구현, 그리고 복수의 주체이자 복수의 실현을 위해 스스로 진화한 존재이다. ● 복수. ● 이상한 학교. 규정과 규제와 규칙만이 있는 구조에, 한 인간을 학생이라는 이름 아래 똑같은 형태의 조각으로 만들어 끼워 맞춰지기를 강요했던 이상한 학교. 작가는 현을 통하여 이상한 학교에 복수를 한다. ● 현見은 나타나다, 드러나다. 있다, 보이다. 의 의미를 가진 한자이다. 여기 있고, 보고 있다. 바라보는 것과 바로 보는 것은 그 자체의 에너지로 작용한다. 커다란 눈 하나로 소녀 현은 눈 감는 순간조차 사회를 직시하고 있고, 사라진 입과 빈 말풍선으로 말을 하고 있다. '바로, 바라보는 소녀'는 존재만으로 구조에 위협적이다. 따라서 억압받으며 상처받는다. ● 구조주의 안에서 하나의 의미는 그 자체의 속성, 기능, 특징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닌, 개체간의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유기적 관계망 안에서 개체의 위치에 따라 규정되기도 변화하기도 하며 전체 체계와 구조 안에서 비로소 의미가 개개인을 포괄한다. 개개인의 본질은 그 자체로 인정되지 않는다. '구조에 관계하여-'라는 함정은 '구조 안에서 개인은 억압된다'라는 덫을 숨기고 있다. 실존주의의 대표 철학자 중 한 명인 키에르케고르S. Kierkegaard(1813-1855)에 따르면, 자기란 자기 자신에 대한 하나의 관계이다(죽음에 이르는 병 Sygdommen ti1 Dø den, 1849). 바꾸어 말하면 관계가 자기 자신에게 관계한다고 하는 관계의 내부에 있는 자기를 뜻한다. 따라서 자기란, 관계를 뜻하지 않고, 관계가 그 자신에게 관계되는 것을 뜻한다. 그에 동의하여 첨언하자면, 자신은 자기 스스로 내면의 바라봄을 우선하고 구조를 직시하여야 한다. 개체는 모든 외부적 상황으로부터의 자유와 함께 자기정립의 과정이 선험되어야 비로소 온전히 자기로서 설 수 있다. ● 소녀는 억압하는 구조에 반反하는 실존자實存子이다. 평균화된 사회구조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하여 스스로의 시야를 확장한다. 이것을 작가는 진화라 명명하며 그야말로 만화적 상상력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는 읽고 듣는 이야기가 아닌 보여지고 보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한다. 바라보는 것과 바로 보는 것은 그 자체의 에너지로 작용한다. ● 2012년 1월, 작가는 말을 걸고 있다. JOON KWON의 현은 작가의 총괄적 매개로 살아 움직여 프로젝트 스페이스 오즈에서 '바로, 바라보는' 것 만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정보람

Vol.20120127g | 준권展 / JOONKWON / 俊權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