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하는 습관 The Habit of Art

전소정展 / JUNSOJUNG / 全昭侹 / video.photography   2012_0127 ▶ 2012_0210 / 월요일 휴관

전소정_원형의 불 #4 Circular Fire #4_람다 프린트_120×12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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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잔다리 GALLERY ZANDARI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0-12번지 Tel. +82.2.323.4155 www.zandari.com

물이 가득 찬 투명한 유리컵을 들고 평균대 위에서 조심조심 발걸음을 떼어놓는 사람이 있다. 고작 10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좁은, 그러나 5미터나 되는 기다란 가로대 위에서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수행과도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모습은 너무 뻔해보여서 더더욱 많은 것을 다시 돌아보고 고민하게 만든다.

전소정_예술하는 습관 Ⅲ The Habit of Art Ⅲ_단채널 비디오_2012
전소정_예술하는 습관 The Habit of Art_단채널 비디오, 설치_loop_2012
전소정_예술하는 습관 Ⅳ The Habit of Art Ⅳ_단채널 비디오_2012

전소정의 개인전『예술하는 습관』展은 단순한 에피소드를 반복하는 일곱 가지의 영상작업과 그 영상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중 세 개를 상징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한 사진작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삶의 이야기를 연극적인 구성과 무대, 퍼포먼스와 설치, 고전(古典) 텍스트를 차용한 내러티브 등을 통해 상상적 허구 속에 구현해냈던 전소정의 이전 작업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보여질 만큼 단순하고 간략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는 극적인 내러티브도, 압도적인 영상미도 찾아볼 수 없다. 단지, 까맣게 타버린 재로부터 다시금 불꽃이 살아나 점차 활활 타오르며 드러나는 새의 형상으로부터 시작되는 영상작업이 밑 빠진 독에 힘겹게 물을 채워넣고, 조심조심 성냥개비를 높이높이 쌓아올리고, 물 위에 비친 달의 모습을 떠내거나, 유리구슬 묘기로 보는 이의 눈을 현혹하기도 하고, 활활 타오르는 불이 붙은 링을 거침없이 뛰어넘고, 좁은 평균대 위를 아슬아슬 걸어가는 누군가의 모습을 간결하고 단순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 그런데, 시각적으로 간결하게 구현된 이 단순한 행위들을 가능케 하기 위한 누군가—물론, 그 누군가가 작가임을 알아채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의 존재를 문득 인식하기 시작한 순간, 끝없이 반복되는 이 영상은 다소 복잡한 이야기의 층위를 들춰내기 시작한다. 단 몇 번만의 시도로 성공해낸 행위가 있는 반면, 끝끝내 수행하지 못해 한없이 좌절하며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야만 했던 행위도 있겠지만, 과업의 성공적인 수행 여부는 사실상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화면 위에서 펼쳐지는 무모하고 우직한, 그리고 때론 마술처럼 펼쳐지는 행위들은 어느 순간 북유럽 바닷가에서 낚시하던 노인과 핀란드의 숲에서 춤을 추던 무용수, 교외의 행사장에서 변검을 선보이던 연기자와 김치공장의 아주머니들, 오래된 물건들을 수집하던 아저씨와 독일의 댄스홀에서 만난 순이에 이르는 평범한 이들의 삶을 상기시키며 그들의 이야기를 주르륵 하나의 실에 꿰어버린다. 그리고 뜬구름과도 같던 이 이야기들이 왜 전소정을 사로잡았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일상적인 삶이 전소정에게 무엇을 들려주었는지 비로소 우리에게도 실마리를 던져준다.

전소정_예술하는 습관 Ⅶ The Habit of Art Ⅶ_단채널 비디오_2012
전소정_예술하는 습관 Ⅵ The Habit of Art Ⅵ_단채널 비디오_2012
전소정_원형의 불 #8 Circular Fire #8_람다 프린트_120×120cm_2012

위태로운 경계를 아슬아슬 걸어가는 사람,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경계 양 쪽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는 자이며, 그의 수고스러움은 경계를 무화(無化)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경계의 양 쪽으로 분열되어 고통에 몸부림치는 우리의 모습을, 우리의 욕망과 좌절을 환기시키려는 것이 아닐까. 이제 전소정은 기꺼이 그 수고스러움을 행하고자 호흡을 가다듬은 듯하다. ■

Vol.20120127h | 전소정展 / JUNSOJUNG / 全昭侹 / video.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