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축적 Accumulated Incidents

박형지展 / PARKHYUNGJI / 朴珩志 / painting   2012_0215 ▶︎ 2012_0228 / 월요일 휴관

박형지_Giant Fake Plastic Mr. Ginsengs_리넨에 유채, 아크릴채색_130×145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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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21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175 GALLERY 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club.cyworld.com/gallery175

사건의 현장 - 박형지 개인전 ●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을 때 처음 눈에 들어온 건 가발 쓴 마네킨들 그림이었다. 보브 스타일이라고 부르던가. 봉긋하게 짧게 처낸 가발의 마네킨과 굵게 끝을 말아낸 가발의 마네킨이 형형색색으로 아우성치듯 세를 발휘하고 있었다. 척력만을 가졌나 싶어 주춤하게 만들던 이 얼굴들이 희한하게 인력도 있구나 싶었던 건 시간이 다소 흐른 후였다. 이처럼 눈에 차는, 혹은 눈에 익는 상황에는 시간차가 따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가발 쓴 마네킨의 도열이, 다소 처연해 보이는 웨딩케이크가, 서있는 인삼이 당신의 눈에 익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지 모른다. 참고로 내겐 한 시간 정도 걸렸다. ●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가발이 신기한가. 웨딩케이크 처음 보는가. 집을 나서면 낯선 광경이 일상을 덥석 물고 있구나 싶을 때가 있다. 광화문 네거리 전경버스의 오차 없는 주차 실력, 마차를 또각거리며 모는 청계 거리의 말들, 철거 앞둔 건물의 실금을 타고 맺힌 물방울들이 만든 얼음 처마 같은 것들은 어느새 적당히 구겨져 일상에 숨죽인다. 서있는 인삼보다 버스 바리케이트가 더 놀랍지 않은가. 이런 조합들을 부러 살펴보면 왜 너는 여기 있을까, 왜 이것과 저것은 함께 있는 걸까 의문투성인데 짐짓 세상은 본디 조금은 부조화스럽고 부조리하다고 물음을 덮는다. 본의 아니게 투항한다. 혹은 아니, 무감각하다. 생경하지도 구태연한 문제도 아닌, 그냥 대상이고 세계이다. 그렇게 하루를 산다.

박형지_Shadowland1_리넨에 유채_145.5×261cm_2012

그렇다면 다시 묻게 된다. 우리는 어떤 이미지를 품고 또 어떤 이미지를 외면하는가. 새로운 것은 밀어내고 낡은 이미지를 품는가. 흔히 익숙한 것들에 친밀감을 느끼긴 하지만 모든 이미지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움의 매력은 또 얼마나 큰가. 도대체 우리는 어떤 이미지와 연루되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런 것일까. 가정은 이렇다. 우리에게 문제를 던지는 이미지와 연루한다. 그런 이미지에 포획되었을 때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발생은 지금, 여기에서 바로 나를 특정인으로 회부한다. 가해자, 때론 피해자, 혹은 증인, 또는 변호인 등. ● 특정인은 또 있다. 눈 밝고 명민한 존재로서 예술가들이다. 이들은 익숙함에서 차이를 포착하고 낯설음의 근원을 묻는다. 붓을 내려놓을 때, 카메라를 손에서 치울 때, 드로잉을 멈출 때 금세 생활인으로 세계에 스며들지만 그 직전까지 이들은 동어반복을 답습하는 여타의 사람들에서 비껴 나와서 차이에 빛을 비추는 존재이다. 그래서 예술가는 다르다라고 말하려는게 아니다. 예술가는 다름을 행하며 또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가는 자신에게도 우리에게도 이 차이에 대해 묻고 확인하려 한다.

박형지_Shadowland1_리넨에 유채_145.5×261cm_2012_부분

검은 바탕, 현현한 색. 주저함이 잘 걷어진 붓질. 처음 박형지 작가의 작품을 접하고서 느낀 것들이다.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더 있었는데 그 실체를 알고 싶어 직접 만났다. '회화는 선택과 결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사건들이 축적된 결과물'이라 말하는 작가의 말에서 사건들을 더 조사해 본다. 그녀는 특별한 이미지를 찾아 굳이 멀리 여행하지 않는다. 창문 밖, 작업실을 오고가는 길, 영국 체류 중에 마주친 주변 환경이 작품의 원천이다. 물론 일상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것은 제법 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녀에게 특이한 점은 대체로 자연광이 내리쬐는 한낮의 밝고 청명함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인공적으로 빛을 발하는 대상이나 인공 조명의 간섭을 받는 대상이 등장한다. 노래방 마이크, 반짝이는 전열등, 불투명한 간유리 너머의 불 밝힌 실내가 기억과 느낌, 가끔은 사진으로 저장된 이미지에 힘입어 그녀가 '회화적 결정'이라고 부르는 사건들로 기입된다. 그림을 들여다보면 그림과 마주하게 되는 심리적 거리만큼 그녀가 대상과 마주한 거리도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박형지_조명가게_리넨에 유채_130×95cm_2012

그녀의 작품 앞에서 또 하나의 특정인으로서 나는 선택된 색, 붓질 자국, 남게 되는 물성과 같이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가 부단한 수행을 거치며 고민하는 '회화적 결정'과 그녀가 고민하는 '회화 담론'에 좀 더 넓은 이야기를 덧대고 싶다. 작가는 그림의 주체로서 특정인이자 어느날 이미지에 포획된 증인이다. 작품 속 모티브는 사건으로서 일어선 이미지들이다. 전작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미지들의 전경을 초현실적인 가상의 풍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쉽게 포착했다고 언급하는 이미지들은 무수히 많고 도처에 존재하기 때문에 실상 쉽게 포착되지 않는 것들이다. 이 이미지들은 바로 특정인이 문제화할 때 일어나는 것이다.

박형지_버블 캐슬_리넨에 아크릴채색_95×130cm_2011

보고 이 본 것을 사건으로 캔버스에 남기는 과정은 감각의 절차로서 본다라는 것이 시간과 공간차를 두고서 회화적 처리로 갈무리되는 좁은 반경을 그리는 활동을 넘어선다. 시각이라는 감각의 절차에 어느새 불편함이 끼어들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는 인식, 세계가 편치 못하다는 인식. 모른다와 안다, 이 술어들의 선택지 중 하나만을 고를 수 없는 균열이 고개를 든다. 세상은 본디 조금은 부조화스럽고 부조리하다고 덮어버렸던 물음을 파헤치는 특정인이 여기 있다. 이미 작가는 불화에 익숙해 있는 듯하다. 그리고 사건들의 연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 전시는 멋대로 봉해진 세계의 바느질 자국의 솔기를 가리킨다. 눈에 익지 않았던 그림이 있다고 다음 그림으로 발길을 옮긴다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문제의식에 동참하기를 제안한다. 누가 그림 보기를 쉽다고 하는가. 예술도 어려운 것이다. ■ 김현주

박형지_폐점시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0×140cm_2011

The Scene of Incidents ● When I visited the studio of artist Hyungji Park, what first came into my sight were paintings of wigged mannequins. In the paintings, the mannequins with bob cuts, where the hair is typically cut straight and short around the head at about the jaw-level, often with a fringe at the front. After some time passed, I felt the mannequins strangely had the forces of attraction as well as repulsion. Likewise, time is required for our eyes to become familiarized with some objects. It thus takes time for you to feel a line of the wigged mannequins, a seemingly grim wedding cake, and standing ginseng are familiar. It took an hour for me to do this. ● On reflection, I feel strange. Are the wigs amazing? Is the wedding cake new to me? At times I feel my daily life is full of unfamiliar scenes. The riot police buses parked in order at the crossroads of Gwanghwamun, horses on Cheongye Street, and water drops formed on the cracks of a building to be demolished are hidden in daily life, holding their breath. Is the barricade of buses more amazing than the standing ginseng? Investigating these objects, I feel the world is filled with questions: Why is it here? Why do this and that coexist? I gave up clarifying the issues. Just I suppose the world may be originally absurd and incongruent. Surrendering to these, or remaining senseless in daily life, I feel just objects of the world these are neither alien nor old. ● Then, I again question which images we embrace or reject. Do we embrace the old, while excluding the new? We often feel intimacy with the familiar, but not with all images. How much of the new is attractive? Which images are we involved in? And why? The assumption is that we are involved with images that raise questions. When we are captured by such images, an incident takes place. In the incident I become a specific person who is an assailant, a victim, a witness, or lawyer. ● Artists, as clear-eyed, sagacious beings, are also specific persons. They capture differences in familiarity, asking of the springs of unfamiliarity. They are beings who bring light to the differences, escaping daily routines even they turn to a part of daily life as soon as they put down a brush, remove the camera from their hands, or stop drawing. I would not say artists are therefore different but they have to do something different: they try to ask and confirm the differences to all. ● In Park's work was a black background, abstruse and profound hues, and unreserved brushwork. It was indescribably attractive. As I wanted to know the true nature of her work, I met the artist. Park said "Painting is a process of innumerably repeating choices and decisions, and the result of an accumulation of incidents derived from this process." She does not travel far to look for special images. The sources of her work are outside her window; the road to her studio; the surroundings scenes she found while in Britain. It is common that artists take motifs from daily life. However, her work is characterized by an exclusion of brightness or lucidness of midday and natural light, placing objects under artificial light or using objects emitting artificial light. A noraebang (karaoke) microphone, a gleaming lamp, an indoor space lit through an opaque glass wall provokes memories and feelings, inscribed as incidents she calls 'pictorial determination'. Up close her work presents both psychological and physical distance from objects she has faced. ● Standing before her work, I would like to add something more to her 'painterly determination' and 'painterly discourse', on such elements as color, brushwork, and the physical property of paint. The artist is the subject of her painting, a specific person, and a witness captured by images. The motifs of her work are images presented as incidents. These were presented as surreal imaginary landscapes. The images may be easily found because of innumerableness and ubiquity, but they can only be generated by one person addressing them as an issue. ● Seeing and depicting what one sees on canvas goes beyond pictorially dealing with 'seeing' through a gap of space and time. Inconvenience is involved in seeing: awareness that yesterday differs from today and the world is inconvenient is aroused. Difficulty in decision between known and unknown is emerged. There is a specific person, or artist who explores questions concealed by a world originally absurd and incongruous. The artist seems familiar with such disaccord and ready to accept chains of incidents. Her exhibition refers to the rashly made seams of the world - share her critical consciousness. Moving to the next painting would not make difference even you feel unfamiliar with the work in front of you. Who would dare to say seeing a painting easy? Art is something difficult. ■ Hyunju Kim

Vol.20120215j | 박형지展 / PARKHYUNGJI / 朴珩志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