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빛 구름 그림자

이주연展 / LEEJOOYEON / 李周姸 / painting.installation   2012_0322 ▶︎ 2012_0411

이주연_Hi, Blue Peony!_장지에 분채, 신트라, 합판_132×166cm_2012

2012_0322 ▶︎ 2012_0328 초대일시 / 2012_0322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팔레 드 서울 gallery palais de seoul 서울 종로구 통의동 6번지 Tel. +82.2.730.7707 www.palaisdeseoul.net

2012_0322 ▶︎ 2012_04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00pm

갤러리 스페이스 통 gallery space tong 서울 종로구 통의동 12번지 Tel. +82.2.722.2088 www.spacetong.co.kr

이주연-하늘 빛 구름 그림자 Sky, Light, Cloud, and Shadow ● 회화는 주어진 사각형의 화면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그림의 내용은 사각의 틀, 프레임이 선험적으로 규정하는 셈이다. 모든 그림은 그 사각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지며 그 모서리 밖으로 나가기 어렵다. 물리적 실체로서의 사각형의 화면은 오랫동안 회화를 회화이게 한 근원적이고 존재론적인 조건인 셈이다. 그 사각의 틀이라는 완강한 한계로부터 부단히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는 60년대의 프랭크 스텔라의 이른바 '변형캔버스'작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후 회화는 사각형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고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한편 깊이를 동반한 두께에 의해 지탱되어 나가면서 회화와 조각, 그림과 물질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기도 했다. 더 나아가 화면은 벽에 기생하는 회화의 삶을 확장시켜 벽 전체로 펼쳐지거나 타고 넘어가는 형국을 이루게 되었다. 벽의 표면을 문제시하거나 공간 전체에 사건을 야기하는 식으로 펼쳐진 것이다. 사각형의 화면 안과 밖이 서로 긴밀하고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긴장을 이루는데 그것은 하나의 그림이면서 동시에 부조이자 조각이고 또는 벽 전체가 지각적 표면으로 돌기되는 형국이다.

이주연_Hi, Purple Peony!_장지에 분채, 아크릴, 신트라, 합판_135×175cm_2012
이주연_가슴가득 봄_장지에 분채, 염색물감_160×130cm_2011

한국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이주연은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미국에 체류하면서 자연스레 동양과 서양, 동양화와 서양화, 나와 타자, 한국 전통 미술과 서구 현대 미술의 차이와 갈등을 몸소 겪어냈던 것 같다. 안에 있을 때보다 밖에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좀 심각한 질문을 강요받거나 문화적 충격을 겪는다. 어쩔 수 없이 대립되는 두 세계의 충돌과 교차를 치뤄내면서 작가가 깨달은 것은 어느 한 쪽의 일방적 강요나 선언이 아니라 둘의 조화에 놓여져 있었던 것 같다. 그 조화는 결국 소통의 차원에서 모색된다. 서로 다른 것들을 섞어서 또 다른 세계를 만드는 일, 자신의 정체성이라 믿었던 것을 한 축으로 해서 그 위에 새롭게 받아들인 것을 접속하는 일이 작업이 된 것이다. 그로부터 작가는 한국 전통 미술의 문양과 색채 그리고 동양화가 지닌 특징적인 기법, 모필의 맛과 선염과 삼투 그리고 풍성한 수용성의 회화를 근간으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기존 동양화 재료를 개방하고 확장시켜 여러 재료를 과감하게 수용해 그려내고는 그렇게 이루어진 낱낱의 화면을 중층적으로 포개거나 잇대어서 부조나 조각, 또는 벽면 위에 설치화 하는 형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에 따라 재료의 개방성과 틀의 확장, 탈평면화 그리고 화면에서 오려낸 부위들의 우연한 배열이나 작위적인 연출, 그리기와 조각적 (자르고 오려내는 투각기법) 행위의 결합, 추상표현주의적인 회화와 동양전통문화의 도상들이 만남 등으로 이루어진 이주연의 회화가 만들어졌다.

이주연_어느 것은 산바람에 날려가고 어느 것은 골짜기 물을 따라 흘러간다_ 장지에 분채, 합판_184×160cm_2012
이주연_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구름_장지에 염색물감, 아크릴, 신트라, 합판_156×125cm_2011

작가는 우선 한지나 나무 혹은 알루미늄, 스티로폼, 신트라 (폴리염화비닐의 일종), 실크 등 다양한 소재를 화면 바탕으로 삼는다. 여러 재질의 표면에 직접 시술되기도 하지만 한지를 부착해서 그 위에 착색을 가하기도 한다. 작가가 다루는 문양은 한국 전통미술에서 흔하게 접하는 꽃이나 구름문양 혹은 자연을 상징하는 기하학적 패턴들이 차용되고 있고 유기적이고 관능적인 곡선과 날카롭고 간결한 직선 문양이 교차되고 있다. 작가는 한국의 전통문양들 예를 들어 추상적인 기호에 해당하는 구름이나 물, 길상의 무늬들 그리고 유교적 이념아래 숭상되던 가치들을 그림 조형으로 선보인 문자도 그리고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꽃의 형상들을 주로 그린다. 그 도상들은 동양 전통문화권에서 익숙한 언어들이다. 기복과 벽사의 의미를 지닌 것들이자 생존을 위해 절실하게 요구되었던 것들의 간절한 이미지화를 새삼 환생시키고 있다. 그 도상들을 불러내 화면에 안착시키는 일은 새삼 동양미술의 의미를 질문해보는 동시에 먼 이국에 있는 작가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모색의 차원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향수나 그리움 같은 심리적인 정서도 스며들어 있다. 그와 함께 작가가 불러들인 것은 다름아닌 모필의 맛이다. 모필의 탄력과 부드러운 흐름과 동세, 번지고 퍼져나가는 수용성의 조화를 가득 품고 있는 추상적 자취들을 자유롭게 운영해 보인다. 그것은 구름 같고 물보라 같고 수면을 품고 있는 공간과도 같다. 동양화란 결국 물로 이루어진 그림이다. 종이에 스며들고 퍼지고 번져나가는 상황을 그대로 절취해낸 화면은 그대로 추상적인 회화가 되었다. 그렇게 낱낱으로, 개별적으로 그려진 것들을 바탕 화면으로부터 분리하고 절취한다. 여기서 그려진 부분을 화면으로부터 오려내는 행위는 일종의 그리기의 연장이면서 동시에 그 그려진 것을 조각적으로 분리해내는 행위에 해당한다. 작가는 말하기를 자신은 어린 시절부터 무엇인가를 오리고 자르고 붙이는 놀이를 무척 즐겨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가위질과 칼질이 재미있고 흥미 있었다는 것이다. 옛부터 전해지는 이른바 '지전'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선인들은 종이를 오려 창호문에 붙여서 아름다운 장식을 도모하기도 했다. 이처럼 작가는 어린 시절 종이 오리기나 종이인형 놀이의 추억을 상기시키듯이 오려낸 납작한 평면들을 중첩시키고 결합하거나 잇대어 놓으면서 중층적인 화면을 만들고 있다. 그렇게 납작한 화면, 회화들이 서로 포개어지면서 깊이를 지닌, 높이를 갖는 공간이 되었다. 다채로운 형태와 다양한 색상과 문양, 그만큼 다기한 흔적들이 서로 한 공간에 밀집되어 부착된 것이다.

이주연_구름에 홀로 날리는 꿈_장지에 분채, 염색물감, 신트라, 합판_55×110cm_2012
이주연_어둠이 깔리는 창가에서_장지에 분채, 아크릴, 합판_50×120cm_2011

그려지고 얼룩진 자취들, 오려낸 프레임의 결합이나 겹침이 보여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보이지 않는 자연의 여러 현상과 느낌을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해서 화면은 구름처럼 지나고 바람처럼 스치면서, 물처럼 번지고 물결치며 공기처럼 기화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마구 뒤섞여 우주자연에서 받은 감흥을 시각화하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근작의 제목이「하늘빛구름그림자」이다. 그것은 산이나 나무, 꽃이었다가 이내 구름이 되어 흩어지고 다시 모여 물이 되고 다시 공기나 구름이 되어 떠돈다. 날카롭고 직선적인 것이 부드러운 액체성으로 나가고 이미지였던 것이 추상적인 흔적으로 몰려가고 다시 그것들이 특정 이미지나 문양으로 환생하는 기이한 순환과 환생이 교차한다. 그리고 부분적인 단위들이 모여 전체를 이루고 다시 개별성으로 산개하는 시간의 흐름과 호흡 또한 안겨준다. 나로서는 바로 그러한 성격이 동양인의 사물과 세계를 바라보던 시각이고 그것의 이미지화였음을 새삼 상기해본다. ■ 박영택

Vol.20120322a | 이주연展 / LEEJOOYEON / 李周姸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