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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展 / KIMHYUNSOO / 金炫秀 / painting   2012_0424 ▶︎ 2012_0503

김현수_공작부인의 초상_포토몽타주, 혼합재료_80×72cm_2011

초대일시 / 2012_0424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월~토요일_11:00pm~06:00pm / 일요일_11:00pm~05:00pm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안국동 7-1번지 Tel. +82.2.738.2745 www.gallerydam.com

꽤 오랜 시간, 자연에서 얻은 에너지를 형상화하려는 나에게 자연은 응시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나는 언어를 모르는 이방인처럼 소외된 관찰자의 눈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에 대한 동경은 기억 속에서 관념화된, 익숙하지만 몽환적인 풍경화로 그려졌다. ● 나무를 빌어 바람이 내는 소리, 비온 뒤 올라오는 흙냄새 등 나는 자연이 뿜어내는 모든 감각적 기호에서 그들의 언어를 알아내고자 했었다. 그러나 찰나적으로만 보이는, 그 비밀스런 언어의 문을 결국엔 열지 못했다고 씁쓸해 했다. 그것은 자연을 그리워하면서도 철저히 나와는 분리된 '타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벌어진 짝사랑의 모습이다.

김현수_바람 없는 날에_포토몽타주, 혼합재료_75×55cm_2012
김현수_겨울아침에_포토몽타주, 혼합재료_75×55cm_2012

하지만 자연과 인간을 정확히 구분하는 이분법적 접근을 살며시 내려놓은 순간, 나를 둘러싼 실재는 모호해지지만 역설적으로 숨통이 트이는 것을 느낀다. ● 나 자신도 '결정지어진 주체'가 아니라 순간순간,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나무도 그렇고 풀도 그렇다. 그 사이사이 뭐라고 딱히 정의내릴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굳이 말하려는 대신 모호함 그 자체로 인정해줄 때 더 이상 모호하지 않다는 것 힘들게 알았다.

김현수_미네르바의 부엉이_포토몽타주, 혼합재료_120×85cm_2012
김현수_무제_포토몽타주, 혼합재료_105×75cm_2011

이제 멀리서 자연을 바라보는 대신 내 몸을 통해 지각하고 사유할 수 있는 구체적 대상과 교류하면서 자연이 일상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이는 의미 없이 부유하기 쉬운 삶의 순간들이 나와 단단히 엮이고, 그 과정에서 이름 붙일 수 없는 수많은 존재들과 만나게 해주었다.

김현수_고도를 기다리며_포토몽타주, 혼합재료_50×95cm_2011
김현수_맴맴맴..._포토몽타주, 혼합재료_73×52cm_2012

떨어진 꽃잎, 낙엽, 잘려진 나뭇가지, 벗겨진 나무껍질 등 길을 걷다 줍게 되는 이 모든 부스러기들은 서로 서로 만나고 부딪치며 작품 안에서 움직이는 삶을 갖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 이 작은 식물의 부스러기들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본 후, 그 질감과 형태를 하나의 조형요소로 보고 나는 쉽게 명명할 수 없는 이미지를 만든다. 동물이나 식물, 사람의 모습도 아닌 낯선 존재의 초상화 같은 이번 작업들은 이 일련의 과정들에 대한 조심스런 기록이다. ■ 김현수

Vol.20120424c | 김현수展 / KIMHYUNSOO / 金炫秀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