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繪繡) - 금빛 꿈을 담다

김순철展 / KIMSOONCHEOL / 金順哲 / painting   2012_0522 ▶ 2012_0603

김순철_About Wish 1214_한지에 채색과 바느질_40×40cm_20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11021e | 김순철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초대 / 세종갤러리

관람시간 / 09:00am~06:00pm

세종갤러리 SEJONG GALLERY 서울 중구 충무로2가 61-3번지 세종호텔 1층 Tel. +82.2.3705.9021 www.sejonggallery.co.kr

회화의 요철로 드러나는 질료의 사유 ● 김순철이 구현하는 저부조의 화면, '회수(繪繡)'의 첫 번째 축은 채움으로써 작동하는 '과정'의 언어로 귀착된다. 그의 작품 속속들이, 구석구석까지 노동과 일상의 노정이 깔려있다. 가히 인고의 과정이다. 예컨대 도자기 이미지를 갈무리한 면실은 어떤 삐침도 없이 빼곡히 바느질되어 신체의 집중과 땀의 시간을 느끼게 한다. 속도가 미덕인 디지털 시대에 걸맞지도 않는 느림의 미학이다. 게다가 작금의 작가들이 보이지 않는 개념과 작가의 신체행위를 맞바꾸고 있는 현실을 떠올려 보면 김순철의 작업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물론 작품의 가치는 노동의 대가나 인고의 잣대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만 화면은 작가와 결속하는 동반자가 된다. 동반자적 관계가 늘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신념을 공유하고 동일한 감성에 동조함으로써, 결국 은밀한 공명으로 가득한 보다 높은 정신적 호흡으로 세계를 나름으로 체화할 수 있는 것이다. 과정을 통해 작품은 세계와 소통이 발현되는 동시에 세계의 다양한 언어를 수렴하는 진정한 의미의 사물 너머의 정신적 산물이 된다.

김순철_About Wish 1216_한지에 채색과 바느질_85×85cm_2012

김순철의 화면에 안착하고 있는 실은 '행위로서의 바느질', '매체로서의 바느질', '변용으로서의 바느질', 여기에 '날 것'으로서의 바느질로 정의될 수 있다. 이것들 모두 또한 '해석된 오브제'로 명명될 수도 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김순철의 실이 물성을 기반으로 하는 질료에 속하는지 대상의 속성이 소거된 오브제의 영역에 속하는 지는 분명치 않다. (물론 결과물인 작품을 포함한 이 모두를 오브제라 통칭할 수도 있다) 만약 후자에 속한다면 창작의 주체로서의 작가의 위상과 자율적인 연상작용을 작동시키는 오브제의 위상은 구분되는 개념이 아니라 양자가 하나의 단일한 연속체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오브제는 감상자와의 사이에서 의식의 순행과 역행, 추동과 부동, 외연과 내밀 등의 간극이 동시적으로 발생하기에 작가의 창작영역에 전적으로 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김순철의 작품을 본다는 것은 화면 위의 착종된 이미지만이 아니라 그의 망막에 비친 세계와 거기에 사용된 질료와 그 질료를 다루는 작가의 신체, 즉 전신의 망막들을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동양미학에서는 정신과 그것을 담는 그릇으로서 신체의 언어 또한 중시하였다. 그것은 필세로, 기운으로 화면을 가르게 된다. 이때 붓은 칼보다 예민하다. 결론적으로 김순철작품의 요체는 결과가 아닌 과정과 착종된 이미지와 바탕의 호응에 있다. 이것들은 엄숙한 존재의 명제이기도 하지만 실존의 행위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치밀하면서도 담백한, 섬세하면서도 농밀한,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교차내지는 경계의 지형을 담아내는 김순철의 회화는 전통의 존엄과 현대의 혁신을 가로지르는 탁월한 감성적 에너지로 일상의 오브제를 새로운 예술의 층위로 확장시켜 가고 있다. ■ 유근오

김순철_About Wish 1215_한지에 채색과 바느질_85×85cm_2012
김순철_About Wish 1201_한지에 채색과 바느질_각 125×55cm_2012

시간 위에 남겨진 몸체적인 흔적 - 실(絲) 드로잉 ● 한지 위에 바느질... 쉼 없이 반복되는 되새김질은 이러저러한 많은 생각들을 동반하게 되고 그 시간보다 더 길고 깊은 스스로의 잠행(潛行)에 들게 한다. 한 땀 한 땀 이어지는 행위의 흔적들은 끊임없이 거듭되는 일상의 짧고 긴 호흡이며 무의식에 감춰지거나 억눌린 상처의 기억들이다. 느리지만 오래된 경험들과 교감하는 시간들이며 드러나는 형상에 자신을 투영하여 돌아보게 한다. 긴 시간이 소요되는 지루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겹겹이 얽힌 미세한 감정의 결들을 드러내는 자신과의 대화의 시간이 되기도 하며 마음을 서서히 비워내는 심적 평형의 상태에 이르게 하며 섣불리 풀어버리지 못하는 내밀한 속내를 삭히는 치유(治癒)와 자정(自淨)의 시간이기도 하다. 더불어 자신으로의 관찰과 의식의 집중, 그리고 명상적인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읽게 하며, 무언가 담길 수도 있고 비워질 수도 있는 내면의식의 변이를 함축한 심상의 표현방법이다. ■ 김순철

김순철_About Wish 1207_한지에 채색과 바느질_27×27cm_2012
김순철_About Wish 1208_한지에 채색과 바느질_27×27cm_2012
김순철_About Wish 1209_한지에 채색과 바느질_27×27cm_2012

바느질 선(線) - 물질로 존재하는 응축된 에너지의 발산 ● 나의 작업은 일상의 규칙적이거나 또는 리드미컬한 맥박과 호흡에서 출발한다. 쉼 없이 반복되는 시간의 축적은 바느질의 행위로, 흔적으로 남겨지고 생각은 조금씩 비워지고 자유로워진다. 꿰매고 긋고 지우고 칠하고 긁어내고 닦아내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흔적들은 많은 사라짐 속에도 존재하는 내면의 영원성을 느끼게 한다. 이것들은 몸으로 기억되는 삶의 경험들과 더불어 오랜 시간 흔적으로 쌓여진 물질로 존재하는 응축된 에너지의 발산이다. 바느질 땀의 자유로운 방향과 리듬은 빛의 각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행위의 집적으로 구축된 항아리의 형태, 가쁜 호흡으로 조밀하게 얽혀진 선들, 흥얼거림처럼 리듬으로 분산된 산조 가락 같은 선들.... 모두 다 내게는 심한 몸살을 앓듯 힘겹게 덜어내고 새롭게 지어가는 과정이며 거칠고 투박하지만 지금의 나를 바르게 표현해 내는 일일 것이다. ■ 김순철

Vol.20120522f | 김순철展 / KIMSOONCHEOL / 金順哲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