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

이희현展 / LEEHEEHYUN / 李羲賢 / painting   2012_0626 ▶ 2012_0710

이희현_No.2 금호동_캔버스에 유채_45.5×45.5cm_20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10405f | 이희현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2_0626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월~토요일_12:00pm~06:00pm / 일요일_12:00pm~05:00pm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안국동 7-1번지 Tel. +82.2.738.2745 www.gallerydam.com

실낙원에 이어서 이번 이희현 전시는 지난 봄을 바라다 보면서 목련꽃을 중심으로 거리와 공원을 오가는 사람들을 소재로 그리고 있다. 이희현의 아홉 번째 개인전으로 가까운 추억 속의 거리를 찾아가 그곳에 있는 사람을 그린 「왕십리 김학수」, 「화양」시리즈의 작품에서는 밝은 봄 햇살로 봄나들이 나온 가족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이전에 그렸던 잃어버린 낙원시리즈에서 나아가서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과 자연을 『피크닉』이란 주제로 그려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금호동」, 「화양동」, 「옥수동」을 비롯하여 15점 가량이 출품될 예정이다. ■ 갤러리 담

이희현_No.14 화양_캔버스에 유채_65×53cm_2012

피크닉(Picnic) ● 인상파는 공기 중에 유동(流動)하는 빛을 필사적으로 잡아내려 했다. 그 빛 속에 진실이 담겨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인상파에게 진실은 유동하는 빛이었고, 그것을 잡아내기 위해 정확하고 냉정한 눈이 필요했다. 인상파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눈과 귀가 세상의 진실을 포착하는 가장 신뢰할만한 도구라고 믿는다. 과연 그런가? 눈과 귀가 자연의 진실을 포착하는데 절대적인 도구가 아님을 이희현의 그림을 보면 알게 된다. ● "산 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에서 오네... 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대나."하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노래가 있다. 봄바람은 기분만 좋게 하는 것이 아니다. 봄바람은 요술쟁이이다. 봄바람이 불면 절로 몸이 들썩이고 기운이 솟아난다. 그래서 봄기운이 사방에 퍼지면 주변은 이내 형형색색의 화사한 모습으로 변모한다. 대체 봄바람이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대체 무슨 요술을 부려 세상을 온통 울긋불긋하게 만들어 놓은 것일까?

이희현_No.9 왕십리 김학수_캔버스에 유채_52.5×45cm_2012

봄기운으로 가득 찬 자연을 보라. 세상은 금새 노랑, 연두, 주황, 빨강 색들로 뒤덮였다. 자연만이 아니다. 봄기운은 사람들도, 동물들도 들뜨게 만든다. 봄기운이 퍼져나가면 더 이상 안식처에 머무를 수가 없게 된다. 그들은 땅 속에서 땅 위로, 집 안에서 집 밖으로 나간다. 사람들은 산책도 하고, 벤치에 앉아 봄볕도 쬐고, 농구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생각 없이 거리를 거닐기도 한다. 봄날 세상은 봄기운에 취해 피크닉을 즐기는 중이다. ● 봄기운은 끊임없이 공간 속을 흘러 다닌다. 마치 밀려갔다 밀려오는 파도와 같이 계속하여 모습이 바뀐다. 이것인가 하면 저것으로, 저것인가 하면 또 다른 모습으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마치 잡으려 하면 할수록 손에서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다. 만물(萬物)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의 원천이지만 기운은 눈에 보이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봄기운은 눈이 아닌 체감(體感)하여 알 수 있을 뿐이다.

이희현_No.10 화양_캔버스에 유채_52.5×45cm_2012

이희현은 눈이 아닌 살(肉)로서 세상을 파악하기를 원한다. 그의 그림은 눈으로 본 세계의 모습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몸으로 보고 느낀, 몸으로 체감한 세계의 모습이다. 이희현은 감흥(感興)을 중시한다. 그는 감흥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감흥은 살과 살이 부딪치는 곳에서 생겨난다. 그의 그림에서 물체와 물체 사이에는 단순히 공기만 스며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눈길과 물체가 만나는 곳에서는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생겨난다. 그의 그림에서 물체와 물체 사이 사이에는 그의 기억과 생각, 그리고 그의 상상이 내재해 있다. 그것은 때론 과장된 모습으로, 또 때론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형상과 색채로, 그 자신도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창조되기도 한다.

이희현_No.5 왕십리 김학수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12

살(肉)로 파악하는 세상은 일관적이지 않다. 살은 변덕스럽다. 내가 추우면 주변이 뜨겁게 느껴지고, 내가 더우면 세상은 차갑게 다가온다. 화가의 상태가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이희현의 그림은 때론 뜨겁게, 또 때론 서늘하게, 그리고 때론 모호하게 형상화된다. ● 시각 중심, 이성 중심의 세계가 되면서 우리는 세상과 감흥하는 눈을 잃어버렸다. 시각 중심의 세상이 되기 이전, 우리도 이희현과 같이 살로서 세상을 파악하는 눈이 있었을 것이다. 그의 눈을 통해 봄 날, 봄기운에 취해 세상 만물이 만들어 내는 피크닉을 즐겨보자. ■ 박우찬

이희현_No.19 K씨_캔버스에 유채_61×72.5cm_2012

Picnic ● 12월 20일 시작하여 이듬해 3월 2일로 끝나는 겨울에 소소한 일상들이다.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 매일 다르고 아침에 눈을 뜨면 계획 없는 일상이 이리도 상쾌하고 평화로울 수 있을까. 거실 한쪽을 걷는 나는 흡족하였다. 작업실 대신 집안 아무데나 쭈그리고 않아서 작업을 했다. 창 밖의 목련 나무는 아직 꽃을 피우지는 못했지만 아이보리 색의 우아한 모습이 자꾸 떠올라 떠 오른 대로 그렸다. 집 안과 밖의 온도 차가 큰 2월에 내 마음속 조기 개화는 조명과 난방 효과 때문일 것이다. 전시 제목을 "피크닉"이라 하고 싶었다.

이희현_No.28 Room_캔버스에 유채_160×160cm_2011

멀리 가면 여행이고 가깝게 가면 나들이 간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가까운 공원이라고 할지 금호동 언덕이라고 할지, 한때 아름다웠던 기억들을 찾아서 떠난 피크닉이었다. 지난번 "실락원"이란 표제를 붙였던 그림은 너무 멀리 떠난 여행이었고, "알 수 없어요"란 표제의 그림은 2박3일 정도의 타고장 여행이었다면, 지금의 "피크닉"은 이곳 저곳을 배회하며 아름다움을 누리던 4월의 기억들이다. 그리기가 즐거워서 미안할 정도로 가볍게 그린 그림들이다. 나는 과거 조선의 화가들처럼 그림이 詩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 이희현

Vol.20120626a | 이희현展 / LEEHEEHYUN / 李羲賢 / painting

@ 우민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