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도시 時功都示

장은우展 / CHANGEUNWOO / 張銀又 / painting   2012_1005 ▶ 2012_1105 / 일,공휴일 휴관

장은우_시공도시時空都市_장지에 혼합기법_21×35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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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10:00pm / 일,공휴일 휴관

카페 드 유중, 유중아트센터 1층 서울 서초구 방배동 851-4번지 Tel. +82.2.599.7709 www.ujungartcenter.com

도시라는 자연, 그 관념적 이상의 전개 ● 한국화가 당면하고 있는 해묵은 화두는 여하히 전통을 계승하면서 현대성을 포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비록 장르간의 구분이 해제되고 한국화의 외연이 무한히 확장되었다고 하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한국화의 현장에서 깊은 그늘로 작용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형식실험과 분방한 재료의 도입으로 전에 없는 분방함을 드러내고 있는 현대 한국화의 현장은 어쩌면 바로 이 화두에 대한 집요한 모색과 추구의 결과일 것이다. 그만큼 한국화가 지니고 있는 전통의 무게는 무거운 것이며, 현대성의 확보 역시 절박한 것이다. ● 작가 장은우의 작업 역시 이러한 현실적 상황과 일정한 연계를 지니고 진행되고 있음이 여실하다. 작가의 작업은 수묵을 매재로 도시라는 특정한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수묵은 극히 전통적인 재료이다. 조형의 수단으로 차용되고 있는 한지 역시 전통적 심미관의 원용이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매개로 도시라는 새로운 공간의 표현하고자 함은 바로 전통과 현대의 미묘한 접점을 바로 이러한 소재와 표현의 경계에서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작가에게 있어서 수묵과 한지는 전통과의 연계를 담보하는 상징적 매재일 것이며, 도시라는 소재는 현대라는 명제에 부응하기 위한 선택일 것이다. 만약 이러한 조합이 단순한 물리적 나열에 그치는 것이라면, 그 의미와 가치는 반감될 것이 자명하다. 전통과 현대가 단순히 소재와 표현에 의해 구분되는 말단적 가치가 아닐 뿐 아니라, 그 융합 역시 물리적 병열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상이한 가치와 조형의 내용을 여하히 절충하고 융합하여 전통과 현대라는 민감한 접점을 이을 것인가 하는 점이 바로 작가의 작업이 지니는 핵심 요체이자 관건인 셈이다.

장은우_시공도시時空都市_장지에 혼합기법_62×95cm_2012

작가의 화면은 골판지와 한지를 이용하여 일정한 요철을 생성하여 도시의 풍광을 개괄적으로 표현하는 독특한 표정을 지니고 있다. 요철을 이루는 화면은 골판지와 한지를 중첩하는 과정을 통해 도시의 형상들을 구축해 낸다. 도시는 엄정한 직선들로 이루어진 문명의 산물이며, 직선은 문명의 기계적인 작위성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완고한 직선들을 무작위적인 분방한 선들로 변환시켜 도시의 또 다른 표정을 표출해 내고 있다. 골판지를 기계적으로 재단하지 않고 수공의 흔적을 여실히 드러내며, 한지를 반복적으로 덧대어 작위적인 형상의 질서를 무너뜨려 또 다른 내용으로 변환시키는 작업 방식 역시 이러한 비정형의 무작위성을 효과적으로 발현하기 위한 조형적 수단인 셈이다. 더불어 부분적으로 더해지는 수묵 역시 이러한 작위적 질서의 무작위적 조화로의 변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동양회화의 조형이 선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지만, 작가의 화면에 드러나는 선은 전통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선이라는 조형의 원칙과 근간은 취하되, 전통의 그것과는 다른 선의 심미를 추구하고 발현하고자 함은 어쩌면 작가가 바라보는 전통과 현대의 접점인 셈이다. 더불어 이러한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수용해 낼 수 있는 소재와 방편으로서 도시라는 문명 공간을 취함으로써 작가의 작의는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할 것이다. 결국 작가는 동양회화 전통의 기본적인 요소 중 선과 무작위성, 우연성 등을 통하여 기계적인 직선으로 이루어진 도시라는 현실 공간을 표현해 냄으로써 그 민감한 접점을 효과적으로 접속시켜 보고자 하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장은우_시공도시時空都市_장지에 혼합기법_190×62cm_2012

동양회화 표현의 근간은 수용성 안료를 기본으로 한다. 더불어 여타 표현 수단 역시 이러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들이다. 수용성 안료의 기본적 특징은 우연성과 무작위성이다. 흔히 한지와 수묵의 물성이라 말하는 번지고 스밈 같은 내용들은 바로 우연성과 무작위성의 또 다른 형용인 것이다. 작가가 취하고 있는 작업의 기조가 바로 이러한 내용들이라는 점은 자못 흥미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동양 고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과격하고 파괴적인 현대미술의 조형 방식들이 범람하고 있는 현실을 염두에 둔다면, 작가의 작업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으로 비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전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을 수용하고자 하는 것이라 할 때, 또 서구일변도의 왜곡된 가치관에서 벗어나 점차 지역적 특수성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현실을 염두에 둔다면 작가의 작업은 또 다른 시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장은우_시공도시時空都市_장지에 혼합기법_117×91cm_2012

도시에 대한 기성적 이미지는 회색빛 콘크리트의 암울함, 생존과 삶의 전장으로서의 치열함과 비인간화 같은 것이다. 그러나 도시는 이미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삶의 조건이자 또 다른 자연으로 제시되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구분이 단순한 소재나 표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시공을 어떠한 시각으로 포착하고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라 한다면 작가의 작업은 나름 해석의 여지와 출구를 열어두고 있다 할 것이다. 비록 어둡고 무거운 침묵의 공간으로 표출되고 있지만, 작가의 작업이 다분히 인간적인 채취와 온기로 느껴지는 것은 바로 도시라는 공간을 단순히 풍경이나 대상으로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과 그 삶에 대한 감성이 그러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 속에서 유목과 방랑, 그리고 사냥을 꿈꾸는 현대인들은 그곳을 벗어나 전원을 꿈꾸지만 그것은 이미 삶의 조건으로 제시된 또 하나의 자연임을 문득 깨닫게 된다. 반복되는 빌딩의 아득한 물결들이 머무는 곳은 아마 무지개가 피어나던 지평선을 대신하는 곳일 것이다. 작가가 금욕적인 수묵의 표현과 반복적인 직선의 중첩을 통해 구축한 도시라는 공간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인간적 채취가 물씬 전해지는 전통 산수화의 관념적 이상과도 유사한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해석과 표현이 동반된다면, 작가의 작업은 전통과 현대라는 민감한 접점에서 일정한 소통의 통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 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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