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선展 / YIINSUN / 李仁善 / painting   2012_1005 ▶ 2012_1011 / 월요일 휴관

이인선_Power Gam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펠트, 자수_73×117×5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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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005_금요일_06:00pm

갤러리빔 기획展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빔 GALLERY BIIM 서울 종로구 화동 39번지 Tel. +82.2.723.8574 www.biim.net

미싱대 위의 상징 정치학 ● 미싱은 한국사회의 산업화와 관련한 애잔한 정서를 상기한다. 그것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저 유명한 노래 「사계」에 나오는 '빨간 꽃 노란 꽃 꽃밭가득 피어도 ...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라는 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청춘을 바쳐 열악한 노동현실을 견뎌온 한국사회의 누나들을 떠오르게 한다. 미싱은 근대산업사회의 상징인 기계장치를 이용한 대량생산 체제를 대변한다. 미싱을 통해 생산된 공예품들은 규격화하고 도식화한 이미지들일 가능성이 높다. 숙련된 기술을 이용해서 짧은 시간에 다량의 제품을 생산해 내려는 합목적성이 우선하기 때문에 그것의 개성과 독창성은 그다지 문제시 되지 않기 때문이다. ● 컴퓨터자수와 미싱자수, 손자수 등의 형태로 남아있는 이 자수 기법은 지금은 사향산업화 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저임금 노동에 밀려 특수한 경우 소량생산에 머무르고 있다. 이인선은 파주에서 수십년동안 '오바로꾸(Over Lock)' 일을 해온 친구의 아버지로부터 영감을 받고 2007년부터 서울여성센터에서 2년간 직업교육을 받았다. 이후 꾸준히 기술을 익혀온 결과 이인선은 미싱대 위의 예술가로서 기법상의 완성도를 갖췄다. 기실 예술을 한다는 것이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과정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인선이 선택한 방법은 그다지 효율적인 것은 아니었다. 익숙한 것이 아닌 낯선 것으로부터의 출발은 그러나 작가 자신에게는 새로운 선택이었다.

이인선_Power & Lov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펠트, 자수_73×117cm_2012
이인선_Death March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펠트, 자수_73×117×5cm_2011

전문적인 숙련공의 손길에서 나오는 미싱자수 기법은 한 시대를 풍미했고 지금은 잊혀져가는 문화로 남아있다. 그것은 군사문화의 일종으로 하위문화로 각인되어 있는 한편 그 독특한 기법과 이미지 때문에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엘리트 미술제도 속의 예술가 이인선은 잊혀져가는 기술을 자신의 작품 제작 방법으로 채택했다. 그것은 일종의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이인선이 채택한 이 기법은 누구나 다 알만한 이미지 조작술을 이용하여 독특한 문화적 편린을 연출하면서 작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알맞은 방법이다. 오랜 시간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여기 펼쳐놓은 이인선의 미싱 자수 예술은 기술적 의제를 넘어 예술적 성찰의 단계에 도달했다.

이인선_십장생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펠트, 자수_145.5×89.5×5cm_2012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각예술가 교육을 받은 이인선이 미싱 자수 기법을 새로 배워서 자신의 작품 속에 등장시켰을 때는 각별한 뜻이 있다. 그것은 엘리티즘이 견고하게 구축한 방법론적 우위, 가령 근대적 시각을 가진 회화술 같은 것들을 넘어서는 이인선 자신만의 개별 언어를 채택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엘리트 예술가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미싱자수 기법을 도입함으로써 대중적인 친숙함을 얻어내는 동시에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나아가 그는 하위문화의 도상들을 끌어들여서 친숙함을 이용한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그 메시지는 역동하는 사회와 문화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포함하여 역설과 블랙유머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 심플한 구도의 이 작품들은 좌우 또는 상하로 대칭을 이루고 있다. 대칭구도는 화면의 안정성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도상의 반복을 통하여 이미지의 힘을 배가하며, 그 역으로 완벽한 대칭의 부분적인 변형에서 오는 흥미로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인선의 화면에는 오버록 이미지들이나 문신 이미지와 같은 하위문화의 요소들을 비롯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인 문양들을 포함하는 다양한 도상들이 등장한다. 이인선이 이렇듯 익숙한 도상을 이용하는 것은 익숙한 것을 이용한 비틀기 기법이다. 다만 그것이 고상하고 우아한 것들이 아니라 대중적이기는 하지만 이질적이고 키치적인 것들이라는 점이 그의 도상 정치학의 포인트이다.

이인선_웰컴 Welcom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펠트, 자수_89.5×145.5×5cm_2012

이인선은 미싱자수 기법으로 다양한 도상들을 박아 넣는다. 공판화 기법으로 찍은 배경 화면 위에 그는 나방과 양귀비와 해골, 惡(악), 樂(락) 등의 도상들로 하위문화적 요소들을 결합한다. 대결, 파워게임, 데스, 매치 등의 문구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호랑이와 용과 핵폭탄의 버섯구름, 파워(Power) 러브(Love), 악어, 목단, 하트 무늬, 역(力)과 애(愛) 등이 공존하기도 하며, 호랑이, 뱀, 뭉크, 목단, 나이트매어 그리고 월식 등의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이 모든 작품들에는 정연한 질서와 혼돈의 세상을 은유하며 뒤섞여 있다. 이인선이 그리고 있는 이 질서와 혼돈은 세계의 모든 이원론적인 요소들을 포괄한다. 이인선이 펼치는 미싱대 위의 상징 정치학은 양극단의 요소들이 공존하는 세계에 대한 긍정과 부정 너머의 예술적 성찰이다. ■ 김준기

Vol.20121008c | 이인선展 / YIINSUN / 李仁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