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

이진아展 / LEEJINA / 李진아 / painting   2012_1010 ▶︎ 2012_1015

이진아_화분_장지에 채색, 호분, 색연필_131×194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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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01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인사동길 52-1)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숨결과도 같은 시, 이진아의 정서적 풍경 ● 우리가 살아가면서 바라보는 수많은 사물들과 풍경들은 우리 자신들의 시지각 구조에 의해 분류되고 각자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기억된다. 이 기억의 줄기를 따라 내가 떠올리고 싶은 정확한 형태의 사물들을 다시 나의 눈앞에 펼쳐 놓게 된다. 그것이 바로 추억이라는 이름의 정서적 시지각, 즉 기억인 것이다. 이러한 시지각 과정은 나와 사물과의 관계를 증명한다. 내가 바라본 전혀 낯선 사물들이나 풍경들이 익숙하게 다가올 때 나와 사물은 특정한 지점을 공유하며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 왜일까? 아마도 그건 나와 사물간의 유사성 때문일 것이다. 나의 정서와 사물의 정서가 서로 닮아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물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바로 '나'라는 주체의 정서가 사물이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진아는 바로 이러한 나의 주체가 바라보는 정서적 시지각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일상적인 삶에서 보고 느낀 사물들과 풍경을 자신의 기억에 저장하고 자신의 그림 속에 풀어놓는다. 그러나 그 그림은 사물들의 형태로 기록되지 않고 그녀가 기억하고자 한 정서적 형태로 그려진다. 그렇기에 그것은 사물의 재현도 아니고 추상도 아닌, 그 사이 언저리에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드러내고자 하는 무수한 점들과 면들의 환호와도 같다. 과연 이 환호하는 이미지를 작가 이진아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녀가 작품에 표현한 정서적 기억에 대해 살펴보자.

이진아_단풍으로 물든_장지에 채색, 호분, 색연필_130.3×162cm_2012

1. 정서적 풍경 ● 이진아가 바라보는 풍경은 산새 좋은 명소의 멋진 풍경도, 숭고함이 느껴지는 대자연의 신비로움도 아니다. 그녀는 인간이 삶을 살아가면서 바라보는 소소한 풍경들, 하늘과 바람, 비와 같은 자연적인 풍경과 화분, 게임의 화면, 지하철 차창의 움직임과 같이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을 기억해내고자 한다. 그녀는 자신의 시지각에 맺힌 이러한 풍경들을 떠올리며 평온한 일상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낸다. 그리고 그림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풍경들을 떠올리기를 원한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그림엔 특별한 코드가 숨겨져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풍경을 바라본 자신의 마음상태 자체에 대한 것이다. 관객들은 작품을 보고 어떻게 작가의 마음상태를 알 수 있을까? 염려스럽지 않게도 이진아의 시지각 코드는 사물과 풍경을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정서를 자극하여 사물을 편안하게 바라보게 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 그녀의 전략은 하나의 풍경을 바라보는 인간 개개인이 느낄 수 있는 정서적 공통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의 시원함과 따스함을 느끼면 피부에 닿을 때의 촉감을 기억하고 싶다"는 작가의 말대로 자연을 바라본다는 시각적인 차원이 아닌, 자연을 느끼기 위한 매개체로 그림을 그린다는 말이다. 즉, 자연과 나의 닮은꼴을 찾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그림은 캔버스가 아닌 그림 저 너머에 있는 인간 내면의 근원적 정서를 향한다. 화면에서 풍경은 사물을 고스란히 재현할 필요도, 추상적 이미지를 통해 고매한 정신을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풍경은 바로 그 풍경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지각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풍경은 그러므로 개개인의 기억을 한 순간에 떠올리게 하거나 서서히 상기하게 만드는 강렬하면서도 조용한 속삭임이 된다. 그 속삭임의 목소리가 바로 이진아가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정서인 것이다.

이진아_바람따라_장지에 채색, 호분, 색연필_162×130.3cm_2012

2. 살며시 내려앉은 운율 ● 파울클레, 음악이 있는 그의 그림은 관객들로 하여금 색면과 색면 사이를 사뿐히 뛰어다니게 만든다. 부드러운 음악과도 같은 클레의 리듬은 작가 이진아가 좋아하는 정서이기도 하다. 세상을 아름답고 편안하게 바라보기를 바라는 그녀는 여러 사물들과 풍경들을 하나하나의 색면들로 채워 넣는다. 그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네모는 반짝이는 별을 그린 것으로 투명하고 유리와도 같이 맑은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이 네모는 선홍색과 연노랑, 하늘색의 선명한 채도를 유지하며 화면 곳곳에서 피어오른다. 마치 퍼즐을 짜 맞추듯 가로와 세로의 흐름을 타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율동감을 표현한 작품 「퍼즐」은 제목 그대로 퍼즐의 생동감 있는 리듬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 네모 색면은 퍼즐뿐만 아니라 비와 눈이 되고, 풀잎이 되기도 한다. 사물이든 자연의 풍경이든 그녀에겐 모두 네모 색면처럼 조용하게 움직이는 부드러운 음악이 된다. 네모뿐만 아니라 동그라미, 세모, 점 등은 그녀가 자신의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단순한 도형들이다. 세상의 모든 풍경들을 떠올리고 기억하게 하는 그녀의 이 시지각적 방법은 사물과 풍경을 여러 정서들로 기록하기 위한 예술적 장치인데, 이를 위해 이진아는 호분을 사용하여 색을 여러 번 옅게 칠하여 화면을 뽀얗고 부드럽게 만든다. 선홍과 연노랑, 옥색 등 여러 색이 뒤섞여 있으면서도 하나의 통일된 색상으로 자연스럽게 화면에 녹아드는 그녀의 작품에는 조화와 균형을 강조하는 동양화의 정신성이 살며시 깃들여 있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고, 바람에 흩날리는 풀을 바라보며, 잔잔한 물결의 일렁이는 화려함을 느끼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기억 속에 자리한 시적인 리듬을 깨워 화면 안에서 조용히 춤추게 만든다. 그 춤은 시를 써내려 가듯 다가와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촉촉한 손길과도 같이 작품을 바라보는 감상자의 정서를 뽀얗게 자극한다. 이진아의 그림은 그녀가 추구하는 것처럼 시와 음악과 그림이 한데 어우러져 아련한 정서를 전달하는 잔잔한 멜로디와 같다. 그녀의 그림에서 색면과 색면은 이 멜로디의 흐름을 따라 여기저기서 지저귄다.

이진아_화려한 물결_장지에 채색, 호분, 색연필_131×194cm_2012

이진아의 작품이 시지각의 정서와 기억을 위한 노래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 노래를 흥얼거리기 위해 그녀의 기억체계를 잘 이해해야 한다. 그녀가 사물에서 자신의 기억과 닮아있는 지점들을 발견하고 이를 코드화 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시의 운율과 같이 사물의 리듬을 찾는 것과 같다. 단풍으로 물든 가을 풍경을 바라보고 자신의 정서에서 가을에 맞는 색면들을 리듬감 있게 펼쳐 놓는 것이 바로 이진아의 작품인 것이다. 이는 단지 가을풍경이 아니라 가을을 생각하였을 때 느껴지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정서 그 자체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숨결처럼 내가 항상 숨 쉬고 있지만 가만히 나를 생각할 때 비로소 느껴지는 살아있음의 떨림과도 같이 조용하게 그 풍경을 상기할 때 느껴지는 정서이다. 나의 숨과 작품의 리듬이 서로 마주할 때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녀의 작품은 조용하게 우리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 말한다. 바로 우리들이 보고 있는 그 풍경들이 단지 풍경이 아니라 우리들 삶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노래라고 말이다. ■ 백곤

이진아_눈_장지에 채색, 호분, 색연필_78.8×54.5cm_2012

반복되는 일상 속에 지루함을 느끼며 나는 자꾸 무언가를 찾으려하고 그 무언가를 찾아서 나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만들려 한다. 땅속을 빙빙 도는 지하철은 어둡고 긴 터널 속을 달릴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지만 그 안에서도 환한 빛은 늘 비추어지고 그 빛을 따라 지하철은 항상 달린다. 나는 어두운 통로를 지나는 순간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미세한 먼지에 한눈이 팔리기도 하고 창밖에 비치는 깜깜한 풍경을 보면서 눈의 초점을 흐리며 물속에 잠긴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가끔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먼 곳의 밖을 보며 내 마음대로 그 이상을 그려나가기도 하고 빨갛게 물든 하늘을 보며 겹겹이 겹쳐있는 구름의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기며 그 움직임을 따라가기도 한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의 시원함과 따스함을 느끼며 피부에 닿을 때의 촉감을 나는 기억하고 싶다. 순간순간 느끼는 것들의 감정이나 어떠한 사물에서 보여 지는 나만의 형태와 색을 이용해 내 화면위에서 정해진 것이 아닌 다른 이야기로 풀어놓고자 한다.

이진아_비_장지에 채색, 호분, 색연필, 크레파스_97×130.3cm_2011
이진아_퍼즐_장지에 채색, 호분, 색연필_130.3×162cm_2012

시각적으로는 화면에서 보이는 면이 옅게 겹겹이 쌓이며 처음 색과 계속 위에 쌓인 색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효과를 나타내고 싶다. 한가지의 색이 아닌 여러 색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나타내고 색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번진다. 호분이라는 재료를 이용해 화면의 질감을 두텁게 해주면서 뿌연 느낌으로 누구나 보는 이미지가 아닌 내게서 보이는 이미지를 나타내고 자한다. 이 과정들을 반복하여 올리면서 내가 보는 그 이미지의 감정과 형태를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해 보고 싶다. ■ 이진아

Vol.20121011j | 이진아展 / LEEJINA / 李진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