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간격

서윤희展 / SUHYOONHEE / 徐侖熙 / painting   2012_1101 ▶︎ 2012_1110

서윤희_기억의 간격(Memory Gap)_걸음걸음마다_혼합재료_192×255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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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1101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쿠오리아 Gallery Qualia 서울 용산구 남영동 131-1번지 해태제과 1,2층 Tel. +82.2.709.7405

기억의 간격-"시간의 궤적너머의 기억들" ● 얼룩과 번짐을 이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동양화가 서윤희의 개인전 『기억의 간격』展을11월 1일부터11월 10일까지 남영동 크라운제과본사 전시실인 갤러리 쿠오리아에서 연다.

서윤희_기억의 간격(Memory Gap)_한정과 받아들임_혼합재료_149×213cm_2012

"나의 회화는 시간의 활동이 만든 결과물이다"라고 말한 서윤희 작가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녀의 오랜 테마는 '기억의 간격(Memory Gap)'이다. '기억의 간격'은 시간과 공간의 거리를 설정하고 재현한 삶의 흔적을 의미한다. 작가의 기억은 때로는 이중적이고, 때때로 모순되는 관계 속에서 표현된다. 즉 초현실(=추상)과 현실(=구상)의 공존이다.

서윤희_기억의 간격(Memory Gap)_한정과 받아들임_혼합재료_149×213cm_2012_부분

차와 약재들을 우려낸 다양한 재료들을 한지 위에 떨어뜨려 나타나는 그 얼룩과 번짐의 효과는 우연성과 조우한다. 이렇게 생성되는 비정형의 얼룩 면들은 십여 년에 걸친 실제의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서 자연의 풍경처럼 퇴적된다. 이는 작가 스스로 '작업의 유적(遺蹟)'이라 일컫는 것으로 행위의 결과물로서의 의미를 뛰어넘어 시간과 이후의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의 퇴적까지를 모두 가리킨다. 다시말해 협곡의 단층이나 해안의 모래톱이 지각의 변동과 조수의 변화를 형상으로 각인해 나가는 자연 현상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윤희_기억의 간격(Memory Gap)_낯섬_혼합재료_94×63cm_2012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기억이 역사(Historia)라면, 작가의 연작에서 다루는 기억은 미시적 차원의 '자전적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이거나 사회적 차원의 거시적 의미를 배제한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작가의 이야기(Her Story)는 '그리움'으로 환원된다. 작가에게 '그리다'는 '그리움으로 대상으로 기억하다'와 동의어다. 회화의 시작 역시 이 그리움에 대한 보상인 것처럼 그리움은 작업의 화두로 남아있다. 보고 싶은 것을 그리고, 기억하는 게 본질적인 목적인 것이다.

서윤희_기억의 간격(Memory Gap)_영원히 정지_혼합재료_94×63cm_2012

작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기억'과 '간격'이라는 이질적인 의미를 더함으로써 기억이 시공간적인 거리를 전제로 하는 인간의 행위임을 강변한다. 이것은 서로 다른 시간대나 사건의 층위에 속한 기억의 조각들이 파편화된 기억으로 임의적이면서 일관된 허구적 서사를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비정형의 배경에 윤곽이 뚜렷한 점경인물의 공존을 배치시킴으로써 그림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기억이란 주제에 대한 이런 저런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그녀의 연작들은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기억의 간격'을 불러일으키는 시간에 천착해 있는 것이다. 평론가 고충환은 이 '기억의 간격'을 기억과 기억 사이에는 공백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즉, 기억은 결코 원형 그대로 재생되지 않고, 현재의 판단이나 상상력이 끼어들어 그 기억을 각색, 왜곡 하거나 망각하기 때문이다.

서윤희_기억의 간격(Memory Gap)_다가올 시간_혼합재료_94×63cm_2012

바로 이 '기억의 간격'은 작가의 작품에서 비어있는 공간으로 부여된다. 전통 수묵화의 맥을 이어 비어있으되, 실제론 비어있지 않은 여백의 공간. 작품을 감상하는 이의 상상력이 발현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에선 비어있는 이 공간을 단순히 '비어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바로 이 공간이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기억의 간격'을 드러내는 몸체이자 기원이기 때문이다. 켜켜이 쌓인 시간이 불러낸 수많은 이야기가 그대로 응축돼 완성된 추상적 공간인 것이다. 시간의 재구성과 이를 통해 파생되는 시간의 층위와 편린의 간극을 결합해 재구성하려는 작품의 지향점이 바로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일관되게 '기억의 간격'이란 주제를 심화하고 다변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온 작가는 오늘 이곳에 우리의 지나온 시간을 생생하게 불러낸다. 단순히 복원에 그치지 않고, 그 기억이 충돌하며 새로이 생성되는 역동적인 현장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

Vol.20121102b | 서윤희展 / SUHYOONHEE / 徐侖熙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