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작

박광현展 / PARKKWANGHYUN / 朴光炫 / sculpture   2012_1101 ▶︎ 2012_1113

박광현_세상의 시작_혼합재료_300×350×350cm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2_1101 ▶︎ 2012_1110 관람시간 / 09:00am~05:00pm

전북대학교 박물관 CHONBUK NATIONAL UNIVERSITY MUSEUM 전북 전주 덕진구 백제대로 567 Tel. +82.63.270.3488 museum.chonbuk.ac.kr

2012_1107 ▶︎ 2012_1113 관람시간 / 09:00am~05:00pm / 일요일 휴관

서신갤러리 SEOSHIN GALLERY 전북 전주 완산구 서신동 832-2번지 새터빌딩 B1 Tel. +82.63.255.1653 seoshingallery.com

조각가 박광현을 생각하면 그의 넓은 등이 먼저 떠오른다. 왜냐하면 내가 그의 등에 업힌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등에 업힌 인연의 자초지종은 이러하다. 벌써 십여 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 각 실기 실에는 항상 밤늦게까지 남아 작업에 열중하던 군 복학생이 여러 명 있었다. 그들이 전공불문하고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토론 말미에 나를 불러내는 일도 가끔 있었다. 나가보면 박광현이 항상 그 무리에 섞여 있었고 언제나 묵묵히 다른 이들의 주장을 듣고 있는 진지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그는 지금은 구 정문이라 부르는 학교 정문을 지나 예술대 본관으로 가는 길목, 야외 조각장 한쪽 귀퉁이에 붙박이처럼 앉아 늘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고 나는 오며가며 그와 이야길 나누곤 해서 이래저래 정이 든 처지였다.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진 어느 날 저녁, 동료들과 식사를 마친 후 연구실로 돌아가던 나는 추운 날씨임에도 야외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그를 보니 가슴이 짠하여졌다. 아니 어쩌면 그를 보며 나와 떨어져 살고 있는 내 아들이 떠올랐는지도 몰랐지만 어쨌거나 나는 그에게 업어달라고 떼(?)를 부려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든 에피소드가 있었다. 그 후 그는 석사과정과 조교를 거쳐 학교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나와 전공은 다르지만 발전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박광현_이륙_혼합재료_230×250×160cm_2009
박광현_의자와풍선_혼합재료_60×30×35cm_2011

그런 그가 어느 날 불쑥, 풍선 꼭지를 모델링한 작은 습작을 들고서 내게 '지구의 배꼽'을 보여주겠다고 찾아왔다. '지구의 배꼽...? 하기야 풍선의 꼭지는 인간의 배꼽하고 꼭 닮았지'라는 생각을 하며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는 무릎을 쳤다. 그 습작을 거대하게 키운 것이 이번 그의 개인전에 '세상의 시작'이라는 명제로 출품되는 작품인데 그의 이야기는 그가 만든 풍선 꼭지를 땅에 박아놓음으로써 지구는 그가 바람을 불어 넣어 우주에 띄운 풍선이 되었다는 것이다. 기실, 인간의 배꼽은 어머니의 품을 떠나는 순간 잘려진 어머니와의 인연이 남은 흔적이다. 또한 신생아는 배꼽을 얻는 순간 세상의 삶을 시작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변하지 않을 보편적 사실에 '풍선의 꼭지는 지구의 탄생 흔적'이라는 기발한 이야기를 슬쩍 끼워 넣은 박광현의 재치 있는 상상력과 그와의 그간의 인연이 그의 첫 번째 개인전에 축하의 글을 쓰게 된 동기이다.

박광현_hug_혼합재료_140×160×180cm_2012
박광현_자화_혼합재료_42×30×40cm_2011

나는 관람자들이 전북대학교 박물관 로비와 넓은 야외 잔디에서 치러지는 박광현의 개인전에서 받을 첫 인상이 거대하다는 느낌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넓은 야외 잔디밭에 3미터가 훌쩍 넘는 작품들로 이뤄진 작품전의 외형적 크기 때문만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를 탐구하려는 스케일 큰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 그는 이번 개인전 작품들의 소스를 어느 일요일 우연히 보게 된, 그의 아들이 가지고 놀던 풍선을 의자에 끼우려 애쓰는 모습에서 얻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의 아들의 행위를 풍선을 의자에 끼움으로써 의자를 공중에 띄우려하는 의도로만 해석하였으나 차츰 관점이 세상과의 관계로 옮아가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처음엔 풍선의 속성에 주목하다 풍선과 다른 물체(의자)와의 관계에 주목하게 되고 더 나아가 풍선=인간이란 존재와 세계로 확대되었다는 이야기리라. ● 그러고 보니 그의 작품은 그의 설명대로 의식의 변화의 과정이 그대로 형상으로 보여 진다. 명제 '의자와 풍선' '이륙'이 풍선의 속성을 그대로 형상하였다면 명제 '가능성'과 '포화'는 풍선이 입방체를 가두거나 입방체가 풍선을 가둔 것과 같은 모습인바, 풍선과 다른 물체와의 관계를 형상화하였고 '우주분할 이론'에서는 풍선의 터지려는 속성을 우주의 팽창으로까지 확대시킨다. 급기야 'HUG(껴안다)'와 'HUG(껴안다)2'에서는 풍선=인간이라는 깨달음 속에서 인간과 신을 껴안고 결국엔 '구도자의 삶'을 살아간다.

박광현_우주분할이론_혼합재료_24×22×22cm_2012
박광현_hug2_혼합재료_100×50×35cm_2012

어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텍스트라 말한다. 이는 다소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늘 변함없는 진리다. 조각가 박광현의 삶을 아는 사람은 그가 이번 개인전에서 풍선이라는 사물에 의미 지워준 해석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의 성공이란 감상자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때이고 그 공감은 작가의 개인사적 삶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의미가 보편적 가치를 획득할 때라고 규정한다면 나는 그의 이번 개인전은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 그는 나와의 이야기 말미에 작품 'HUG 2'을 보고 상징성이 큰 십자가를 작품에 등장시킨 이유를 묻는 나의 질문에 "하염없이 크기만 했던 종교적 거부감이 살아오면서 점차 친밀감으로 변하였고 그 변화는 나의 세계관을 변화시켰다"고 고백한다. 이제 그에게 슬픔은 없다. ■ 이상조

Vol.20121104i | 박광현展 / PARKKWANGHYUN / 朴光炫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