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정展 / WOOMINJUNG / 禹旼廷 / painting   2012_1106 ▶︎ 2012_1113

우민정_도시공간,틈_순지에 채색_130×97cm_2012

초대일시 / 2012_1106_화요일_05:00pm

후원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

관람시간 / 11:00am~06:00pm

서울대학교 우석홀 WOOSUK HALL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56-1번지 서울대학교 종합교육연구단지(220동) 1층 Tel. +82.2.880.7480

Space ● 나는 도시 한복판에서 태어나서 쭈욱 도시에서 자랐다. 늘 봐오던 것은 높은 아파트와 그보다 더 높은 빌딩들, 그리고 그 안의 놀이터와 학교, 또 늘 지나다니던 직선의 도로와 길들이었고 높은 아파트에서 늘 내려다보던 도시의 풍경은 작게 보이는 사람들과 차들, 또 도로들이었던 것 같다. 이런 풍경들은 나에겐 삭막하다기보다는 오히려 포근하고 잘 정돈되어 깨끗하고 좋은 느낌을 준다. 도시공간을 관찰하고 또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할 때의 시점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시점을 자연스레 취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은 나와 도시와의 간격인데, 새와 같은 시점에서 위에서 내려다볼 때, 도시는 점점 나와 떨어진 객관화된 풍경이 되며, 많은 이야기들을 마음껏 상상할 수 있게 되는 관찰적 공간이 된다. 그렇게 되면서 점점 내가 바라는 세상의 이상적 모습, 재미있는 상상들을 도시공간 안에 투영해보고 그것을 그리게 되었다.

우민정_물의도시,틈_순지에 채색_130×97cm_2012

도시 공간을 내부에서 바라볼 때, 하얀 벽과 벽이 만나는 천장, 방과 문을 비롯해서 모든 구획 되어진 공간 안쪽엔 경계선이 있다. 그렇게 반듯이 구획된 선과 선으로 만들어진 공간 안에서 그 경계선을 집중해서 바라볼 때 어떤 미묘한 두근거림을 느끼게 되었고, 마치 그 점과 선에서, 내 나름대로 무한히 나누어지고 갈라지는 틈을 보게 되었다. 그 틈은 날카롭게 튀어나오기도 하고 또 끝없이 소멸하며 함몰되기도 하고 확장되고 분열하기도 한다. 그 틈은 어떤 의미로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 틈 사이에선 알 수 없는 것이 나오기도 하고, 열리고 닫힌다. 펼쳐지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선이 그어지고, 겹쳐지기도 하고, 그 선과 선 사이에 어떤 것이 보이기도 하고, 왠지 그 뒤로 또 다른 세상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을 가시화하려는 노력이 나의 '분열하는 공간' 작업들이었다. 나아가 그 틈새와 선은 인공적인 구조물뿐 아니라 하늘과 강의 경계선이나, 땅과 잔디 사이의 경계선, 별빛과 밤하늘의 경계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민정_escape_초배지에 혼합재료_53×45.5cm_2011

Torso ● 나 자신이 나를 인식할 때와 타인을 인식하고 기억할 때, 그것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기억되고, 지워지고, 또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내 기억 속의 어떤 인물을 나의 재단선으로 나누고 분석하고 자르고 또 다시 붙여서 재조립한다. 그 과정을 선을 통해 표현하였고 가는 세필의 선은 붓이 지나간 자리에 흔적을 남기는데, 그 속도와 시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번 멈추고 다시 선을 이어가면 잇는 중간에 흔적이 남게 된다. 선은 어떤 칼이 되어 그림에서 사람의 몸을 분해하는 동시에 전체로는 다시 모여 희미한 하나의 형태를 이루게 된다. 이것은 어떤 것을 나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다시 재조립하여 다시 형상화하므로 나중에 일관성이 생긴 작업을 보았을 때, 또 반복된 동작을 통하여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나의 심리적인 치유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우민정_nirvana_초배지에 혼합재료_45.5×53cm_2011

이번에 우석홀에서 열리는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은 크게 공간과 도시 / 인체 토르소 작업으로 나뉘는데, 공간과 도시를 표현한 작품들이 작가가 외부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면, 인체 작품들은 내면을 바라보고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 외 관심을 가지는 것들, 그림에 등장하는 사물이나 사람들은 거의 주변에 있는 것들인데, 동물, 물고기 등도 평소 유심히 살펴봤다가 일부러 가급적이면 사진을 보지 않고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어 형상화할 때가 많다. 이렇게 작업하는 것이 실제와는 다르게 변형되고 형태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사실 더 정확하게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가까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 그림을 볼 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하고 추상적인, 무슨 생각을 표현한 걸까 의문이 들겠지만 사실 모두 익숙한 평면과 벽면의 선, 책상 모서리, 의자나 벤치, 사람의 몸, 식물 가지의 뻗어나감 등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날의 어떤 에피소드, 그때 보았던 달빛, 가끔 느껴지는 불쾌감이나 불안, 내던져버리고자 하는 무모함 등 그 각각의 느낌을 잡고 표현하고자 노력하며, 특히 작은 크기의 작품들에선 일기 형식으로 직접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우민정_front_장지에 채색_65.1×53cm_2011

내 그림이 딱히 어떤 문제를 꼬집거나 비판하는 요소를 가지지는 않는다. 보통 흔히 느끼는 감정이나 말로 혹은 글로 풀어내기 힘든 환상적인 경험이나 꿈, 어떤 한 순간의 강렬한 기억과 감정 등을 한 번에 그림에 쏟아내고, 그 감정의 파동을 감상자가 느꼈으면, 감정이 환기되는 느낌을 가졌으면 하고 바란다. ■ 우민정

Vol.20121106g | 우민정展 / WOOMINJUNG / 禹旼廷 / painting